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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연간 50만원 이상 지출" 46%…브랜드ㆍ디자인보다 기능성 중시

[폭발하는 아웃도어 시장]
"연간 50만원 이상 지출" 46%…브랜드ㆍ디자인보다 기능성 중시

제품구입 기준

"비싸도 품질 좋아야…몇십만원 안아깝다"
추가로 사고싶은 상품은 평상복 스타일

< 등산복도 패션시대> 아웃도어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져 올해는 4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북한산을 찾은 등산객들이 지난 주말 알록달록한 아웃도어 제품을 입고 산을 오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등산은 위험하기 때문에 기능을 제일 중요하게 생각해요. 디자인도 봐야 하지만 일단 등산화는 발이 편해야 하고,배낭은 등에 딱 달라붙는 게 좋아요. 옷은 땀이 잘 배출되고 바지는 움직일 때 편리한 걸 주로 사요. "(이경욱 씨 · 61 · 관악산)

"기능을 꼼꼼하게 따집니다. 할인매장에서 구입할 때는 언제 만들어진 제품인지 살펴봐요. 고어텍스 수명은 보통 5년이라 만들어진 지 오래된 옷은 방수 기능이 떨어져서요. "(윤덕성 씨 · 35 · 수락산)

◆아웃도어 살 때는 '기능성'이 가장 중요

수도권 등산객의 절반가량은 등산화 배낭 등 아웃도어 제품을 고를 때 '기능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5일 오전 북한산 수락산 청계산 관악산 등 서울의 주요 4개산 등산로에서 산에 오르는 240명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다.

설문 대상자 중 51%는 등산화를 고르는 기준으로 기능성을 꼽았다. '색상과 디자인'(16%) '가격대'(14%) '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12%)보다 기능성을 택한 비중이 월등히 높았다. 북한산에서 만난 김상화 씨(53)는 "등산화는 무엇보다 기능이 중요하다"며 "험한 산행을 즐기기 때문에 약간 무겁지만 발목을 보호해주고 내구성이 좋은 중등산화를 고른다"고 말했다.

배낭과 스틱 등 등산용품을 선택하는 기준도 등산화와 비슷했다. '기능성'이 52%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가격대'(16%),'브랜드 인지도나 이미지'(13%) 순이었다. 다만 '주변의 권유'를 받아 산다고 응답한 등산객이 10%로 다른 상품군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 아파트 등산모임 멤버들과 함께 청계산을 찾은 최희숙 씨(37)는 "스틱 같은 용품은 잘 모르니까 산을 많이 타본 친구들이 추천하는 것을 산다"고 전했다.

재킷 티셔츠 바지 등 아웃도어 의류를 구매하는 기준도 '기능성'(37%)을 중요시하는 등산객이 가장 많았으나 '색상과 디자인'을 우선적으로 본다는 응답도 26%에 달했다. 아웃도어의 패션화 경향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락산을 찾은 김정애 씨(45)는 "요즘 등산복 기능은 엇비슷한 것 같아서 색상을 중요하게 본다"며 "밝은 색이 유행인데 얼마 전 연두색과 주황색에 형광색이 들어간 재킷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같은 산에서 만난 이현주 씨(52)도 "주변 사람들이 어떤 색상과 디자인의 옷들을 입었는지 살피게 된다"며 "친구가 예쁜 옷을 입고 오면 산에서 내려와 함께 사러 가기도 한다"고 응답했다.

◆최근 1년간 '50만~100만원 구입' 많아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 가격에 대한 등산객들의 반응은 "비싼 만큼 품질이 좋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황규영 씨(60)는 "비싼 만큼 옷이 좋으니까 사치가 아니다"며 "좋은 것을 입으면 품질이 확실히 다르고 기능이 더 좋다는 걸 확연히 느낀다"고 지적했다. 강현성 씨(43)도 "활용도를 따지고 보면 등산용품만한 것도 없다"며 "등산복은 평소에도 편하게 입고 다닐 수 있어 몇십만원 해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1년간 아웃도어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쓴 비용을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5%가 '1인당 50만~100만원'이라고 답했다. 이어 '30만~50만원'(26%),'10만~30만원'(17%) 순이었다. '100만~200만원'을 썼다는 응답자도 10%에 달하는 등 '50만원 이상'이 모두 46%였다. 배인영 씨(55)는 "아웃도어는 자주 구입하는 편이 아니어서 한번 살 때 확실히 마음에 드는 것으로 산다"며 "조금 더 돈을 주더라도 예쁘면서 브랜드도 알려진 것으로 구매한다"고 설명했다.

◆추가 구입할 품목은 '캐주얼한 의류'

등산복과 등산화 등 필수 품목을 제외하고 추가 구입할 의사가 있는 상품군으로 응답자들은 '캐주얼한 평상복 스타일의 의류'(25%)를 가장 많이 꼽았다.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라푸마 등 주요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시티웨어''타운웨어' 등으로 불리는 평상복 시장을 겨냥해 기능성에 패션성을 강화한 의류 상품군을 대폭 강화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권영화 씨(35)는 "요즘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에 가면 정말 예쁜 디자인의 옷이 많다"며 "여름도 다가오고 해서 평소에도 입을 수 있는 밝은 색의 기능성 티셔츠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배낭 스틱 등 등산용품과 기능성 있는 전문가용 의류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자도 각각 23%와 19%에 달했다. 등산을 자주 다니거나 보다 전문적인 산행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를 반영한 대목이다. 김태경 씨(43)는 "최근에 등산용 스틱을 처음 사서 써보니 무릎에 부담이 덜 가고 내려갈 때 편했다"며 "등산을 제대로 다닐 거라면 등산화와 등산복은 기본이고 배낭 장갑 깔개 모자 스카프 등 전문용품을 모두 갖추는 게 필요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입력: 2011-05-19 17:31 / 수정: 2011-05-20 09:19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