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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소비자의 눈은 Q시대 넘어 D시대로 향한다뛰어난 품질은 기본

감동 이끄는 기능 더해
고객의 구매욕구 일으켜


품질(퀄리티)을 넘어 섬세함(디테일)으로 승부.. 고객 감동 이끌어내
‘신은 디테일 속에 있다(God is in details).’ ‘적을수록 많은 것이다(less is more).’

근대 건축의 개척자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이 유명한 경구를 오늘날 가장 확실하게 제품으로 구현한 사람들은 스티브 잡스와 그가 정신적 동반자라 불렀던 애플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일 것이다.

그들은 단순함의 미학을 추구하면서도 남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세세한 부분까지도 하나하나 신경을 썼다. ‘시장조사를 절대 하지 않는다’ ‘고객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른다’는 다소 오만한 기업 철학을 가졌으면서도 수많은 애플 추종자들이 생긴 이유는 그만큼 애플이 고객이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욕구를 먼저 알고 제품의 디테일로 구현했기 때문이란 평가다.


애플의 성공신화 이후 기업에는 ‘우수한 품질’ ‘뛰어난 내구성’을 넘어 ‘감동을 이끌어내는 디테일’이 새로운 경영화두로 등장하고 있다. 상상하기 힘든 기능이나 편리함을 제품 속에 구현,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할 때 저절로 감탄사가 나오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바야흐로 제품트렌드가 ‘Q(qualityㆍ품질)’의 시대에서 ‘D(detailㆍ섬세함)’의 시대로의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밀폐용기업체 타파웨어 브랜즈 코리아가 판매하는 전자레인지 전용용기인 ‘스마트 레인지 시리즈’는 전자레인지용 용기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내열성’은 기본으로 하고, 여기에 섬세한 디테일을 더했다.

기업들이 제품의 기본적인 품질과 내구성을 넘어 고객 감동까지 이끌어 내는 '디테일'에 주목하고 있다. 타파웨어 브랜즈 코리아의 '스마트 레인지 시리즈'.

먼저 용기 바닥에 4개의 다리를 붙여 바닥에서 뜨는 공간을 만들고, 이를 통해 더 빨리 데워지도록 했다. 뚜껑에는 용기 안의 증기가 빠져나갈 수 있도록 한 독특한 형태의 마개가 달려 있는데, 이 덕분에 냉장고에서 꺼낸 용기를 뚜껑을 열지 않고 바로 전자레인지에 넣을 수 있게 됐다. 먹고 남은 반찬이나 찌개를 냉장고에 넣었다가 다시 데워 먹는 경우가 많은 우리나라의 식생활 습관을 고려한 기능이다. 타파웨어 코리아 관계자는 “타파웨어는 각국 소비자들의 식생활 습관을 세밀하게 관찰해 이에 맞는 제품을 출시해 왔다”면서 “일단 타파웨어의 제품을 경험해 본 주부들은 디테일에 반해 다시 찾는다”고 말했다.

스쿨룩스의 교복.

2004년 출시 후 단기간에 ‘엘리트’ ‘스마트’와 더불어 3대 교복 브랜드로 뛰어오른 ‘스쿨룩스’ 역시 고객인 학생들의 체형과 습관을 고려해 허리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는 밴드를 부착하는 등‘디테일에 강한’ 교복을 만들어 온 것이 인기 비결이다.

특히 그냥 ‘대-중-소’가 아니라, 학생 체형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무려 16가지의 체형별 사이즈를 제공하는 것은 스쿨룩스만의 강점이다. 기존 교복은 성인 체형을 본뜬 모형이나 일본산 모형을 활용해 옷을 디자인했지만 스쿨룩스는 2007년부터 동서울대학교와 공동연구를 통해 국내 고등학생의 체형을 분석한 결과 젖힌 체형, 보통 체형, 휜 체형, 숙인 체형 등으로 나뉜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이를 16가지 사이즈로 반영했다. 지난해부터는 중학생 체형이 고등학생과 현저히 다르다는 점을 발견해 중학생 전용 뉴바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이를 교복에 반영하기도 했다.

란제리ㆍ내복 업체인 비비안은 겨울철 등산ㆍ낚시 등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이 내복을 입고도 편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무봉제 레저용 내복 ‘레저 히트’를 내놓았다. 이 제품은 허리ㆍ허벅지ㆍ종아리 등 움직임이 많은 부분은 튼튼한 조직으로, 무릎 관절 부분은 부드럽게 직조하는 등 신체 부위에 따라 탄성이 다르게 원단을 짰다.

업계 관계자는 “훌륭한 디테일은 남성 보다 여성고객에게 더 큰 구매욕구를 일으킨다”며 “요즘은 자동차 등 전통적인 남성 영역의 제품을 구입할 때도 여성취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입력시간 : 2011.12.19 02:34:20수정시간 : 2011.12.19 17: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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