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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D 거품 빠지나

[NYT, 3D 영화 회의론 제기]
3D 영화수익 갈수록 떨어져… 수혜주 드림웍스·리얼D 등 주가도 수십% 추락…
"비싼 만큼 제값 못하고 안경 착용감도 불편한 탓"

"최근 개봉한 3D 영화들의 미국 국내 수익이 저조하다. 3D 붐이 꺼지고 있다."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21일과 28일 잇따라 이런 요지의 기사를 실었다. 한국 영화계는 3D를 넘어 4D 영화시장으로 달려가고 있는 데 반해 정작 세계 영화산업의 종주국격인 미국에서는 3D 영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어 대조적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대작이었던 '캐리비언의 해적4'의 극장 수익 중 3D가 차지하는 비율은 47%였다. '쿵푸팬더2'는 개봉 직후 나흘간 5380만달러(약 579억원)를 벌어들였지만 이 중 3D 티켓 판매는 45%였다. 뉴욕타임스는 "이전까지 블록버스터의 극장 수익 중에서 3D가 차지하는 비율은 통상 60%대였다"고 했다. 2009년 '아바타'의 경우 미국 내 극장 수익 중 85%를 3D로 벌어들였다. 3D 영화 수익이 갈수록 떨어지는 추세라는 말이다.

경제 조사기관인 BTIG는 "영화 티켓 판매 사이트 팬댕고(Fandango)의 티켓 판매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23일 개봉한 '그린 랜턴'과 이달 중순 개봉 예정인 '해리 포터' 모두 2D가 3D를 앞서고 있다"고 했다. BTIG의 애널리스트인 리처드 그린필드는 "영화사들은 내년까지 3D 영화 개봉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3D 영화의 하강 추세는 월스트리트에서도 징후를 발견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 3D의 수혜를 많이 입은 회사 중 하나인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주가는 지난 5월 18% 가까이 떨어졌다. 3D 기술을 선도하는 리얼D란 회사의 주가도 24%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의 주요 원인으로 '3D 영화의 비싼 티켓값'을 지목하고 있다. "관객들이 2D 영화에 비해 5달러를 더 내고 볼 만큼의 효용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3D 영화 자체의 완성도가 뛰어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드림웍스의 CEO인 제프리 카젠버그는 미국 할리우드 리포터지와의 인터뷰에서 "관객들이 3D 열풍을 일으킨 '아바타'에는 흥분하고 열광했지만 그 뒤 1년 반이 흐르면서 3D 영화에 대한 불신을 갖게 됐다"며 "일부 3D 영화는 (영화의) 본질보다는 쇼에 치중한다"고 했다. 3D용 안경의 불편한 착용감이 별로 개선되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3D 블록버스터를 만든 감독과 영화사들은 관객을 붙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트랜스포머3'의 마이클 베이 감독과 제작사인 파라마운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관객들이 돈을 더 내고서라도 볼 만한 영화"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파라마운트사는 5월 18일 베이 감독과 '아바타'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을 한자리에 모아놓고 3D 관련 콘퍼런스를 열어 '홍보전'을 펼쳤다. 3D용 안경에 대한 지적 때문에 쿵푸팬더2는 개봉 당시 어린이용 3D안경을 따로 만들었다.

한국은 어떨까. 영화 관계자들은 "미국 외 국가에선 아직 3D가 선전하고 있다"고 한다. 쿵푸팬더2의 경우 2D와 3D의 상영관 비율이 6대 4인데 관객 점유율도 62%대 38%로 나타나 3D가 '홀대'받지는 않고 있음을 알게 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국내 관객 사이에서도 2D보다 4000~5000원이 비싼 3D 영화가 제값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는 건 분명하다"며 "우리도 미국처럼 3D 회의론이 점증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기사입력 : 2011.07.07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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