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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매혹의 건축-‘그린 팩토리’] 책에 대한 경의

경부고속도로 분당 톨게이트 옆에 우뚝 솟은 NHN 사옥. 군더더기 없이 미끈한 자태를 지닌 28층짜리 건물은 안팎을 그린 톤으로 채색했다. 푸른 나무의 이미지가 푸근함에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포털 네이버의 색상도 연상케 고려했으리라. ‘그린 팩토리’로 불리는 사옥은 설계 당시 이 회사 간부로 일하던 조수용씨의 작품이다.

그린 팩토리는 외관이 겸손한 대신 실내 디자인의 변신이 놀랍다. 그동안 운명을 함께하던 ‘세면’과 ‘용변’의 기능을 분리했다. ‘치카치카룸’에는 개인 컵들이 예쁘게 도열해 있다. 계단에 선을 긋고 칼로리 소모량을 적어 운동공간으로 삼았다. 주차장은 층별로 귀뚜라미, 파도, 바람소리가 흘러나와 청각으로 공간을 기억할 수 있다.

배려의 가치도 돋보인다. 금쪽 같은 1, 2층을 주민 도서관으로 내놓았다. 온라인 비즈니스 기업이 오프라인의 상징인 책을 들인 것이다. 경관 좋은 꼭대기 층은 경영진의 사무실이 아니라 사원들이 밥 먹고 쉬는 곳으로 만들었다. 가히 공간의 혁신이다.

손수호 논설위원  2012.03.21 18:14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