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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컴퓨터 그래픽 영화史⑨-렌더맨의 등장

1985년 봄 루카스필름의 컴퓨터 천재들은 실제와 같은 컴퓨터 영상을 만들어내는 데 필요한 비용을 급격히 감소시킬 수 있는 독자적인 그래픽용 컴퓨터를 개발해냈다. 픽사라는 이름이 붙은 이 컴퓨터는 각각 R, G, B, 알파의 4개 채널을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채널 프로세서를 장착한 병렬식 컴퓨터였다.

이 컴퓨터는 매초 1,000만개의 명령을 처리했다. 그러나 픽사의 정교함과 진정한 힘의 열쇠는 이 컴퓨터를 구동시키는 소프트웨어 즉 실제와 같은 형태나 무늬를 만들어내는 복잡한 알고리즘에 있었다. 이 알고리즘 및 인터페이스를 '렌더맨'이라 불렀다(참고로 2004년까지도 픽사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애니메이션들은 렌더맨 알고리즘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뛰어난 그래픽 능력과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X-MP보다 1/10 정도의 가격이면 살 수 있는 픽사의 이미지 워크스테이션은 아직도 영화 산업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픽사 이미지 워크스테이션의 이 강력한 파워덕분에 그래픽이 필요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 컴퓨터가 활용된다. 일기 예보에서부터 병원의 CT 스캐너에 이르기까지 그래픽이 사용되는 분야라면 픽사워크스테이션의 응용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렇게 훌륭한 픽사가 컴퓨터 그래픽 기술 수준을 대변하던 시기는 그리 길지 않았다.

 

▲렌더맨 알고리즘은 극한의 현실성을 표현할 수 있다(영화 파이널판타지).

루카스 사의 컴퓨터 개발팀은 1986년에 '레이스'라는 보다 뛰어난 능력의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았다. 그 그래픽 전용 컵ㅁ퓨터는 하드웨어 안에 복잡한 알고리즘에 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픽사나 크레이 X-MP에 비해서 1,000배 정도 빠른 연산 속도를 실현했다. 그래서 루카스의 연구진들은 레이스를 '당신이 본 것은 모두 렌더링한다'는 뜻의 별명으로 불렀다.

컴퓨터 전문가들이 그처럼 CGI에 걸맞은 컴퓨터 하드웨어를 개발해가고 있는 만큼 가격은 급격히 떨어졌다. 지금 시대는 PC에서 10만원이 채 안되는 그래픽카드를 넣고서도 초당 30프레임 이상으로 현실적인 3D 그래픽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물론 그만큼 상업적인 시장에서의 영화는 더욱 치밀해지고 컵ㅁ퓨터 그래픽이 맡은 부분은 사실적으로 변하게 된 것이다.

■ CGI계의 명품 브랜드

'조지 루카스' '실리콘그래픽스' 'ILM' '픽사' '렌더맨' '소프트이미지' 등 컴퓨터 그래픽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이름들이 익숙할 것이다. 왜 이들의 이름은 항상 붙어다니는 것일까?

픽사의 렌더맨이 사실적인 그래픽 처리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다면 3차원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3D 그래픽을 처리하기 위한 알고리즘은 실리콘그래픽스 사가 주도한다. 원래 과학 계산용으로 주로 사용되던 SGI의 워크스테이션들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어비스'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ILM 및 렌더맨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었다.

조지 루카스가 세운 ILM 사의 엔지니어들은 영화에 사용될 정교한 모델링과 렌더맨 언어를 SGI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입력했고 이러한 데이터의 모든 생성 과정은 당대 최고의 소프트웨어인 'ALIAS'와 '소프트이미지'가 도맡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데이터를 정교하고도 사실적인 사진과 같은 영상으로 처리하는 역할은 픽사의 '픽사 이미지 워크스테이션'과 '픽사Ⅱ'가 처리했다. 이렇게 인연을 맺은 CGI계의 명품 브랜드들은 1990년대 초반 '터미네이터2'를 탄생시킨 것이다.

▲렌더맨 알고리즘은 상상을 초월하는 표현력을 지녔다.

'터미네이터2'가 컴퓨터 그래픽 분야와 영화계에 끼친 영향이 대단히 크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영향력을 갖게 된 것은 근본적으로 영화 자체가 대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 제작사가 T-2에 더욱 관심을 보인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싼 값에 해당하는 1,000만원 수준에서부터 기본 모델이 시작되는 SGI '인디고' 및 '크림슨'의 효율성에 있었다.

물론 이들 워크스테이션을 영화 특수 효과에 참여시킬 정도로 세팅하게 되면 1억 가까이 되는 금액이 필요하지만 그 이전 세대 CGI에 필요했던 장비 비용을 생각해 볼 때 이들 저가형 워크스테이션의 힘은 그야말로 대단히 파격적이고 강력했던 것이 분명했다.

실제로 SGI의 인디고, 크림슨은 CGI계의 총아로 등극하면서 SGI와 ILM 및 할리우드 영화계 전반에 막대한 이득을 가져다 주었다. 그래서 당신 SGI 워크스테이션에 사용되던 MIPS R4400의 후계자 R1xxxx들은 코드명 'T-x(영화 '터미네이터2'에서 미래에 생산된 인공지능 프로세서가 'T-1000'이라는 것에 착안한 것이다)'가 됐다.

줄곧 CGI계의 렌더링 알고리즘과 그래픽 처리만을 담당하던 픽사는 CGI와 관련된 포럼에서 많은 단편 영화들을 가지고 그들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그리고 이들은 월트디즈니와 손을 잡고 '토이스토리'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영화 시장에 뛰어들었다.

▲CG업계에 폭풍을 몰고 온 저가형 워크스테이션 인디고

그러나 애초부터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로부터 뿌리를 내린 픽사는 여전히 다른 CG와는 달리 그래픽적인 기술의 우위를 항상 과시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많은 영화 관람객들은 드림웍스가 만들어낸 '슈렉'과 픽사가 만들어낸 '몬스터주식회사'를 경쟁 작품으로 생각한다. 물론 흥행 성적에서나 인기에서나 이들 두 CG 영화는 경쟁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CG 기술을 개발하는 과학자들과 엔지니어들에게 묻는다면 승부는 '몬스터주식회사'의 KO 승이라고 너무 쉽게 말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슈렉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가죽 피부는 현재의 CG 기술로는 쉽게 처리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 '몬스터주식회사'에 등장했던 털보 괴물의 처리는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다.

실제로 픽사는 이 털보 괴물을 탄생시키기 위해서 새롭게 렌더맨 알고리즘을 보완하기까지 했다. 드림웍스의 슈렉은 2편에 가서야 비로소 고양이 캐릭터를 등장시킴으로써 몬스터 주식회사에 한 걸음 다가가게 된다. 그러나 픽사는 이미 새로운 알고리즘으로 관객들을 놀래줄 준비를 끝낸 상태다.

결국 이제는 많은 천재들과 엔지니어, 과학자,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CG 산업이 발달하고 있다. '아이로봇'이나 '에일리언 vs 프레데터' 같은 영화는 아마도 '트론'을 만들기 위해서 상상력을 아끼지 않았던 쿠슈너와 리스버거조차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CG를 완성하기 위한 렌더링 알고리즘과 이론은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이들 알고리즘과 이론들 중에서 일부가 실제 상업용 CG 시장에 사용될 뿐이다. 즉 언젠가 컴퓨터의 성능이 현재의 성능(CG 전문가들에게는 여전히 지금의 컴퓨터가 느린 편이다)을 초월하는 시대가 온다면 더욱 사실적이고 경이로운 장면들을 극장 화면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형수 객원기자 news@ebuzz.co.kr | 2011-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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