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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경기도의 다양성, 유니버설 디자인으로 태어난다

<기고>다양한 이용자를 위한 유니버설 다자인 실현

“지금 어디 계신가요?”

원하는 곳으로 가려면 어떤 출구를 이용해야 하는지, 낯선 곳에서의 이런 경험은 누구나 한번쯤은 있을 것이다. 또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내려야할 층이 아닌 다른 층으로 잘못 내려서 당황한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알기 쉽고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갈 때도 마찬가지이고 때론 익숙한 환경 속에서도 그렇다.

과연 이런 것이 이용자만의 문제일까? 지금까지 우리는 이용자인 나의 실수로 여기며 시설물을 잘 이용하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노력 해왔다.

그러나 사진의 예처럼 각층을 다른 컬러와 패턴을 이용해서 디자인하는 등의 환경만들기에 대한 세심한 배려가 있었다면 이러한 혼란과 어처구니 없는 이용자의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 코펜하겐에 있는 노인센터의 내부. 각 층을 컬러와 패턴을 활용하여 디자인함으로써 환경인식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이 편안하게 환경을 즐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은 노약자뿐만 아니라 모든 이용자에게 편리하고 매력적인 환경이 된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 신체기능이 전반적으로 저하된다. 행동의 민첩성도 떨어지고 시력도 떨어진다. 그래서 보다 편리하고 안전한 환경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게 된다.

일본은 현재 총인구의 약 20%가 65세 이상의 노인이다. 그동안 일본은 이런 사회적 변화를 단순한 수발서비스만이 아닌 생활터전의 환경디자인 개선을 통해 불편과 실수를 경감시키는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노약자에 대한 사회적 부담의 경감은 물론 다른 이용자의 편리성을 일신하는 결과를 얻었다. 그래서 일본의 각지에서는 노약자를 비롯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는 장면이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됐다.

큰 짐이 있어도, 몇 명의 아이와 함께라도 부담감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는 사회가 된 것이다.

최근 경기도는 ‘모두 아우르고 서로 어우러지는 경기도’를 실천하기 위한 유니버설디자인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경기도는 경관 및 공공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공간과 건축물의 환경개선과 편리함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했던 이용자 중심의 디자인 가치를 경기도의 유니버설디자인 철학을 통해 보다 분명하게 밝히고 또 이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 중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것은 다음의 두 가지이다.
첫째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시작점인 다양한 이용자의 존중이다. 그동안 많은 환경조성사업들은 이용자를 평균하여 그 대상으로 삼거나 이용 대상자를 특별히 배려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예를 들어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이들이 이용하는 시설물이나 행동의 특별함으로 인해 주목을 받거나 이를 빌미로 차별이나 자존심에 손상을 받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또한 공간이나 시설로 가는 연결도로가 없거나 접근성이 결여되어 특별히 마련된 공간이나 시설조차 이용되지 못한 채 방치되고 있는 경우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 노약자들이 활보하고 있는 동경시내. 유니버설디자인을 도입하여 공공공간과 시설물들이 조화된 환경을 조성한 결과, 일반인의 편리성 증진은 물론 많은 사회적 약자들도 큰 불편 없이 거리를 활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이용자의 배려가 결여된 결과물로 인해 모든 디자인 정책이 전시 행정으로 오도되기도 했다.

일반 이용자가 무거운 가방을 끌고 가거나, 여성이 어린아이를 유모차를 태우고 가기 편하면 노약자들에게도 분명 편리한 환경이 될 것이다.

처음부터 다양한 이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을 통해 누구라도 존중받고 이용할 수 있으며 선택할 수 있는 생활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디자인에 대한 기본 철학을 세우려한다. 이는 특별한 배려를 내세우는 차별이 아닌 것이다.

두 번째는 배려를 실천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을 통해 만들어진 공공공간과 환경이 가져다주는 진정한 가치이다. 사실 그동안 경관디자인, 공공디자인사업을 진행해 오면서 디자인 결과물이 이용자를 위한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었다.

무분별하고 혼란스러운 환경을 바로잡아 나가는 과정에서 보기 좋은 결과물이나, 보다 큰 성과물을 빨리 보여주기 위해 서둘러 온 것도 사실이다.

그 결과 수많은 노력이 큰 성과물에 묻혀 평가받지 못하거나 이용자나 지역특성과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결과물로 나타난 경우가 많이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는 그동안의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이용자를 배려하는 디자인이 왜 필요한지, 디자인된 환경이 이용자들에게 주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지 깨달았다.

경기도는 도내 모든 공공공간과 건축물 등이 이용자에게 있어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이 되도록 이용자 한 사람 한사람에 대한 존중의 마음을 바탕으로 이를 디자인 결과물을 통해 보이고 또 느껴질 수 있도록 하겠다.

경기도는 다양한 각각의 개성을 존중하여 아우르고, 서로 어우러지도록 세심하게 배려하는 디자인을 실시할 것이다.

비록 가는 걸음은 더디고 느릴지는 모르겠지만 홀로 빨리 가는 디자인 행정이 아닌 경기도민과 함께 소통하며 오래가는 디자인 경기를 그려본다.

글/채완석 경기도 디자인총괄추진단 공공디자인담당

데일리안 | 2010.07.10 14: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