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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그 화려함에 다시 취하고 싶어… 바로크·로코코가 온다

17~18세기 유럽서 유행했던 양식… 21세기 디자이너들 열광

"나는 내추럴한 것이 싫다. 로코코 시대의 여자들처럼 일상에서도 머리에서 발끝까지 한껏 차려입는 것을 좋아한다."

영국의 전위적 디자이너 비비안 웨스트우드도 이 시대 예술에 반했다. 17~18세기 유럽 궁정을 휘감았던 바로크와 로코코 예술. 18세기 프랑스 회화와 진귀한 가구, 장식품은 화려한 것을 추구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다.

◆바로크·로코코가 뭐기에

바로크(Baroque)는 서양 역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역동적이었던 예술 사조로 르네상스 이후 17~18세기 유럽을 지배했다. 바로크라는 말은 '일그러진 진주'를 의미하는 포르투갈어. 절대왕권을 중심으로 한 근대적 국가체제 성립과 종교개혁, 신대륙 개척 등으로 당시 유럽은 '다이내믹' 자체였다. 프랑스·스페인·영국의 절대 군주들은 형식과 질서를 고수하면서도 웅장하고 화려한 양식을 선호했고, 이게 '바로크 선호'로 이어졌다.

▲ 화려한 금색 스팽글로 로코코 시대를 떠올리게 하는 루이비통 백(사진 왼쪽), 바로크 시대부터 이어져 온 독일 도자기 업체 ‘마이센’의 현대 자기(오른쪽).18세기 초, 왕권이 약화되고 귀족과 중산 계급이 부유해지면서 좀 더 진일보한 형식이 나타났다. 보다 가볍고 감각적인 로코코(Rococo) 양식이다. 은빛이나 분홍색, 연두색을 주조로 한 실내 장식은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얽히면서 격정적 감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며 묵직한 신고전주의 미술이 등장하면서 로코코는 막을 내렸다. 
 

▲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디자인한‘프루스트 지오메트리카’ (2009,왼쪽). 바로크 양식의 틀에 포스트 모던한 빛깔을 입혔다. 오른쪽 사진은 호두나무에 금박을 입힌 18세기의 안락 의자. 섬세한 장식미는 시대를 넘은 공통점이다. /카펠리니코리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영원한 화두, 바로크·로코코

역사상 가장 화려한 양식이었던 바로크·로코코 예술은 현대에 와서 의상·액세서리·가구·장식품 등에서 끊임없이 차용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디자인 거장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는 루이 15세 시기의 바로크 양식을 모방한 것.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름을 붙인 이 의자는 바로크 양식의 틀에 형형색색의 점묘화로 그려진 천을 씌워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표현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필립 스탁은 루이 16세 때 만들어진 로코코 스타일의 의자를 원형으로 투명 플라스틱을 사용해 초현실적인 의자를 만들었다. 가장 유명한 보석함 메이커나 식기 메이커는 여전히 ‘바로크, 로코코 시대’에 머물고 있다. 

현대의 많은 디자이너들이 이 시대 예술에서 영감을 얻는 이유는 뭘까. 김주연 홍익대 산업디자인과 교수는 "바로크·로코코는 조형적으로 가장 풍요롭고 새로운 모티프가 많이 만들어졌고 '고급문화'가 정착한 시기"라며 "화려했던 시대의 역사적 향수를 그대로 전달하면서도 다채로운 변용이 가능해 현대인들이 쉽게 소비할 수 있다"고 했다.

허윤희 기자 ostinato@chosun.com

기사입력 : 2011.05.11 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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