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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BIFF의 비밀을 푸는 새로운 코드, 공식포스터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속에 담긴 BIFF 역사
BIFF 철학․방향성 담은 숨은그림찾기 혹은 큐브 맞추기

  ▲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포스터.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발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얼굴이 될 공식 포스터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올 BIFF 공식 포스터는 한국화가 홍푸르메(고신대 교수) 작가의 ‘빛이 열려’(Opening of His Light)를 원화로 해서, 최순대 부산국제영화제 미술감독이 디자인했습니다.

눈 밝은 BIFF 스태프들의 레이더 망에 포착된 홍푸르메 작가의 작품 ‘빛이 열려’는 태초의 세상을 비추던 빛, 즉 신의 선한 의지가 담긴 ‘창조’와 ‘자유’를 표현한 작품입니다. 포스터 속에 드러난 ‘빛’은 마치 카메라와 영사기를 통해 살아나는 빛의 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특히 수묵과 여백의 강렬한 대비는 ‘영화의 전당’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추구하는 영화제의 열정과 에너지를 한국적 시각과 감성으로 담아냈다고 합니다.

BIFF 공식 포스터는 해마다 4월께 발표합니다. BIFF가 개막하기 전까지 BIFF를 대표하는 얼굴마담 역할을 하며, BIFF를 알리는데 큰 몫을 하지요. 어디 이뿐인가요. 공식 포스터는 그해 BIFF가 추구하는 지향점을 알려주는 나침반 구실도 한답니다. 공식 포스터 속에 BIFF가 담아낼 영화적 메시지가 숨어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역대 BIFF의 포스터를 복기해보면 또 다른 BIFF 전사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BIFF가 추구해온 영화적 가치와 미학, 지향점을 녹여낸 한 편의 강렬한 상징적 이미지가 포스터일 것이니까요.

‘바다’ ‘영화’, BIFF 철학 선명하게 담아낸 첫 영화제 포스터 ‘걸작’

해묵은 자료를 뒤져보았습니다. 가장 설레고, 가장 뜨거웠던 첫 회 BIFF(당시는 PIFF 였지요. ^^)가 생각납니다.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1996)의 설렘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남포동을 가득 메웠던 수많은 씨네필들, 상영관 외벽을 빼곡히 채웠던 입장권 구한다는 메모는 뜨거웠던 영화사랑의 생생한 증거였는데….

열정적으로 BIFF를 지지해주던 씨네필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요? 풍찬노숙을 마다하지 않고 열정적인 시선으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응원해준 영화 팬들이 있었기에 오늘날의 부산국제영화제가 존재하는 것이겠지요. 남포동 거리를 메웠던 영화 팬 여러분, 감사합니다. ^^

첫 출발한 부산국제영화제, 처음이라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는 마치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을 예언하듯이 엄청난 주목을 받았습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체성을 강하게 묘사한 포스터는 부산국제영화제의 핵심 열쇳말인 ‘바다’와 ‘영화’를 강렬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부산이라는 지역적 이미지와 영화제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환경적 조건인 바다의 이미지, 그리고 영상의 이미지를 주된 소재로 컴퓨터 그래픽으로 바다와 영화를 결합시킨 작품이었습니다. 바다 위에 떠있는 필름과 관객을 응시하는 커다란 동공은 그로테스크했지만, 강렬했습니다. 시간적 의미로서의 시계 이미지와 눈의 강렬한 표현으로 영화의 바다로의 항해를 시작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출항을 시각적으로 구현해 낸 것이지요.

컴퓨터 그래픽으로 작업한 이 포스터는 전문 디자이너들의 극찬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강렬하고 함축적인 포스터 이미지는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널리 알리는데 큰 도움이 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왼쪽부터 1회, 2회, 5회, 10회 BIFF포스터. BIFF 공식포스터 살아있는 역사, 최순대 디자이너의 등장

혹시 최순대라는 이름 기억하시나요? 눈 밝은 분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에는 항상 최순대 라는 이름 석자가 따라다닌다는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부터 최순대 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최순대 씨는 부산국제영화제 미술감독으로, 최 씨의 손을 거쳐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최순대 디자이너가 부산국제영화제 포스터 작업의 주역으로 전면에 등장하는 것이 바로 제2회 영화제 때부터입니다.

제2회 BIFF 포스터는 최순대 미술감독과 함께 동아대 김정임 교수가 함께 작업했습니다. 예술적 접근과 디자인적 접근이 접목된 제2회 BIFF 포스터는 우리 민족의 흥겨운 춤사위의 선율과 영사기의 필름 조각의 간결한 표현으로 아시아 영화로의 정체성과 함께 한바탕 영화마당으로서의 영화제를 형상화했지요. 판화로 작업한 제2회 BIFF 포스터는 대형 포스터로 제작해 영화제를 알리는 대표적인 홍보수단으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제4회 BIFF(1999)는 두 종류가 공식포스터로 사용했습니다. 첫 번째 포스터는 서양화가 허황 씨의 작품을 바탕으로 만들었습니다. 조선시대 고서를 바탕으로 한국의 문화, 전통, 역사의 총체적 표현매체인 고서와 일반적인 지역 영화제가 아닌 한민족의 문화와 접목되는 영화제로서의 품격과 정체성을 표현했지요. 강렬한 흑백 대비, 자연스러운 붓터치로 표현한 카메라 이미지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간직한 포스터라는 평을 들었던 작품입니다.

두 번째 포스터는 여성적인 이미지가 한껏 강조된 서양화가 이성자 씨의 작품을 원화로 사용했습니다. 물결 모양의 배경위에 앉아있는 바다새를 통해 바다의 평화로움을, 그리고 무엇인가 갈망하는 듯한 여인을 통해 여성의 건강한 삶과 강인함을 형상화시켰습니다.

흑백의 강렬한 대비를 역동적으로 표현한 첫 포스터와 부드럽고 여성적인 이미지를 한껏 강조한 두 번째 포스터는 강렬한 대조를 보이며 오래 관심을 끌었었지요.

제5회 BIFF(2000년)는 5회를 거치면서 관객이 와서 보지 않으면 안 되는 영화제, 해외 유명 감독이나 배우들은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영화제로 성장합니다. BIFF의 자신감은 포스터에도 그대로 반영됩니다.

이화자 교수가 그린 포스터의 제목은 ‘달밤’입니다. 힘찬 붓질과 당당한 색채의 사용이 절로 자신감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넘실대는 밤바다와 그리고 그곳에 부서지는 달빛의 아름다운 모습은 한국화가 지닌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칸, 베를린, 베니스 등 세계적인 영화제의 포스터에서 보듯 그 영화제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매우 예술적으로 승화되어 소장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지요. 5회 BIFF 포스터 ‘달밤’은 세계적인 영화제의 포스터 못지않은 예술성을 보여주면서 세계영화인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를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로 인식시키려는 의지와 자신감으로 충만했습니다.

▲왼쪽부터 12회, 13회, 14회, 15회 BIFF포스터. ‘세계 속의 영화제’로 우뚝 자신감 담은 10회 포스터

제10회 BIFF 공식 포스터는 이만익 화백의 ‘유화자매도’가 원화입니다. 유화(柳花)부인은 고구려 건국설화에 등장하는 여인으로, 고구려의 시조 주몽의 어머니이지요. 금와왕의 일곱 아들 틈에서 박해와 고통을 받고 자란 주몽이 강건한 기상과 지혜로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 유화부인의 가르침과 사랑 때문입니다. 10회를 맞이한 부산국제영화제가 세계적으로 도약하는 발전을 기틀을 만드는 일에 유화자매의 자유롭고 강건한 기상이 함께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합니다.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2009) 공식 포스터는 한국 추상회화의 거장 극재(克哉) 정점식 화백의 작품 ‘밤의 노래’를 원화로 사용했습니다. ‘밤의 노래’는 스크래치 기법을 원용하고, 캘리그래피를 이용한 추상화로 자유롭게 유영하는 듯한 세선(細線)과 흑백이 강렬하게 대비되는 힘찬 붓놀림으로 영화제의 흥겨운 축제 분위기와 일탈의 경험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제15회 부산국제영화제(2010) 공식포스터는 이영애 한복디자이너(이영애 우리옷 대표·동서대 겸임교수)의 작품 ‘이야기 속으로’를 원화로 최순대 미술감독이 제작했습니다. 한복디자이너의 작품을 BIFF 공식포스터로 채택한 것은 제15회 영화제가 처음으로, 당시 상당한 파격으로 받아들여졌지요. 진, 면, 바틱 등의 소재에 전통문양을 현대적 감각의 색감이 잘 어우러진 이미지는, 축제의 화려함과 더불어 영화의 전통과 미래를 함께 조망하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방향과 잘 어울린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대략 5년 단위로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를 살펴본 결과, 부산국제영화제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습니다. 공식 포스터 속에 BIFF가 담아낼 영화적 메시지가 숨어있을 것이라던 추측도 얼추 들어맞은 것 같습니다. 뭐, 당연한 일이겠지요. ^^

BIFF를 기다리는 여러 가지 즐거움 중에 새로운 즐거움이 하나 추가된 것 같습니다. 해마다 4월에 발표하는 BIFF 공식 포스터는 그 해의 BIFF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찾아올지를 알려주는 유쾌한 숨은그림찾기가 될 것이니까요.

뱀다리 : 올해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의 전당이 있는 센텀시티와 해운대 그리고 남포동 일대에서 오는 10월 4일부터 10일간 열린다는 것, 모두 알고 계시지요?

<자료출처: 부산광역시 인터넷신문 'BUVI News(부비뉴스)' http://news.busan.go.kr> 김영주 | 다이내믹 부산 제 1522 호 | 기사 입력 2012년 04월 24일 (화) 2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