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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디자인으로 먹고사는데 회사소속 디자이너 없다 ?

프리랜서지만 완벽한 자율성 줘, 경영진도 디자인 변경 요구못해

덴마크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꼭 가봐야 할 나라다. `레고` 장난감, `로열 코펜하겐` 접시, 그리고 `뱅앤올룹슨`이 태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북유럽에 속한 덴마크 사람들은 길고 추운 겨울을 보내면서 집안 환경에 관심을 쏟게 됐고, 편리하고 기능적이면서 질리지 않는 디자인으로 오래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뱅앤올룹슨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 시골마을 스트루에르에서 만난 토르첸 발뢰르 뱅앤올룹슨 책임디자이너는 "새롭고 혁신적이지만 막상 사용할 때는 매일 쓰는 물건처럼 쉽고 편한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데이비드 루이스 수석디자이너와 함께 뱅앤올룹슨 디자인을 이끄는 `투톱`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회사 직원은 아니다. 뱅앤올룹슨에서 일하는 모든 디자이너는 계약 프리랜서다. 디자이너로서 완벽한 자율성과 독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프리랜서지만 소속감은 높다. 발뢰르 디자이너의 스승이자 `베오랩 5` 스피커, `베오센터 2` 홈시어터 등 대표 제품을 만든 루이스 수석디자이너는 1970년대부터 계속 일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은 디자이너에게 의견을 말하고 때에 따라 의견 다툼을 벌일 수 있지만 디자인 변경은 요구할 수 없다. `디자인을 위한 제조(Manufacturing for Design)` 원칙이 확고한 셈이다.

`아이디어 랜드(Idea Land)`는 이 회사의 상징이다.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디자이너 25~30명가량, 컨셉트 개발자, 기술자, 경영진 등이 만나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제품에 대한 기초를 다진다. 발뢰르 디자이너는 "디자이너들은 아이디어가 넘치지만 그런 아이디어가 기술적으로 구현 가능한지 모를 때가 많다. 이때 엔지니어들이 명확한 선을 그어준다"고 설명했다.

뱅앤올룹슨의 고정관념을 파괴하는 디자인과 디자인에 담긴 사용자 편의성, 견고한 내구성 덕분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1972년부터 영구적으로 25개 제품이 전시되고 있다.

옆으로 열리는 슬라이드 커버, 사용자 손이 가까이 가면 미끄러지듯 열리는 유리 도어, 제품 전원이 켜지고 꺼질 때 열리고 닫히는 수납장, 전원이 켜질 때 사용자를 바라보면서 회전하는 TV 등은 이 회사 디자인 철학을 보여준다. 놀라움을 주지만 충격적이지 않으며, 갑자기 시작하거나 멈추지 않는 `움직임에 대한 통제`다.

[스트루에르 = 황시영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 2010.06.14
http://news.mk.co.kr/outside/view.php?year=2010&no=307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