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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용산은 도쿄처럼, 한강은 템스강처럼?

[특집] 복원과 조화로 디자인한 세계의 도시들…그 기본 정신은 무시한 채 이름만 들먹이니 
 
“한강을 프랑스 파리의 센강이나 영국 런던의 템스강처럼 누구나 한 번쯤 와보고 싶은 세계적 명소로 만들겠다.”(오세훈 서울시장, 2009년 9월 여의도공원 준공식에서)

시민이 참여한 역사도시, 요코하마

지방도시가 중앙도시를 해바라기하듯이, 중앙도시는 세계도시의 변화를 좇아간다. 서울시 디자인 정책도 선진국의 성공한 도시계획 사례를 참고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일본 도쿄의 롯폰기힐스를, 한강르네상스는 영국 런던의 템스강을 본보기로 삼았다.
   

» 일본 요코하마의 ‘미나토 미라이21’은 복원과 조화를 통해 공간을 되살리는 디자인 정책이다. 시내 중심가의 상점과 정비된 항구모습.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국내 디자인 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이상적인 도시 디자인 사례는 일본 요코하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황폐화된 요코하마는 21세기 미래형 항구도시란 뜻을 담아 ‘미나토 미라이21’이란 공간 디자인 정책을 펼쳤다. 국제문화도시를 목표로 민관이 손을 맞잡고 꾸준히 도시에 디자인을 입혔다. 정부와 시가 낙후된 항만시설을 정비하고 임항 파크, 니혼마루 메모리얼 파크 등 공원과 녹지를 조성하며 큰 틀을 잡는 동안, 민간 기업에서는 상업·문화시설 등을 맡아 도시에 생기를 주었다. 항구 근처에서 사용하던 붉은 벽돌의 창고건물인 아카렌가소코는 내부를 보강해 대형 쇼핑몰과 레스토랑으로 사용 중이다. 정부와 시는 친환경 역사도시를 위해 건물 높이를 제한하고, 가로 조성이나 간판 교체도 획일적으로 할 수 없도록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모든 디자인 정책은 시민이 자발적으로 천천히 따라올 수 있도록 기다려줬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정책이다 보니 1985년에 시작된 미나토 미라이21은 그사이 시장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에도 흔들림이 없었다. 복원과 조화를 통해 공간을 되살리는 미나토 미라이21은 올해 완료될 예정이다.

옛것을 복원해 재활용하는 미덕은 영국 런던에서도 만날 수 있다. 화력발전소였던 건물 외관을 그대로 살린 채 내부를 미술관으로 꾸민 ‘테이트 모던’이 만들어지면서 낙후된 템스강 남부 지역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문화도시가 됐다.

‘꿈의 생태도시’라고 불리는 브라질 쿠리치바시는 대규모 개발 없이도 도시계획을 성공시킨 사례로 꼽힌다. 새로운 도로를 뚫는 대신 기존의 도로공간을 재배분해 효율을 높였고, 시민들이 필요로 하는 공간이 무엇인지 조사해 낡은 등대와 폐광을 도서관과 공연장으로 바꿔 활용하고 있다. 심각한 교통체증과 환경오염이 문제였던 콜롬비아 보고타시는 버스차로를 정비하고,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을 독려하는 ‘시클로비아’ 정책 등을 펼쳐 대기오염을 줄인 친환경 도시로 변신했다. 개발보다 개선에 우선을 둔 도시 디자인 정책이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친환경 도시를 만들었다.

지난해 공공디자인 선진 사례를 모아 <경쟁력 있는 도시 만들기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란 책을 묶어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의 한 연구원은 “역사적인 건축물이 사라져 역사성이 훼손되는 서울과 달리 요코하마를 비롯한 세계 도시들은 쓰임이 다된 시설을 매력 포인트로 삼아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정이 중요, 결과물만 따라 할 생각 마라”

그는 “일본 롯폰기힐스도 개발 과정에서 마을 거주민과 개발 주체가 서로 끊임없이 의견을 조율하며 좋은 결과를 도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결과물만 보고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고 긴 시간을 들여 디자인 종합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한겨레 21 | [2010.04.09 제805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