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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헤럴드 디자인포럼 2011>디자인교육도 입시용…‘한국의 샤넬’ 아직 멀었다

시작부터 창의성 외면
기술위주 대학 교육
졸업해도 실무엔 한계
英 7세부터 교육 의무화
한국도 체계적 시스템 절실
다른 학문과 상호교류
거시적 안목 키워가야

우리나라는 디자인 전공자를 해마다 2만5000여명씩 배출한다.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가히 ‘디자인 인력 대국’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안토니오 가우디나 코코 샤넬, 조너선 아이브, 폴 스미스 등 이름만으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디자이너는 아직 없다. 또 우리 기업들은 아직도 제품 디자인 혁신 얘기가 나오면 외국 디자이너를 부른다. 왜 이럴까.

▶스타일링 위주 교육의 한계=전문가들은 한국판 코코 샤넬이 없는 이유를 획일적인 디자인 교육에서 찾는다. 입시 위주의 단편적인 교육은 시장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저급 디자인 인력을 육성했고, 시장은 결국 이들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박영춘 삼성디자인학교(SADI) 디자인 석사과정 학과장은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을 하려면 대입이라는 큰 관문을 지나야 한다”며 “입시 위주로 미술 교육이 이뤄져 학생들이 창의력을 펼치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대학에 들어와서도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쌓기보다는 스타일링(styling) 위주로 시각적 창의성만 키우는 데에 주력한다. 최근 디자인의 범위가 ‘예쁜 제품’에서 ‘고객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모든 것’으로 확장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대학 교육은 ‘디자이너’가 아니라 ‘기술자’를 육성하는 셈이다.

업계에서 원하는 수준의 고급 디자인 교육을 받는 전공자 비율도 매우 낮다.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 현재 디자인 관련학과 졸업생 2만3629명 중 기획 및 실무 개발 분야의 고급 인력이 될 수 있는 석ㆍ박사 출신들은 전체의 4.7%(1117명)에 불과했다.

▶실무 디자이너 교육 투자 전무=사정이 이렇다 보니 디자인 전공자들은 졸업과 동시에 실무에 투입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신입 디자이너가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려면 3년 정도는 걸린다고 입을 모은다.

그렇다고 사회에 나온 실무 디자이너 교육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2009년 산업디자인 통계조사에 따르면, 디자이너를 위한 재교육을 실시하는 업체는 일반 업체의 35.7%, 디자인 전문 업체의 36.2%에 불과했다. 재교육 방법 역시 전문 교육기관을 통한 체계적인 교육이 아니라 업무를 통한 자체 교육, 전시회 참관 등 비체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았다.

디자인 전문 기업의 0.6%만이 회사 내에 교육기관을 갖고 있었다. 극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거의 회사 내에 교육기관이 없는 셈이다. 대만 41.2%, 영국 20%, 일본 6.9%의 회사가 사내 디자인 교육기관을 갖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방위적 디자인 교육 필요=전문가들은 한국의 디자인산업이 발전하려면 우선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교육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디자인 선진국인 영국, 미국, 독일 등은 모두 디자인 교육이 디자인 정책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영국의 경우 7~16세 아이들에게 디자인 교육을 의무화하고, 다양한 연령층의 학생을 위해 해마다 새로운 교재와 가이드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디자인과 공학, 경영 등의 융합 과정을 필수로 이수하도록 한다.

프랑스는 5년 과정의 국립 디자인학교를 운영한다. 다양한 배경의 학생들은 국가가 운영하는 고등산업 디자인학교와 고등장식 예술학교, 고등 응용예술, 조형표현학교 등에서 고급 디자인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비디자인 영역의 사람들도 디자인을 볼 수 있는 안목을 기르는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은 디자인과 공학, 경영 등 각각 3개 대학이 연합 프로그램을 신설해 학생들이 디자인 관련 프로젝트를 1년간 수행하게 한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m.com 
2011-09-15 11:28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