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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자인이 기술이다] "삶을 즐겁게 만들면 최고 디자인"

인터뷰_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실리콘 밸리라는 적자생존의 공간에서 디자인을 통해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법을 터득해온 김영세 이노디자인 대표. 지난 4년 동안 대덕특구의 기업을 상대로 디자인 컨설팅을 실시하며 국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요소가 디자인임을 거듭 강조해온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의 힘은 무엇일까? 미국 샌프란시스코 피셔맨워프 39번 부둣가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는 그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대표는 "여기저기서 샴페인 코르크가 뽑히고 캐럴이 울리고 있지만 머릿속에는 좀 더 새로운 디자인이 없나 하는 생각뿐"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4년째 대덕특구기업을 대상으로 토탈디자인지원사업을 수행하고 있는데, 계기는 무엇인가?

대덕특구본부의 초대 이사장인 박인철씨의 요청이 대덕특구라는 또 하나의 사이언스 파크로 시선을 돌리게 했다. 나는 실리콘 밸리라는 정글에서 디자인이 기업 생존을 위한 중요한 요소이자 서바이벌 카드라는 것을 터득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대덕특구의 기업을 상대로 디자인이 '기술을 파는 기술'이며 부(富)를 창조해내는 마술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대덕특구기업과의 협력 작업은 계획대로 진행됐나?

자연과 상상의 세계를 제품개발과 기술력에 연결하면 소비자가 행복해하고 감동한다는 사실을 기업 관계자들에게 알려주는 일은 아주 즐거웠다. 메이드 바이(made by)보다 디자인 바이(design by)가 훨씬 큰 가치를 줄 것이라는 설명에 그들이 공감할 땐 마음 한구석이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디자인은 실험실의 가설처럼 완전한 상태이기보다는 돌출하는 문제를 해결하며 수차례의 도전을 거듭하는 일이다. 그들에게 디자인이 만들어내는 대안과 확신을 단번에 보여줄 수 없는 게 안타까웠다. 하지만 토탈디자인지원사업 4년차를 맞고 있는 지금은 사업의 성과들이 가시화 단계에 들어서고 있어서 매우 기쁘다.

글로벌 무대와 비교했을 때 국내 산업디자인의 위치와 미비점은 어떤 것인가?

이노디자인의 25년 역사는 한국기업의 세계 진출과 그 궤를 같이 한다. 그 사이 우리는 삼성과 LG, 아모레퍼시픽 등 세계적인 디자인 문화를 갖춘 브랜드를 갖게 됐다. 하지만 고객들이 기억하고 신뢰하는 브랜드들은 일부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기술중심기업들은 이렇다 할 디자인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이 기술력과의 접목 외에 생산과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입체경영의 중심이 되지 못하면 브랜드는 만들어질 수 없다.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전달되는 메시지가 바로 그 기업의 이미지이며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집중돼 있는 디자인 파워가 중소기업과 기술중심기업으로 확산되는 일은 중소기업의 존폐와 연결되는 중요한 사안이다.

격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산업디자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나?

생산자와 사용자 사이를 감성적인 끈으로 연결시키는 디자인만이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세상에는 70억의 인구가 살고 있고 그것은 70억 개 이상의 컬러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각양각색의 최종 소비자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을까? 그 해결책은 바로 '사랑'이다. 디자인이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하는 일이며, 뛰어난 아이디어는 어떤 사람을 위할 때 떠오르는 것이다.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가갔을 때 불가능이란 없다. 디자인은 기술이나 마케팅의 부가적인 요소가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애정과 이해에서 출발해 우리의 미래를 꿈꾸게 하고 삶을 변화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디자인이다.

최고의 디자인이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

디자인으로 삼행시를 지어보겠다. 디, '디'자인이란 / 자,'자'기 자신의 / 인, '인생 설계'다. 디자인의 목표는 모든 사람들이 저마다의 고유 생활 스타일을 만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계획하게 하고 꿈꾸게 하는 디자인, 세상을 즐겁게 만드는 디자인은 삶을 향기롭고 세련되게 만든다.

이노베이터(innovator, 혁신자)에 이어 이매지너(imaginer, 상상하는 자)가 새로운 세대의 주역이 된다는 얘기를 자주 하고 있다. 이매지너란 어떤 유형의 인물인가?

이매지너란 단련된 감성과 상상의 힘을 통해 미래의 가치를 현실의 성공으로 이끌어내는 인물을 지칭한다. 이들은 20세기의 정보화 시대를 넘어 21세기의 감성 시대를 주도하는 크리에이터들이다. 최근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또 한번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는 창조적 CEO 스티브 잡스와 추종불허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영화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이매지너로 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세종대왕은 내가 가장 존경하는 역사 속 최고의 이매지너다.

요즘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면?

전기 스포츠카 프로젝트다. 나는 10년 전 도로 정체 구간에 갇혀 클라이언트와의 약속 시간을 지킬 수 없었을 때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다면'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이 거대한 희망은 마침내 현실화되어 내년이면 전기 스포츠카를 선보이게 된다. 아직은 땅 위를 달릴 뿐이지만 이 미래지향적인 스포츠카에는 처음의 꿈을 담아 '플라잉(Flying)' 과 '퓨처(Future)'의 앞 글자 'F'와 제곱을 의미하는 '스퀘어(Square)'를 합쳐 'F-Square'라는 이름을 붙였다. 'F-Square'의 제작사인 씨티앤티(CT&T)가 추진하는 하와이 전기차 공장 디자인에도 직접 참여하며 열정을 쏟고 있다.


디자이너 김영세가 정의한 '디자인이란?'

1. 디자인은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2. 디자인은 생각을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드는 것이다.
3.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4. 디자인은 기술을 활용하여 새로운 용도를 창조하는 것이다.
5. 디자인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해하는 일이다.
6. 디자인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다.
7. 디자인은 기업과 소비자 간의 소통의 수단이다.
8. 디자인은 자신감을 파는 일이다.
9. 디자인은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10. 디자인은 사람들의 움직이는 마음을 잡는 것이다.


→김영세는 누구?

김영세(60) 이노디자인 대표는 국내의 대표적인 산업디자이너다. 1986년부터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INNODESIGN USA를 운영해오고 있으며, 1999년엔 이노디자인 한국 법인을 설립했다. 2000년에는 'LG 스마트폰'을 디자인해 〈Business Week〉지에 'Best Product of 2000'으로 선정됐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빌 게이츠 회장이 디자인을 극찬한 '아이리버 H10'을 디자인했다. 또한 LG 냉장고 디오스, 삼성 애니콜 등의 디자인을 통해 한국 디자인의 역량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2010년 9월부터 상명대학교 디자인학과 석좌교수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일섭 조선매거진 기자 ystory9@chosun.com

입력 : 2010.12.2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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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이 기술이다] 토탈디자인지원사업 나선 이노디자인, 어떤 기업인가?

삼성 휴대폰 등 혁신적 디자인으로 화제
(주)이노디자인은 단순한 디자인 개발을 넘어 디자인을 통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과 디자인 경영, 라이프스타일 등으로 범주를 넓혀가고 있는 토털 디자인 컨설팅 그룹이다. 1986년 미국 실리콘 밸리 산타클라라의 작은 사무실에서 출발한 이노디자인은 1999년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20년간 CJ, 삼성, 아이리버, 신한은행, 휠라 등의 기업과 함께 다양한 산업 분야를 아우르는 디자인 작업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낳았다.


 

▲ 이노디자인은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디자인 컨설팅을 제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있다. 사진은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본사 전경.

이노디자인의 핵심 사업전략은 기존 디자인 업계의 그것과 상반된다. 클라이언트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은 후 작업을 시작하는 방식이 아닌 디자이너가 도출해낸 아이디어를 상품화하고 이를 기업에 제안하는 '디자인 퍼스트(design first)' 프로세스는 아이리버 N10, 삼성전자 노트북 SPH-P9000, 삼성전자 휴대전화 SGH-Z130,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 등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화제가 된 수많은 제품의 상품화로 이어졌다.

대기업은 물론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에 디자인이라는 날개를 달아 신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 또한 이노디자인이 꾸준히 진행해 온 사업 분야다. 이런 디자인 컨설팅 노하우를 바탕으로 지난 2007년부터는 지식경제부의 요청에 의해 토탈디자인지원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대덕특구 입주 기업 중 디자인 지원 업체를 선정하고 디자인 개발과 비즈니스 전략 수립, 마케팅 지원 등을 통해 다양한 성공 사례를 만들어왔다. 2009년 6월 일본 닛케이 BP 컨설팅사 선정 '세계 10대 디자인 회사'에 선정됐고 올해 일본 사무소를 설립하며 아시아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도 했다. 문의 (02)2017-4777 global.innodesign.com

입력 : 2010.12.28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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