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패션

2011 춘계 서울패션위크 총 결산

신진 발굴·글로벌 디자이너 육성에 선택과 집중 필요

서울컬렉션-기존 지원 없애고 누구나 참가하도록 문호 개방해야
추진위원회-패션 대기업과 디자이너 매칭 사업으로 영역 넓혀야

[패션저널:강두석 기자]2011 춘계 서울패션위크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약진이라는 성과를 남기고 끝났다. 이번 행사는 신인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이전부터 꾸준히 진행해왔던 Generation Next와 이번에 신설된 Fashion Take-Off로 진행됐고, Generation Next보다는 상대적으로 좀 더 경력이 많은 Fashion Take-Off 쪽에 관심과 찬사가 이어졌다. 실제 Fashion Take-Off는 창의적이고 신선한 작품성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신진들의 약진에 비해 기성 디자이너들의 쇼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다. 기성 디자이너들의 패션쇼가 열린 서울무역전시장에는 연일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으나, 이들의 쇼를 찾는 바이어나 패션 담당 기자들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관람 편의성을 원인으로 지적하는 이들이 많았다. 바이어나 기자들은 뒷전인 컬렉션에, 전시즌과 별반 다르지 않은, 그래서 예측 가능한 패션쇼에 굳이 참관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패션업계를 둘러싼 열악한 환경을 웅변으로 보여주는 것이 서울컬렉션이라는 비아냥이 자연스레 흘러 나왔다. 서울컬렉션에 대한 이같은 분위기는 그대로 서울패션페어로 이어져, 전시장은 대부분 한산했다.

간혹 학생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이것저것 살펴보는 외에 바이어들은 별반 눈에 띄지 않았다. 전시장을 매장으로 활용한 일부 액세서리 브랜드들의 부스에는 물건을 사려는 소비자들이 몰려 행사 기간 내내 상당히 북적였지만, 그 외의 부스들은 말 그대로 적막했다.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시장에서 만난 전시 참가사들은 Generation Next와 Fashion Take-Off도 서울무역전시장에서 함께 열었어야 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바이어와 기자들의 관심이 컸던 행사들이 한 곳에서 열렸다면 이들의 시선에 노출될 기회가 한 번이라도 더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인 것.

물론 컬렉션이 중심이 되는 행사에서의 전시는 사실 외면받기 쉬운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는 해도 컬렉션에 참여할 수 없는 디자이너들이 참가하는 전시회를 위한 배려도 조금은 있어야 하지 않는냐는 말이 그냥 볼멘 소리 정도로는 들리지 않았다.

이번 행사는 또한 행사 전체 예산이 줄면서 서울컬렉션 참가 디자이너 수를 대폭 줄였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서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특히 컬렉션에 내셔널 브랜드(기성복)가 참가한데 대한 불만도 많았다. 차기 시즌의 트렌드를 제안하는 컬렉션에 대기업 기성복 브랜드들이 참가해 홍보를 펼친데 대한 불만이였다. 해외 어떤 유명 컬렉션도 이처럼 내셔널 기성복브랜드들을 대거 참가시켜 그들의 홍보를 대행해주는 행사는 없다는 것이 패션업계의 전반적인 견해였다.
 

정작 컬렉션의 주인공이 돼야 할 디자이너들은 심사를 통해 탈락시키면서 자금이 충분한 대기업에서 전개하는 내셔널 브랜드들이 정부 지원을 받는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당사자들과 주최측 모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전체적인 행사의 운영은 지난 행사들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 2년간 조직위원회를 중심으로 운영돼 오던 행사가 올해는 서울패션센터로 이관돼 진행됐으나, 여전히 행사의 방향성과 관련한 고민의 흔적이 별반 보이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우세했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의 행사 운영 실태를 분석한 결과 추진위원회의 행사 운영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는 결론을 내고 이번 행사부터 운영 실무를 서울패션센터로 이관했다. 추진위원회는 행사 관리 기구로 위상을 축소시키고, 실무는 서울패션센터가 관장토록 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행사를 코앞에 두고 원대연 조직위원장이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원대연 전 위원장은 서울시 측이 전문 인력 확충에 대한 조직위원회의 요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은 채 소규모 법인 운영만을 강조해오다 전문성 부재를 내세워 사업국을 폐지한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원 위원장은 조직위원회의 자율성과 독립성도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박찬영 서울패션센터 본부장은 서울시와 조직위원회 사이에 어떤 견해 차이가 있었는지 자세히 알지 못한다고 전제하고, 조직위원회가 그동안 상당한 자율권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와관련 서울패션센터 측은 추진위원회의 사업국 폐지에 대해 전문성 부족과 성과 미흡 때문이라는 보도자료를 낸 바 있다.

서울패션위크의 성과와 관련, 본지는 오래 전부터 행사의 방향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는 주문을 해왔었다. 그러나 주최측은 수년간 여전히 비즈니스에만 몰입해 있다. 물론 그것이 최소한 행정적으로는 가장 설득력 있는 대안이라는 것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국내에 바잉 시스템이 전무한 상황에서의 비즈니스라는 말이 공염불에 불과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을텐데도 거기에 매몰돼 헤어나지 못할 경우 성과 부문에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에서 이 문제는 쉽게 간과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서울패션위크는 한국의 패션 수준을 대내외에 알리고 국내 디자이너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측면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선별 초청이 선행돼야 하고, 초청한 바이어와 기자들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관광에 몰두하는 해외 초청 인사들에 대한 제보가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음을 주최측도 모르지 않을 터이다.

또한 서울컬렉션은 기본적인 하드웨어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모두 참가 디자이너 자부담으로 해서 참가를 원하는 모든 디자이너에게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서울컬렉션에 참가할만한 디자이너라면 컬렉션 비용쯤 스스로 부담할 수 있는 역량이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도 국내에서 컬렉션을 할 수 있는 디자이너는 50명 남짓이라는 분석이고 보면 전혀 불가능한 말은 아니다. 주최측은 일정 조정 역할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할 경우 신진 디자이너들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수 있어 알려지지 않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역량 강화에 대한 지원을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서울패션위크는 신진들을 발굴하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시켜주는 장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패션 강국을 지향한다는 나라에서, 비견될 수 없을 만큼 가장 열악한 유통 구조 덕분에 신진 디자이너들이 제대로 터잡을 수 없는 환경에서는 이같은 신진들에 대한 지원이 더없이 중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신진들에 지원 확대와 함께 그들의 컬렉션에는 연예인들의 출입을 제한시켜 패션쇼에 대한 집중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사실 이번 행사를 통해 신진들이 넘치는 의욕과 창의력을 보여준 것도 그들에게 목표 의식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릴 수 있는 기회가 국내에서 그런 기회를 전혀 얻을 수 없는 그들에게는 무엇보다 값진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기성 디자이너들은 그같은 목표 의식이 부족했던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목표 의식이 없다 보니 브랜드 홍보에만 매달렸다는 것이다. 브랜드를 홍보하는데 예산을 지원하기 보다는, 새로운 인재를 양성하고 이들을 국제적인 인재로 키우는 일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 이번 행사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중론이었다.

또한 열악한 국내 유통시장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기왕에 출범했던 서울패션위크조직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 국내 패션 대기업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결연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신진 디자이너들의 경우 꾸준한 작품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특히 국내의 경우 디자이너가 옷을 만드는 데서부터 경영까지 모든 일에 관여를 하는 상황이다 보니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만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패션으로 성공한 대기업들을 통해 신진 디자이너들을 인큐베이팅할 경우 신진 디자이너들이 창작에 더 매진할 수 있어 보다 창의적이면서도 시장 친화적인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다.

[뉴스일자: 2011-04-25][패션저널&텍스타일라이프 ⓒ세계섬유신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