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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Allan Chocinov] 1000 words of advice: Starting a new design program

[Allan Chocinov] 1000 words of advice: Starting a new design program
1,000 단어 조언: 디자인 교육 


2004년 ‘디자인 전공자를 위한 1,000단어의 제언’(<디자인플럭스 관련기사)을 처음 쓴 후 감사하게도 여러 디자인 학과에서 그 글을 학습 자료로 활용했다는 소식을 듣고, 2006년에는 후속으로 ‘디자인 교수를 위한 1,000단어의 제언’을 썼다(물론 두 번째는 그다지 적극적으로 교육에 활용되지는  않았다). 몇 해 전부터 나는 2012년도 가을 학기부터 시작되는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츠 대학원에서 제품디자인학과 교육 틀거리를 준비해오고 있다. 그러니 아마도 지금이 1,000단어 포맷을 다시 적용하여 새 교육 프로그램을 위한 생각과 전략, 논의들을 정리하기에 적당한 시기가 아닐까 싶다. 1,000단어는 중요한 면면에 대한 세밀한 논의라기 보다 일종의 맛보기인 셈이다(프로그램 상세 정보는 학교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음식이 곧 나를 만든다

제품디자인 대학원을 위한 첫 번째 제안은 철학이나 교습법, 교육평가와 전혀 무관하게 음식에 관한 것이다. 학생들이 효과적으로 작업하고 생각하며 좋은 느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영양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조리장, 대형 냉장고, 싱크대, 밥통, 찜통, 슬로우 쿠커 및 기타 조리 기구들을 준비하는 등, 상당 부분 먹는 것과 관련된 공간계획을 세웠다. 여기에 테이블들을 식탁 쪽으로 모아, 드로잉 실습대와 조리 실습대를 이어붙여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월, 수, 금, 토에 문을 여는 유명한 유기농 그린마켓이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있어서 좋은 식재료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다. 음식이나 음식 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관련 학과목을 계획하는 교수들도 있으며, 학생들은 6명이 매일 교대하며, 매주 1회 다른 학생들을 위해 저녁을 준비하는 식사 협동 시스템에 참여하게 된다. 이 제안에 대해 나는 스튜디오에 음식 냄새가 배는 문제, 학생들이 청소를 제대로 하지 않을 때 발생할 혼란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우려를 표해보았다(커피메이커는 누가 씻을 것인가 말이다! 그래, 내가 하면 되겠지).

공간이 아닌 장소를 만들라

개인작업공간, 공동작업공간, 레저공간, 모형제조실, 발표나 행사 공간 등, 구미에 꼭 맞는 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학과를 운영하다 보면 공간이라는 개념이 그리 적절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문제는 공간이 아니라 장소(성)를 어떻게 만들어내는가이다. 그래서 안드레아 스틸이 이끄는 건축 팀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의 철학과 실천이 구축 공간 안에서 어떻게 외화되는가 하는 문제에 포괄적이고 전체적으로 접근해나갔다.

여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원칙을 마련했다. 우선 구축은 최소화하는 대신 변용가능하고 탄력적으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구성 요소를 활용할 것,  그리고 모든 사물이 두 가지 이상의 기능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가령 수직적인 요소들은 디스플레이 기능과 공간 구성 기능을 겸비하도록 한다). 실내는 일단 빛이 잘 들고 첨단 장비가 구비된 학생들의 작업 공간으로 꾸며지지만, 매일 오후 5시에서 8시 사이에는 교실로 변용된다. 자전거 이용이나 휴대폰 사용도 용이해야 한다.

바깥에서 수업을

외부 세계와 교감을 이룰 때 가장 많은 것을 배우게 되는 만큼, 일부 수업은 교실 밖에서 진행한다. 가령 ‘소재의 미래(Material Futures)’ 수업은 인근의 머티리얼 커넥션(Material ConneXion)에서, ‘디자인 리서치 & 통합’ 수업은 IDEO에서, ‘지속가능성과 복원을 위한 디자인’은 브루클린 키친 등에서 진행하게 된다. 인터랙션 디자인 기초와 사용자 경험 구성에 관한 수업들은 인터랙션 디자인 대학원 학생들과 공동 수업으로 이루어진다.

교수법

디자인 교육계의 숨겨진 비밀이 있다면, 그것은 교수들이 자기 식대로 가르치게 내버려두는 편이 때로 최선이라는 것이다. 수년 동안 교수진들이 고심하고 협의하여 합의한 교습안을 따르라고 하는 대신에 말이다. 제품디자인 학과 교수들은 전원이 현장에서 뛰고 있는 겸임 교수여서, 자신들의 전문적 경험과 시각을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나누고 싶어한다. 이들은 고유한 경험 지식을 무기로 교수진이라는 퍼즐 속의 한 조각이 되었다. 하지만 그 퍼즐이 유기적이고 계속해서 변화한다면, 우리의 커리큘럼 역시 변화해야 한다. 제품디자인과에는 고도로 숙련된, 하지만 디자인이 지향하는 것과는 다른 길을 걷는 이단적인 실천가 집단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 우리는 조화가 아닌 뜨거운 논쟁을 향해가고 있다. 바라건대, 이것이 가치 있는 거래이길.

혼자 할 일이 아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러 교수, 비평가, 과거 혹은 미래의 제자들, 타 프로그램의 담당자들 등 수 많은 사람들로부터 매우 귀중한 조언을 들어왔고 또 지금도 그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 때로는 이들의 조언을 메모해두기도 하고 이들이 발간한 책을 읽기도 한다. 가끔 혹독한 피드백을 받을 때는 상처를 쓸어 안기도 하지만, 이들과 더불어 갖가지 고비를 넘기고 나면 축배를 들기도 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며 팀웍을 만들어간다. 스카이프, 저녁식사, Q&A 등 대화의 창구는 언제나 열려있다. 데이비드 로즈(David Rhodes)의 도움으로, 우리는 든든한 멋진 전문가들로부터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하지만 존 태커라(John Thackara)가 처음 내게 해 주었던 조언, 즉 “콘텐츠가 아닌 박스를 만들라”는 말을 더 돌이켜보게 된다. 박스라는 틀거리는, 놀라운 교수진과 이제 막 시작하는 어린 학생들이 모두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핵심이라는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계획은 하나가 아니다

얼마 전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의 학장 제프 네신(Jeff Nessin)은 아이젠하워의 말을 인용한 메시지를 전해왔다. “전투를 준비할 때마다 ‘계획’의 불필요함을 확인하긴 하지만, 그래도 ‘계획하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프로그램 기획에 착수한 후, 내 컴퓨터에서 작성되고 공유되고 비판과 재구성을 거쳐 재고되고 거부되거나 합의된 문서만 무려 5,346개에 이른다 (이 글을 포함하면 5,347개로 늘어난다. 물론 여기에는 수 천 통에 달하는 이메일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의 문서와 스케치, 프로토타입들은 빛도 보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마치 디자인 작업에서처럼) 일이 성사되어가는 과정이다.

온건한 세계를 예비하라

작년 10월 윈터하우스에서 열린 ‘디자인 교육과 사회 변화’에 관한 심포지엄에, 카네기 멜론 디자인 대학 학장이자 우리 시대에 가장 진지하고 깊이 있는 디자인 사상가인 테리 어윈(Terry Irwin)이 자리를 함께 했다. 어윈은 현재 디자인 대학의 실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와 모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2년 동안 학생들이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잠도 제대로 못 자면서 과제에 치여 엄청나게 힘든 시간을 보내게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온건한 사회를 창조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란다.”

‘온건한 세상’ 만들기는 지금까지 들었던 그 어떤 표현보다 호소력 있는 말이지만 디자인 교육 현장의 실상은 충격적일 만큼 형편없다. 학생들이 최후의 순간에 “한 숨도 못 자고 엄청나게 짓누르는 작업 때문에 거의 죽을 뻔했지만 그래도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기는 어렵지 않다. 우리는 그런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주 잘 알고 있고 이 일은 정말 간단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학생들이 경험하는 (신체적/정신적) 고갈상태를 보완하고 균형을 맞추는 구조는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 학과를 다 마친 후 회상 속에 느끼는 것이 아니라, 학교를 다니면서 느낄 수 있는 그런 구조 말이다. 이것이야 말로 그 어떤 일 보다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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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초치노브 <코어77>의 파트너 겸 뉴욕 스쿨 오브 비주얼 아트 대학원 제품디자인 학과장. 다수의 디자인 협회(IDSA, AIGA, IxDA 등)와 대학(예일대, IIT 카네기 멜론, RISD 등)에서 강의하였으며, 아스펜 디자인 컨퍼런스, 록펠러 센터(벨라지오), 윈터하우스 워크숍/심포지엄 등을 진행하였다. 더불어 각종 디자인공모전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제품 디자이너로 활동할 당시에는 의료기기를 중심으로 각종 소비재와 작업 시스템 디자인을 주로 하였고, 디자인 관련 특허 다수도 보유하고 있다. 아트 디렉터스 클럽, I.D. 매거진, 컴아츠, 더 원 클럽 등으로부터 디자인 상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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