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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이렇게 생각한다] 역사 단절된 도시환경디자인 `유감`

2003년 당시 청계천 복원에 대한 발상은 칭찬받을 만한 일이었고, 디자인 서울의 출발점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청계천을 따라 걷다 보면 폐쇄된 공간 속에 갇혀 있다는 극도의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높은 둑과 좁은 천길로 인해 하천으로 내려가거나 올라올 수 있는 접근성이 부족하다. 차선을 줄여서라도 이 문제를 해결했어야 했다. 또 금속가공, 세공, 목형, 주물 가게들이 거미줄처럼 서로 연계돼 있었던 청계천 주변 수십 년의 역사도 사라졌다.

이들의 삶은 속성상 연결망이 해체되면 제 기능을 할 수 없어 소멸된다. 이를 간과한 채 문정동에 건물을 지어 강제이주정책을 펼친 결과 장인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소중한 역사와 장인의 가치를 잃게 됐다.

광화문 광장을 바라보면 조선의 역사적 시퀀스가 단절돼 있다. 옛 모습인 육조거리에 담긴 역사성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 해도 역사성은커녕 도시환경 디자인의 형상과 배경 원리에도 어긋난다. 충무공 동상은 좁고 높은 형태인 반면, 뒤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은 넓고 낮다. 기초적 원근법부터 불균형하다. 분수대 또한 원래 사람들이 물을 얻었던 역사성에서부터 출발했어야 했다. 도시환경 디자인은 기존 도시와 자연환경 상태를 그대로 인정해 그 속에 누적된 시간의 키를 축적하고, 역사와 기억의 문제를 풀어 미래와의 연속성을 가꿔 나가는 일이다.

[권일현 한국폴리텍대학 기획국장ㆍ디자인학 박사]

기사입력 2011.04.29 17:02:11 | 최종수정 2011.04.29 17: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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