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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 없는 소형주택은 슬럼화되고 값도 떨어져

인터뷰 / 나카에 유지 디자이너 

◆ `소형주택 1000만가구` 일본 가보니 ◆

일본에는 소형 주택의 천국이라는 평가에 걸맞게 다양한 아이디어와 재능을 갖춘 젊은 건축가가 넘쳐난다. 100인 100색의 소형 주택 문화가 가능한 것도 이들 덕분이다.

소형 주택 전문디자이너 나카에 유지 씨는 매일경제와 인터뷰하면서 "서울의 주택은 천편일률적이어서 서울다운 멋이 없다"며 "소형 주택이 주거 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기 위해선 다양한 컨셉트의 주택을 디자인할 플레이어(건축가)가 자라날 환경이 먼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형 주택 디자인으로 2008년 일본 정부의 굿디자인상과 영국 AR어워드 우수상, 2009년 도쿄건축상 최우수상을 연거푸 수상한 바 있다.

일본 역시 10년 전까지만 해도 유명 건축가들은 다세대주택 건축에 관심이 없었다. 명성을 얻으면 교수로 진출하거나 예술 건축물 제작에 열중했다. 다수 건축가들은 건축주를 `적`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변화의 바람이 분 것은 잃어버린 10년으로 일컬어지는 부동산 침체기가 시작되면서부터다. 일자리가 줄면서 실력 있는 건축가들이 학계 대신 사회로 진출하면서 실용성이 강조되기 시작했다.

나카에 씨는 "5년 전 예술성 위주의 디자이너즈 맨션이란 트렌드가 유행했지만 일반 주택에 비해 지나치게 건축비가 비싸 입주가 되지 않으면서 건축주로부터 외면을 받았다"며 "건축가들이 `코스트`와 `임대료`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가 디자인을 살리면서도 건축주의 수익성을 높여주는 비결은 간단하다. 싼 재료를 써서 시공비를 낮추는 방식이 아니라 구조를 바꾼다. 예를 들어 바다를 메워 지반이 약한 땅에서는 빔을 많이 박는 대신 건물 자체 하중을 줄인다. 방음이 필요한 방과 방 사이에만 콘크리트를 사용하고 외벽에는 보온재가 든 슬래브를 사용하는 식이다.

그는 "건축가가 더 많은 고민을 해서 지반공사, 기초공사 비용을 줄이면 줄어든 비용으로 소형 주택에도 `디자인`과 `컨셉트`를 넣을 수 있게 된다"며 "그런 주택은 자산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임대료도 보통 주택보다 더 높게 받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나카에 씨는 "한국에 여러 번 가봤는데 수천 가구의 아파트든 작은 규모의 단독주택이든 너무나 판에 박은 듯한 디자인뿐이었다"며 "디자인 없는 소형 주택들은 슬럼화되고 다시 재건축에 비용이 들게 마련"이라고 조언했다.

[도쿄 = 이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1.04 17:29:23 | 최종수정 2011.01.04 17:5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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