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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런웨이에서 부활한 바로크·로코코 화가들

와토·벨라스케스 그림 속 패션
비비안 웨스트우드·갈리아노… 현대 디자이너 손 끝에서 재현

프랑스 상류사회의 우아한 모습을 즐겨 그린 로코코 시대 화가 와토(1684~1721)는 '히스토리시즘(historicism·역사주의)'을 테마로 하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 대표적인 인물이다. 와토의 그림에 등장하는 섬약한 귀족 여인들은 대개 뒤쪽에 박스 플리츠(box pleats·상자 모양 주름)가 있는 드레스 '색백 가운(sackback gown)'을 입고 있다. 1990년대부터 빅토리아&앨버트 뮤지움의 바로크·로코코 소장품을 연구하기 시작한 영국 패션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70)는 1996년 봄·여름 컬렉션에 '와토 가운'을 재해석한 '와토 이브닝드레스'를 내놓았다. 녹색·자주색 실크와 타프타를 사용한 이 드레스의 모델은 린다 에반젤리스타였다. 로코코 시대 상류계급 여인들의 크림색 살결을 생생하게 묘사한 프랑스 화가 부셰(1703 ~1770) 역시 웨스트우드에게 영감을 줬다. 웨스트우드의 '부셰 코르셋'은 부셰의 그림 '다프니스와 클로에'를 모티브로 삼았다. 이윤아 영국 브라이턴대 교수(디자인사)는 "웨스트우드는 로코코시대의 여성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여성의 형태미를 만드는 도구인 코르셋에 집어넣었다"고 말했다.

▲ 2011년 크리스찬 디올이 선보인 드레스. 노란 파스텔톤의 색감, 로맨틱한 리본 장식, 겹겹이 드러난 풍성한 치맛자락은 로코코 시대 여성 복식인 ‘로브 아 라 프랑세즈(프랑스 옷)’에서 영향받은 것이다. 왼쪽 위 작은 사진들은 노란색부터 차례로 18세기 전형적인 로코코 스타일의 실크 드레스 ‘색백 가운’, ‘색백 가운’을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1996년 재해석한 ‘와토 이브닝 드레스’, 화려한 자수로 장식한 디올의 2005년 로코코풍 이브닝 드레스. /크리스찬 디올·국립중앙박물관 제공화사하고 부드러운 로코코풍 패션의 강자가 프랑스라면 과장되고 위엄있는 바로크풍 패션의 강자는 스페인과 네덜란드다. 스페인 바로크 화가 벨라스케스(1599~1660)는 갈리아노 포 디올(Galliano for Dior)의 2007년 가을·겨울 컬렉션에 영향을 줬다. 고야(1746~1828)의 1806년 작 '이사벨 코보스 데 포르셀 부인의 초상' 속 인물의 검은색 베일과 복식은 갈리아노의 손끝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 네덜란드 바로크 화가 프란츠 할스의 그림 ‘카타리나 후프트와 유모’(1620·사진 왼쪽)는 비비안 웨스트우드의 ‘프란츠 할스 코르셋(오른쪽)’에 응용됐다.

●도움말 주신 분들(가나다순)

간호섭 홍익대 교수, 김주연 홍익대 교수, 김홍기 패션 칼럼니스트, 이윤아 영국 브라이턴대 교수, 정인희 금오공과대학 교수

곽아람 기자 aramu@chosun.com

기사입력 : 2011.05.1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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