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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카림 라시드 "디자인 혁신 위험 감수해야 살아남아"

"2년전 삼성위해 계란형 TV 디자인..사장됐다"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디자인이 없으면 죽는다. 디자인 혁신을 위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

세계 3대 디자이너이자 LG전자, 한화 등 여러 국내 기업과 공동작업을 해온 카림 라시드는 지난 6일 헤럴드디자인포럼 참석 직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이날 한국기업과 앞으로 디자인 협력 방안을 묻는 질문에 "한국 기업이라고 특별히 차별하고 싶지 않다. 한국기업이 침구든 커피든 나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면 흥분되는 것은 그들이 나를 찾는 이유다. 혁신을 추구하고 싶어하고 진전을 원한다"고 밝히고, "디자인은 문화를 형성하는 도구인 동시에, 브랜드를 차별화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실질적 수단이다. 디자인이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디자인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에 기업의 생사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자동차 디자인과 관련해 "자동차는 최악의 산업이다. 도로상의 수십억대의 차로 지구를 파괴한다. 자동차 디자인은 못생긴 사람을 최대한 화장으로 예쁘게 하는 일"이라고 악평하고, 동시에 "자동차 산업은 서로 따라만 하는 파생적 산업"이라고 디자인에 창조성이나 새로움이 없음을 비판했다.

하이테크도 마찬가지라며 "만약 내가 상점에 가서 TV를 보면 삼성, LG, 다이와 하나도 구분이 안된다. 휴대전화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다"고 평가하고, "99년에 소니를 위해 폰카메라를 디자인했는데 너무 혁신적이어서 출시가 안됐다. 매년 하이테크 기업들은 1천200개의 신제품을 내놓는데 그 중 1%도 실험하지 않는다. 단지 1%라도 혁신적인 것이 오히려 위험이 낮다. 그러나 아무도 안한다"고 비판했다.

또 "전 세계에 후진적이고 전형적인 디자인이 너무 많다"면서 이러한 디자인이 판치는 이유로 "최근 냉장고를 디자인했지만 역시 너무 급진적이어서 출시되지 못했다. 깊이가 30㎝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2년전엔 삼성을 위해 계란형 TV를 디자인한 적도 있다. 이것 역시 너무 급진적이어서 출시되지 않았다. 내가 시장에 내놓은 제품이 3천개이고, 극단적이어서 사장된 것까지 다 치면 6천개다. 시장이 안나온 것이 더 나은 것들이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양보다"라고 하며 디자인의 급진성과 혁신을 기존의 기업이 따라가지 못해 혁신적인 디자인들이 사장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기업들이 새로운 방향으로 노력한다면 새 시장, 새 언어를 창출할 수 있다"며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에 대해선 "디자인적 측면에서 가장 선진화된 몇 안되는 국가"라고 평했다.

재경일보 이호영 기자 hylee@jkn.co.kr   

기사입력 : 2011.10.08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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