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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당신 청바지의 윤리적 치수는?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난 당신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글로벌 브랜드의 미스터 ‘데님’. 편하게 ‘청바지’라 불러도 괜찮아요. 여러 나라에서 꾸준히 사랑받아온 덕에 이제는 ‘패션계의 월드 스타’라는 말도 어색하지 않네요. 전세계 의류 시장의 한 해 소비액 4000억달러 중 15% 정도가 나를 위해 쓴 돈이라니, 자존심 세울 만하죠?

바느질 한땀한땀마다 유럽·아시아의 다양한 의류업 종사자들의 ‘정성’이 배어 있죠. 첫출발은 서남아시아의 아제르바이잔입니다. 목화를 ‘하얀 금’이라고 부르는 이 동네에선 남녀 구분 없이 하루 종일 열심히 허리 굽혀 목화를 따죠. 목화 재배지가 전세계 살충제 소비량의 25%, 제초제의 10%를 사용한다니 쉽지는 않아 보이더군요. 솜뭉치로 다시 태어난 목화는 방글라데시 선원이 모는 화물선을 타고 이탈리아 북부 사르데냐 섬을 들르죠. 여기에서 솜뭉치를 꼬아 방적사(실)를 만들고, 둘둘 말린 실은 다시 중국 산둥성 의류공단에서 기계 베틀을 빠져나와 긴 천이 됩니다.

청바지 한 벌을 만들려면 1.5~2m의 천이 필요해요. 이 때문에 중국 노동자들은 데님의 상징인 ‘푸른색’을 만들려고 화학 인디고 염료 속에 천과 함께 손 담그기를 반복하죠. 이곳에는 푸른빛 손이 낯설지 않아요. 자동차공장을 닮은 방직공장에서 길게 늘어앉은 노동자들의 바느질을 거치다 보면 어느새 ‘메이드 인 차이나’ 청바지의 모습이 나타납니다.

여기가 끝이 아니죠. 중요한 ‘멋내기’가 남아 있어요. 유리·사포·화학물질에 비벼 색 바랜 낡은 느낌을 내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죠. 여러번 물세탁하는 것도 필수고요.

그렇게 태어난 난 다시 바다 건너 서울에서 당신을 만났죠. 그런데 이 아이들의 데님은 왜 이렇게 클까요? 어른 옷을 입어서라고요? 옷 한 벌에 쏟아부은 500ℓ 넘는 물과 농약, 화학약품 그리고 아제르바이잔의 땀이 멋내기용 데님에 견줘 너무 크기 때문은 아닐까요?

글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모델 김은호, 변가인·참고 서적 <블루진, 세계 경제를 입다>

| 기사입력 2011-05-26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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