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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정경원의 디자인 노트] [3] '열린 개념'의 로고에서 '엉뚱한 포즈' 연상도

정경원 KAIST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역대 올림픽 공식 로고에는 개최 도시의 문화와 개성이 배어있다. 치열한 유치 경쟁을 이겨낸 자랑스러운 도시다운 특성이 로고 디자인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로고는 중국 문화를 상징하는 한자의 '경(京)', 1988년 서울올림픽은 '삼(三) 태극(太極)'을 모티프로 디자인되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번 런던올림픽 로고는 예외적인 것 같다. 영국의 저명 디자인 회사 울프 올린즈가 디자인해서 2007년 6월에 발표한 로고에는 '런던'이나 '영국'을 상징하는 요소가 따로 없다. 개최 연도인 '2012'를 '20'과 '12'로 나누어 위·아래로 조합하여 디자인했다. 그러다 보니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해 "나치 심볼을 닮았다" "성적(性的)인 행위를 암시한다"는 등 비난은 물론 "유치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로고를 바꿔야 한다"는 응답이 80%를 넘었다.

  '런던올림픽 로고'… 2012 런던올림픽 공식 로고(왼쪽)와 장애인올림픽 로고(오른쪽), 울프올린즈, 2007년.

하지만 이 로고 디자인에 우호적인 사람들의 주장은 크게 다르다. 나이·국적·언어에 상관없이 전 세계인이 쉽게 알아볼 수 있고, 기본 틀만 유지하면 누구나 색채와 무늬를 바꾸어 쓸 수 있는 '열린 개념'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더 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매그너스 링크러터는 "이 로고가 단순하지도, 아름답지도, 인상적이지도 않지만 성공적인 것이 될 듯하다"고 했다.

그런 와중에도 이 로고에 대한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의 지지는 거의 절대적이어서 어떠한 비난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이 런던에서만 세 번째이니만큼 영국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구촌 모두의 올림픽을 지향해야 한다는 브랜드 목표와 일치되게 디자인되었다고 믿기 때문이다. 개막일(7월 26일)이 가까워지면서 이 로고 디자인에 대한 여론은 점차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으며, 유명세까지 타기 시작했다고 한다.

기사입력 : 2012.03.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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