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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2 영국 런던

- 도시철도 디자인의 원형과 표준, 런던 지하철역사 디자인 -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싣는 순서

01. 요코하마
02. 런던
03. 빌바오
04. 후쿠오카
05. 파리
06. 도쿄
07. 베이징, 홍콩, 센젠, 상하이
08. 바르셀로나
09. 오사카
10. 로테르담

런던은 세계의 여러 대도시 중 창의도시의 표본으로 꼽히고 있다. 런던은 디자인 역사의 측면에서 현대디자인의 출발점이 된 도시이고, 현재도 문화나 예술, 디자인, 서비스산업에 종사하는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 중 하나이다. 그리고 1863년 기차의 지하운행 및 1890년 전기열차를 통한 지하철 시스템을 구축한 세계 최초의 지하철 도시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폭넓게 도시철도를 운용하고 있는 도시이다. 런던의 지하철은 그 자체로 세계 지하철의 역사이자 관련 기술과 디자인의 표준이다. 런던 도시철도의 공식 명칭은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이다. 그러나 일종의 애칭인 ‘튜브(the Tube)’가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도시철도 노선안내지도도 ‘튜브 맵’이라 불리고 있다. 런던 도시철도는 초창기에 여러 회사에 의해 건설되었는데, 1933년 런던 교통위원회가 생기면서 통합 운영되기 시작했고, 오늘날은 운행거리 약 400km에 270여개 역, 그리고 하루 3백만 명에 육박하는 이용객 수 등을 자랑하고 있다. 런던 도시철도는 언더그라운드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제 약 55%가 지상에서 운영되고 있다. 

150년 지하철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 지하철 ‘언더그라운드(Underground)'

런던의 지하철을 처음 탑승해 본 여행객들은 의외의 점들에 놀라게 된다. 세계 최고의 도시철도 문화를 자랑하는 것과 달리 대체로 역의 크기가 작고 차량의 내부 폭이 좁고 높이가 낮은 점, 장애인에 대한 고려의 부족, 부분적으로만 설치된 스크린도어, 화장실이 거의 없는 점 등 우리네 지하철보다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지하철이 도입된 1974년보다 100년 이상 앞서 지하세계에 이러한 지하철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점을 상기해본다면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런던 지하철의 실내 공간 - 우리 지하철에 비해 매우 좁고 높이도 낮다.

비교적 최근에 개설된 런던의 지하철 역사들은 지하철에 대한 150년의 이해가 어떻게 디자인으로 구현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사인시스템이나 공간디자인 측면에서 지하철 역사 디자인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중 대표적 디자인으로 쥬빌리 연장선(Jubilee Line Extension)을 꼽을 수 있다. 쥬빌리 라인은 캐나타 워터(Canada Water)에서부터 노스 그린위치(North Greenwitch)까지를 연결하는 노선으로, 이 중에서도 특히 세계적 건축가인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가 설계한 ‘캐너리 워프(Canary Wharf) 역’은 런던에서 두 번째로 이용객수가 많은 주요 환승역이다. 캐너리 워프 지역은 런던의 새로운 외곽 부도심으로 주요한 외국계 대기업들의 본사가 밀집된 곳으로, 도클랜드 경전철이 도입된 후 폭주하는 대중교통수요를 해결하기 위해 쥬빌리 라인을 연장해 새로운 역이 개설되었다. 캐너리 워프 역은 좌우에 각각 아치형으로 구성된 외부출입구를 가지고 있는데. 거대한 반 돔형 구조를 취하고 있어 이 자체가 하부의 역에 빛을 유입시키는 구조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양쪽의 외부출입구 사이에는 공공공원이 설치되어 있고 실내로 빛을 유입하는 몇 개의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 실내에서는 전반적으로 고딕성당과 같은 높은 천장고를 볼 수 있으면서 노출 콘크리트 기둥들이 만들어내는 재료 자체의 미학이 구현되고 있다.

  
캐너리 워프 역 대합실 - 영국의 세계적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디자인 및 설계를 담당하였다. 

캐너리 워프 역 외부 출입구 - 거대한 반 돔형구조로 빛을 유입하는
기능성을 가진 동시에 비즈니스 중심지구의 랜드마크 역할을 하고 있다.

 
캐너리 워프 역 플랫폼 - 천장고가 높고 저채도 저명도의 차분하고 
어두운 회색조의 공간분위기 연출과 이에 어울리는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다.

주빌리 연장선 중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 역'의 디자인 역시 영화 해리포터에 나온 장면처럼 미래지향적 디자인으로 흡사 SF영화 속 한 장소에 들어선 듯한 감흥을 준다. 천장이 낮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천장을 비추어 반사시키는 간접조명 방식으로 독특한 역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동시에 아늑한 느낌을 주고 있다.

 
웨스트민스터 역 - 환승역의 특성상 깊은 역을 빠르게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와 넓은 통로가 특징이며 미래지향적 느낌의 금속재 마감 디자인을 보여준다.


쥬빌리 라인 연장선의 여러 역들은 공통적인 디자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데, 그 중 최고는 역시 사인체계일 것이다. 물론 사인체계는 런던 도시철도 전체의 공통사항이지만, 새로운 역사 디자인과 결합되어 더욱 인지효과가 뛰어나다. 흔히 지하철에서 내린 사람들은 자신이 가야할 출구나 환승방향을 찾기 위해 내린 직후 이리저리 고개를 돌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런던 지하철의 경우 내린 즉시 모든 방향이 파악이 되는데, 이는 나가는 곳과 환승정보, 화장실 정보 등을 모두 하나의 사인에 결합해서 보여주는 합리적 사인체계 덕분이다. 사인은 러시아워 시간대에도 충분히 인지될 수 있도록 모든 정보를 가늘고 긴 형태로 벽면상단부에 집중 배치해, 어느 위치에서나 언제나 바로 찾을 수 있다. 

사인정보시스템 - 열차진행방향과 수직 각도로 달대를 매다는 방식이 아니라
벽면 상부에 평행하게 띠 형태로 모든 정보를 표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런던 도시철도 사인체계에서 또 한 가지 인상적인 것은, 도시철도의 이용자가 대부분 런던시민이라는 점에 착안, 런던시민은 대체로 자신이 가고자 하는 동서남북의 방향개념이 있으므로 플랫폼을 찾을 때 동서방향인지, 남북방향인지를 먼저 판단케 함으로써 인지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기실 우리의 도시철도 사인체계는 처음 이용하는 이용자의 민원을 감안해 지속적으로 수량이 증가되고 있는 비합리적 구조로 되어 있다. 도시철도 1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런던의 사인 시스템은 최고의 디자인은 합리성에 기반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합리성은 비상호출 장치나 소화전 설비 등에도 일관되게 적용되고 있는데, 우리보다 적은 규모의 설비로도 안전성을 담보하는 이면에는 어디에서나 이러한 장치가 잘 보이도록 디자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음을 이해해야 한다. 소화기는 개수가 많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디서나 잘 보이는 위치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런던의 도시철도에서는 모든 정보표현 시 정보위계라는 정보의 순서를 매우 중시한다. 공적정보가 가장 중요하므로, 비상설비나 사인은 모든 광고물보다 우선하여 보이는 위치에 배치된다. 그리고 광고는 광고끼리 집중시킴으로써 시너지를 강화하는 명확한 디자인 전략이 구현되어 있다.

정보위계의 조절 - 동쪽방면(Eastbound), 서쪽방면(Westbound)등의 형태로 목적지를 단순화시키는 등 도시구조와 이용자의 정보 우선순위를 깊게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긴급호출기기의 명료한 디자인, 공적정보와 광고물과의 관계 설정 등은 강력한 규칙성을 갖고 있다.

런던지하철을 유명하게 만든 또 하나의 요소는 바로 ‘튜브 맵’이다. 전 세계 교통지도의 원형이 되고 있는 이 노선도 디자인은 1931년 헨리 벡(Henry C. Beck)이 90도, 45도의 단정하게 정리된 수직, 수평선과 대각선으로 된 노선도의 스케치를 제안한 이후 다이어그램과 같은 시각적 표현으로 발전되어 왔다. 헨리 벡이 제안했던 최초의 새로운 노선도들은 템스(Thames)강을 랜드마크로 하고 각 역간 거리를 동일간격으로 표시해 실제 거리보다는 역의 순서와 환승정보에만 중심을 둔 혁신적인 것이었다. 즉, 노선의 교차점이 복잡하게 얽힌 지도의 중심부분이 도시외곽 지역에 비해 확대된 것으로 그 후 이 혁신적 시스템은 부분적으로 변화하고 있기는 하지만, 명확하고 논리 정연한 교통 시스템 구축을 위해 지속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헨리 벡이 디자인한 노선도

현재의 노선도

벡이 디자인했던 노선도와 현재의 노선도 - 세월이 흘렀어도 기본형은 변하지 않았다.
지하철 노선도에서 가장 중요한 환승정보와 일반 역 사이의 정보위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최성호, 한양사이버대학교 공간디자인학과 교수

 

최성호 교수 약력
-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 학사
- 홍익대학교, 서울대학교 공간디자인학 석사
- 한양대학교 디자인학 박사수료
- 한양사이버대학교 연구학생처장
- (사)한국공공디자인학회 부회장
- 서울디자인위원회 위원
- 혁신도시 공공디자인 기본계획 총괄연구원
- 하남미사신도시 보금자리주택 총괄MP
- 5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환경개선사업MP

 
 [출처] [세계의 도시철도 디자인 탐방] 02 영국 런던 |작성자 TopG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