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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행사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미래 가구산업의 현장’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를 가다
올 3대 트렌드는 협업·융합·변신

이탈리아에서 가구산업은 자동차, 패션과 더불어 국가경제를 이끌어 가는 3대 산업 가운데 하나다.

전 세계 고급가구 시장을 선도하는 이탈리아 가구업계의 힘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현장은 해마다 4월 패션도시 밀라노에서 열리는 국제가구박람회다.

▲ 12일(현지시간)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의 막이 올랐다. 2700여개 업체들이 차려놓은 전시장마다 독창적인 디자인과 기능을 갖춘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에이스침대 제공
 
지난 12일(현지시간)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밀라노 국제가구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밀라노 중심부에서 20㎞ 떨어진 전시장 ‘피에라밀라노’ 주변에는 전 세계에서 몰려든 바이어, 가구업체 종사자들과 기자단을 실어나르는 버스가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붐비기 시작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박람회를 다녀간 인원은 약 33만명. 세계 최대 규모로, 2700여개 업체가 참가하는 박람회가 열릴 때면 밀라노 지역 호텔 방값은 최고 3배 이상 뛰고 주변 식당가와 상점은 반짝 특수를 누린다. 단 6일짜리 행사가 파생하는 경제적 효과는 자그마치 4억 5000만 유로(약 7200억원). 디자인 강국 이탈리아가 올리는 부가가치에 다시 한번 입이 벌어진다.

1961년 시작된 행사가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시장 선도력 때문. 뚜껑을 열어보면 참가업체 2700곳 가운데 2000곳이 이탈리아 업체로, ‘국제’라는 이름표가 무색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전시관을 돌면서 현지 업체들이 내놓은 창조적인 결과물을 보면 박람회가 왜 국제적인 위상을 가지게 됐는지 수긍이 간다.  

2002년부터 매년 빠짐없이 직원들을 이끌고 박람회를 찾고 있는 안성호 에이스침대 대표는 “이탈리아 업체는 1년간의 연구·개발 끝에 한 가지 제품을 내놓는 것이 보통”이라며 “엇비슷한 제품을 찍어내는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효율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겠으나 이처럼 디자인과 기능에서 뚜렷하게 차별화된 2000개의 제품을 볼 수 있는 박람회는 없다.”고 말했다.

수많은 트렌드가 경합을 벌이는 가운데 협업·융합·변신이 올해의 굵직한 흐름으로 읽힌다. 산업계 전반에서 협업은 이미 대세. 소파로 유명한 ‘아르플렉스’는 패딩점퍼를 만드는 ‘아스피지’와 손잡고 멋스러운 패브릭 소파를 내놓았다. ‘모다’라는 업체는 리히텐슈타인, 앤디 워홀 등 팝아트 작가의 유명 작품과 일본 애니메이션을 차용한 소파·장식장·옷장 등으로 눈길을 끌었다.

아이폰·아이팟 등의 도킹 시스템을 내장한 거실장도 가구 산업이 갈 길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공간과 상황에 따라 변신 가능한 ‘트랜스포머형’ 가구들의 존재감도 높았다. 카를로 굴리엘미 밀라노 가구박람회 회장은 가구산업의 미래에 대해 “사람을 더욱 편안하게 해주는 기술적 진보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밀라노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2011-04-1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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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50주년 맞은 ‘밀라노 가구 박람회’

【밀라노(이탈리아)=이유범기자】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공업도시인 밀라노에서 유럽 최대의 가구 산업전인 ‘i Saloni(아이 살로니, 이하 밀라노 가구 박람회) 2011’이 개최됐다. 이 박람회는 1961년 시작된 이래 이탈리아는 물론 전 세계 가구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한다는 점에서 세계 가구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규모면에서도 총 21만500㎡, 참가업체 2720개로 세계 최대를 자랑한다. 이 때문인지 개장시간이 오전 9시30분임에도 불구하고 시작 전부터 박람회장 입구는 전 세계에서 밀려든 관람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특히 올해는 이 박람회가 시작된 지 50주년을 맞이하면서 슬로건을 ‘50 years Young’으로 잡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 세계 가구산업의 리더 이탈리아

이탈리아 산업에서 가구는 자동차, 의류에 이어 3번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기능과 디자인으로 전 세계 가구 시장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국내 가구시장이 사양산업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평가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탈리아 가구산업의 강점은 이탈리아 가구가 갖는 역사성에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 가구산업은 서기 1400년대부터 가내 수공업 형식으로 시작됐으며 현재도 이 같은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자체 규모는 중소기업이지만 고가가구 시장에서 품질과 디자인으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업체들이 대부분이다. 이날 전시장 부스에서 찾은 ‘프란체스코 몰론’사와 같은 경우도 가내수공업 방식을 철저히 고수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지난 1966년 창업주의 이름을 따서 설립된 ‘프란체스코 몰론’사는 직원수가 180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지난해 3500만유로(약 6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기록했다.

또 현 사장인 로베르토 몰론 사장은 창업주 프란체스코 몰론의 장남으로 가업을 잇고 있는 2세 경영인이다. 로베르토 몰론 사장은 “오랜 역사와 전통이 이탈리아 가구 산업의 강점이며, 특히 장인정신으로 무장된 철저한 품질 관리도 이탈리아 가구 산업을 이끌고 있는 배경”이라고 강조했다.

■ 올 트렌드는 컨버전스와 복고

올해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가장 두드러진 트렌드는 융합(컨버전스)이다. 일례로 모던 가구 업체인 포트레이트사의 경우 리히텐슈타인의 미술작품이나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을 가구에 접목시키면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에이스침대가 수입 판매하고 있는 알플렉스의 경우 이탈리아 레저 의류업체인 아스피지의 최첨단 의류소재를 가구, 의자 등에 도입하기도 했다.

색상의 경우에는 화이트 하이그로시(흰색 광택) 마감을 도입하며 복고풍의 회귀를 예고했다. 그동안 흰색으로 마감처리한 가구는 현대적(모던) 가구에 한정됐으나 올해는 고전(클래식) 가구에도 도입했다. 제품의 형태는 중세 유럽 스타일이지만 색감은 기존 오크색이 아닌 흰색 처리된 것. 이에 따라 올해 가구 디자인에 복고바람이 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안성호 에이스침대 사장은 “기존과 비교할 때 흰색으로 마감한 제품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며 “1970년대 흰색이 유행했던 것을 감안하면 복고풍으로의 회귀가 눈에 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이유범기자

■사진설명=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최대 공업도시인 밀라노에서 가구 산업전인 '밀라노 가구 박람회 2011'이 개막됐다. 규모면에서 세계최대를 자랑하는 이 박람회를 관람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이 박람회장 입구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기사입력2011-04-13 22:24기사수정 2011-04-13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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