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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옷만큼은 여자 말 듣지 말고, 직접 사라

남성 패션 트렌드 리더 7인 _ '영동칠우'의 옷 잘 입는 법

한국 남자들은 옷차림에 무관심하다? 여기 옷으로 인연을 맺고 가꿔가는 남자들이 있다. '영동칠우(永東七友)'. 홍승완(43·로리엣 디자이너) 김석원(41·앤디앤뎁 디자이너) 서상영·한상혁(40·제일모직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훈(40·란스미어 디렉터) 한태민(38·샌프란시스코마켓 대표) 강원식(36·탐스슈즈 대표)씨 등 한국 남성 패션계의 트렌드 리더로 불리는 7명이 만든 모임 이름이다. '영동'은 서울 강남의 옛 이름. '강남에서 만난 7명의 친구'라는 뜻이다.

▲ 요즘 한국 남성 패션계를 움직이는 7인방이다. 서울 강남에서 만난 7명의 친구라는 뜻의 '영동칠우'라는 이름으로 뭉쳐 패션에 대한 견해를 주고받는다. 왼쪽부터 한태민, 김석원, 남훈, 홍승완, 한상혁, 이준우, 강원식씨. / 채승우 기자 rainman@chosun.com

이들이 처음 한자리에 모인 것은 2년 전쯤이다. 두세 명씩 서로 만남을 가져오다가 함께 모임을 만들어 정보와 아이디어를 나누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였다. "공통분모는 남성복이지만 저마다 색깔이 있어요. 신발 애호가, 슈트 전문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홍승완)

최근 '맏형' 홍승완의 서울 신사동 로리엣 매장에 일곱 남자가 모여 '옷 수다'를 펼쳤다. 이날은 서상영 대신 이준우(40·인디케이트 이사)가 참석했다. 폐쇄적인 동아리를 만들기보다는 패션이나 트렌드에 관심 있는 사람들과 폭넓게 교류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이들에게 '옷 잘 입는 남자'가 되는 비법을 물어봤다.

①옷 입을 때 여자 말 듣지 마라

이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꼽는 첫 번째 조언이다. "어려서는 엄마가, 크면 여자친구가, 결혼하면 부인이 골라주는 대로 입어요. 그런데 여성들 중에는 남편 목 치수도 모르면서 '이 정도면 맞아요' 하면서 셔츠를 사는 분도 많아요. 남자들은 자기한테 안 맞는 옷을 그런가 보다 하고 입게 되는 거죠."(강원식)

한상혁은 "여자들은 아이템 자체가 화려하고 예쁜지를 먼저 본다"며 큐빅이 박힌 화려한 넥타이를 예로 들었다. "이런 넥타이는 슈트 같은 남성복엔 안 어울려요. 하지만 여성들의 눈길을 끌기 때문에 남자들이 양복 안에 그런 넥타이를 하고 다니게 돼요."

②불편함에 익숙해지라

남자들이 편한 옷만 찾다 보니 옷을 크게 입는다는 것이다. 통이 넓고 밑위(허리에서 가랑이까지 길이)가 긴 바지, 어깨와 암홀(팔구멍)이 큰 재킷…. 모두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옷이 커진 결과다. 김석원은 "옷을 헐렁하게 입으면 사람도 허술해 보인다"며 "슈트처럼 격식을 갖춰야 하는 옷은 편안함을 기준으로 고르면 안 된다"고 했다.

③편견을 버려라

남자들은 옷차림에 관심을 가져보려 해도 여러 가지 편견에 직면한다. 대표적인 것이 "옷보다 몸이 먼저"라는 주장이다. 한국인은 '기럭지'가 짧아 좋은 옷을 입어봐야 소용이 없다거나, 옷에 신경 쓰기보다는 몸을 가꾸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남훈은 "잘 만든 옷은 어떤 몸도 돋보이게 해준다"며 "그야말로 편견일 뿐"이라고 했다.

④자기 몸의 기본 수치는 알자

"옷으로 몸을 돋보이게 하려면 소매나 바지 길이 같은 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소매나 바지를 길게 입는 건 그러면 팔과 다리가 길어 보이리라고 잘못 알기 때문이죠. 이런 기본적인 규범도 지금까지는 잘 지켜지지 않았어요. 그런 데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는 건 '남자답지 못한' 것으로 여겨졌으니까요."(김석원)

⑤'다른' 것은 '틀린' 게 아니다

'다른' 것을 '틀린' 것으로 보는 데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정장을 입는 직장 중에는 플랫프런트(앞주름 없는 바지)는 안 되고 투턱(앞주름 2개짜리 바지)만 허용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디테일로 개성을 표현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까지 다 똑같아야 한다고 은연중에 생각하는 것 같아요."(한상혁)

⑥한 달에 두 번 자기 옷을 직접 사보자

이들은 "한국 남자들이 특별히 옷을 못 입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패션과 옷차림에 관심이 좀 더 필요하다"고 했다. 옷차림은 상대에게 자신의 취향과 안목을 드러내는 '제2의 명함'이기에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

"한 달에 두 번씩 자기 옷을 직접 쇼핑해보면 어떨까요. 비싼 걸 사지 않아도 돼요. 이것저것 입어보고 비교하면서 안목을 키우는 거죠. 자기한테 안 어울리는 옷을 사는 실패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공부가 돼요."(한태민)

이들은 "현재 한국 남성복이 과도기에 있다"고 했다. 패션에 신경 쓸 여유가 없었던 세대에서 옷으로 개성을 표현하기 시작한 세대로 넘어가는 중이라는 것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한국 남자들의 외출복은 무조건 양복이었어요. 반면 요즘엔 외국 출장을 가면 젊은 한국 남성들의 옷차림이 흥미로워졌다는 말을 많이 들어요. 이 젊은이들이 사회의 주축이 될 때쯤이면 우리 남성복도 훨씬 다채롭고 풍요로워지지 않을까요?"(홍승완)

채민기 기자 chaepline@chosun.com 

기사입력 : 2011.08.18 04:26 / 수정 : 2011.08.1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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