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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최신 자동차 트랜드는 "최악의 디자인해저드"


[쿠키 올댓오토] 최근들어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들은 초대형 럭셔리 세단에서부터 소형 자동차까지 마치 스포츠카처럼 날렵한 몸체와 엄청나게 큰 바퀴, 낮은 지붕 등을 자랑하며 '섹시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최신 자동차 디자인 경향에 대해 미국 경제전문잡지 '포브스'가 "승객의 안전과 운전자의 운전감을 전혀 무시한 '완전히 잘못된' 설계"라며 직격탄을 날리고 나섰다.

이 잡지는 최신호에서 '자동차 디자인의 재앙'이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새로 내놓는 자동차들의 디자인은 겉만 보기좋을 지는 몰라도 자동차가 갖춰야 할 덕목이라는 면에서 보면 빵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신 자동차들이 하나같이 채택하고 있는 디자인 경향이 바로 큰 바퀴와 낮은 지붕, 좌석에 앉은 승객이 밖에서 보이지 않을 정도의 높은 창문"이라면서 "이 세가지 디자인 트랜드가 바로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큰 바퀴

1000cc이하 배기량의 소형차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최신 승용차들은 무조건 큰 바퀴를 기본사양을 채택하고 있다. 번쩍거리는 휠과 차체에 꽉 맞는 18인치 바퀴가 대세가 된 것이다. 이같은 디자인 경향은 세단조차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시각적 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큰 바퀴가 과연 안전할까? 포브스는 절대 아니라고 단언한다. 바퀴는 운전자가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어떻게 지면에 닫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를 직접 느끼게 하는 자동차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바퀴가 클수록 이 운전감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엑셀러레이터를 이만큼 밟으면 바퀴는 얼마나 구를 지를 운전자가 느끼기에도 평균이상으로 큰 바퀴는 결코 좋지 않다.

특히 방향을 바꾸기 위한 핸들 조작에도 역시 평균 크기의 바퀴보다 훨씬 감이 떨어진다. 유턴시 자동차의 반경도 훨씬 커져 좁은 길에서의 회전도 예전보다 훨씬 어렵다.

16인치나 18인치 바퀴는 10년전만해도 차체 자체가 보통 승용차의 두배에 필적하는 대형 세단에나 달려 나왔다. 아니면 형편없는 70년대 중고자동차에다 요란한 디자인의 휠과 대문짝만한 바퀴만 달고 다니던 미국 20대 '철없는 젊은이'들이나 선호하는 것이었다.

◇범퍼는 작아지고, 바퀴 부분은 커진 차체.

범퍼의 목적은 사고로 자동차가 부딪혔을 때 탑승자의 몸에 최대한 충격을 주지 않게 하고 엔진등 자동차의 주요 부품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최신 자동차들은 하나같이 범퍼 크기를 작게 만들고 있다. 예전 자동차들이 헤드램프 앞으로 툭 튀어나올 정도로 큰 범퍼를 사용한 데 비해 요즘 차들은 헤드램프와 범퍼가 거의 구별하지 못할 정도가 됐다. 2011년형 아우디나 BMW같은 럭셔리브랜드 승용차들을 보라.

바퀴를 끼우는 옆부분도 가관이다. 16~18인치 바퀴가 들어가면 아예 공간이 남아나지 않을 정도로 꽉 끼는 모양새다. 바퀴 공간은 충분히 여유가 있어야 한다. 사고가 났을 경우 범퍼가 밀려들어와도 바퀴가 터지지 않도록 설계돼야 탑승자의 안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요즘 승용차들은 이 디자인의 필수 미덕을 완전히 망각했다.

◇높아진 벨트라인

새로나온 현대자동차의 소나타나 아우디, BMW의 SUV, 혼다의 럭셔리브랜드 아큐라의 모델들을 보라. 전부 창문은 작고 탑승자는 바깥에서 머리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 역시 스포츠카처럼 날렵하게 보이게 하기 위한 디자인이다.

창문이 작아졌다는 것은 운전자의 시야가 훨씬 좁아졌다는 의미다. 백미러나 뒷부분 확인 모니터 화면 이외에 운전자가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시야가 너무 좁아졌다. 그만큼 안전하지 않아진 셈이다.

◇낮아진 지붕.

요즘 직각 형태의 박스카는 잘 찾아보기 힘들다. 지붕은 낮아질 대로 낮아져가고 있다. 심지어 험로 주행용 SUV조차도 뒷좌석쪽 지붕을 깎아서 유선형으로 만들어진다.

도대체 뒷좌석 승객은 편하게 차를 타지 말라는 뜻인가? 남들에게 멋져보이게 하기 위해 탑승자들은 더 불편해야 하는 게 어찌 디자인의 발전이라 할 수 있을까.

꽉 끼는 스키니진은 그걸 입겠다는 사람들에게나 훌륭한 패션일 뿐이다. 스키니진을 모든 세대의 사람들이 다 편해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승용차들은 대형 세단, 중형 승용차, 페밀리카, 소형차, 쿠페, SUV를 막론하고 전부 납짝한 지붕에 날렵한 외관이다. 이는 모든 세대에게 스키니진을 강요하는 게 아니고 뭐란 말인가.

닛산의 럭셔리 브랜드 인피니티가 내놓는 플래그십 세단 G35의 외양을 한번 훑어만 봐도 이 평가가 타당함을 알 수 있다. 납짝한 지붕에 뒷좌석에 타야할 CEO가 과연 편하게 앉을 수 있을 지 궁금하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2011.05.13 16:53][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