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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사람들

디터 람스의 'Less and More' 전시회


2010년 12월 17일부터 산업디자인계의 전설 디터 람스(Dieter Rams, 1932- )의 대표 작품들을 소개하는전시가 대림미술관에서 열렸다.

전시 ‘Less and More’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응용미술관(Museum für Angewandte Kunst)과 일본 오사카 산토리미술관(Suntory Museum)이 공동으로 기획한 순회전이다. 본 전시는 일본 오사카와 도쿄를 거쳐 올해 영국 런던 디자인 미술관(the Design Museum)과 프랑크푸르트에서 전시 되었으며, 올해 12월부터 3개월간 대림미술관에서 전시된 이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에서 선보여질 예정이다.

 이번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 타이틀은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 “Less but better”를 반영한 것으로, 시대를 아우르는 그의 디자인 제품들을 독일 디자인의 역사 속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본 전시는 디터 람스가 40여 년간 브라운사를 위해 디자인팀과 개발한 주요 제품들이 총망라되며 Vitsoe사를 위해 디자인 한 가구들도 함께 전시된다. 그러나 전시 ‘Less and More’는 단순히 뛰어난 디자인 제품만을 소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40여 년이라는 오랜 기간 동안 시대를 앞서나가는 기업의 이미지를 만들어 낸 한 디자이너와 그의 팀 그리고 기업과의 긴밀한 관계를 조명해 보는 전시이다.

본 전시는 연대기적 나열이나 제품의 특징 만을 강조하는 기존의 전시 구성 방식을 탈피하고 있다. 전시 ‘Less and More’는 디자인 제품의 아름다움이 주는 시각적 재미뿐 만 아니라 디터 람스의 디자인 철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전시 디스플레이를 구성하였다. 또한 다양한 제품 모형과 스케치 등의 작업과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보여주는 방식을 통해, 디터 람스의 디자인 세계가 어떻게 발전해왔으며, 현재 많은 디자이너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관객들에게 보다 설득력 있게 소개 할 것이다.

1. Control unit / Tape recorder / Flat loudspeaker

TS 45 / TG 60 / L 450
1964 / 1965 / 1965
Design: Dieter Rams
ⓒ Koichi Okuwaki

TS 45는 소위 ‘백설 공주의 관’이라 불린 SK 4 (1956)가 논리적으로 진보된 형태라 할 수 있다. 선명한 이중 스케일 주위에 L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로 조작 버튼을 배열하여 많은 작동을 가능하게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절제된 명료함을 유지하고 있다. 기능에 걸맞은 디자인의 또 다른 예는 누름 버튼이 오목한 표면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녹음 기능을 위해서는 원뿔 형태의 회전식 버튼이 사용되었는데 큰 것은 주파대, 작은 것은 볼륨과 음색, 그리고 밸런스를 위해 사용된다. 중앙의 빗장 모양을 한 회전 버튼은 그 유기적인 형태로 인해 대위법적 위치를 점유한다.

2. 606 Universal Shelving System

(previously RZ 60)
1960 / Design: Dieter Rams
ⓒ Vitsoe

디터 람스가 브라운사를 위해 디자인을 시작한 시기와 자신의 첫 가구 제품을 디자인 한 시기는 같다. 이미 1957년에 그의 첫 모듈 가구인 RZ 57이 소개되었고 2년 후에 람스의 디자인 제품을 전적으로 생산하는 가구회사 비초에 & 잡프에서 그의 가구들이 제작되었다. 그의 시스템 가구 디자인은 1950년대에 독일에서 널리 보급된 장식적인 스타일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세계대전 이전 모더니즘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1960년에 확장과 재배열이 가능하며 필요하면 제거할 수도 있는 새로운 착안의 선반 시스템이 선을 보였다. 처음에 RZ 60으로 명명된 이 시스템은 1970년에 606 만능선반시스템으로 개칭되었고 현재까지도 성공적인 아이템이다. 이 시스템은 절제된 단순함에다 개별적인 구성물이 사용자의 변화하는 삶에 걸맞게 유동적으로 조립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3.  ABR 21 signal radio

Radio clock
1978/Design: Dieter Rams and Dietrich Lubs

어떤 소리건 상관없이 자명종 소리에 깨어나는 것과 좋아하는 라디오 방송 소리에 잠이 깨는 건 아주 다른 경험이다. 1971년에 브라운사가 전자 시계 phase 1으로 알람 시계 사업에 뛰어들었을 때 이미 회사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라디오를 시계에 끌어들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디터 람스와 디트리히 룹스(Dietrich Lubs)는 이 시계를 디자인할 때 디지털 알람시계 기능을 위해서 1975년에 자신들이 개발한, 두 개의 원형을 연결시킨 로커 스위치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용자는 윗면에 부착된 이 로커 스위치로 모든 필요한 기능을 조작할 수 있다. 이 로커 스위치의 형태는 정면의 시계와 주파수 원형 판에서 반복된다. 두 개의 원을 따라 인쇄된 숫자판은 두 개의 고리 모양을 취함으로써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일관된 조화를 만들어낸다.

4. Radio-audio-combination


SK4 / 1956
Design: Hans Gugelot and Dieter Rams
housing: lacquered sheet steel(white) and elm side panels
lid: clear acrylic
ⓒ Koichi Okuwaki

독일 동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가 이 라디오-오디오 제품에 영감을 준 것은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경쟁 회사들은 ‘백설 공주의 관’이라 불린 이 혁신적인 제품을 조롱했다. 오디오 시장에서 50년 전에 놀림을 당한 이 제품은 대중으로부터는 큰 호응을 얻었고 현대의 모든 라디오와 오디오 제품의 모델이 되었다.

‘백설 공주의 관’은 디터 람스와 한스 구겔로트가 공동 디자인한 제품이다. 라디오 리시버 캐비닛과 오디오 시스템의 설계는 완전히 새로웠다. 기하학적 디자인을 한 조작장치는 말할 것도 없고 U자 형태의 금속판에 사각형 목재 패널을 대고, 일련의 선을 그어 틈새를 만든 스피커와 통풍구는 새로웠다. 하지만 무엇보다 혁신적인 것은 레코드 플레이어와 다른 조작장치들이 작동하는 것을 보여주는 투명한 아크릴 덮개였다.

5. hair dryer


HLD 4
1970 / Design:Dieter Rams
housing: plastic (red, blue or yellow)
ⓒ Koichi Okuwaki

이 헤어드라이어는 원색이 유행이었을 때 고안 되었으며 현재까지도 표준 모델로 남아 있다. 선이 완곡하게 마무리된 직육면체의 드라이어는 디터 람스와 브라운사의 디자인 팀이 15년간 이룩한 디자인 전통을 인용하고 있다. 접선형 팬을 장착하여 크기를 축소함으로써 특히 여행용으로 이상적이다.
평행선으로 길게 뚫어진 통풍구는 1956년에 제작된 SK 4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 엄격성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는 섬세한 형식미를 보여준다. 중간에 있는 두 줄의 통풍구는 중간에 놓인 스위치에 반응하는 듯, 스위치의 하얀 점에 맞서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선 듯하다. 찬 공기가 들어와 따뜻한 공기가 나가는 것을 시각화하는 이런 작지만 장난스러운 고안은 스타일의 엄격성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움을 준다.

6. Audio Transistor

(pocket transistor radio T 3/31) T 4 or T 41 and record player P 1
1959 / Design:Dieter Rams
housing: plastic(light grey)
ⓒ Koichi Okuwaki

오늘날 이동하며 음악을 듣는 일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지하철에서 기차에서 혹은 길을 걸으며 사람들이 이어폰을 착용하고 mp3를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것 또한 일반적이다. 이제는 아주 흔해진 소형 스테레오 오디오 시스템의 모델이 된 것은 1979년에 출시된 소니사의 워크맨이 아니라 디터 람스가 그보다도 20년 전에 브라운사에서 제작한 오디오 제품이다. 람스는 그 당시 새로 개발한 포켓 라디오 T4와 소형 레코드 플레이어를 조합했는데, 그것은 마치 그 후에 러시아의 소유즈 우주선이 살루트 우주 정거장에 도킹하는 것과 같았다. 작동을 위해서는 스프링 장치를 이용해 바늘이 레코드판에 접촉하게 했고 켜지 않을 때는 움직이는 작은 칸막이 뒤로 바늘이 사라지게 했다. 

7. Table Lighter


1968 / Design:Dieter Rams
housing: metal, plastic, clear acrylic, leather, plated silver, plated chromium or various material combinations
colour:black, red, blue, orange or various colour combinations
ⓒ Koichi Okuwaki

1960년대 중반만 해도 흡연은 아직 문화적으로 세련된 행위로 받아들여졌고 사회적 소통을 장려한다고 간주되었다. 브라운 디자인 부서는 다른 제품들에게 쏟아 부운 열정과 태도를 그대로 견지하면서 이 새로운 과제에 착수했다. 그렇게 해서 이 분야에서도 브라운사 고유의 이미지가 만들어졌는데 그것은 그 이전까지 보석 장식을 해서 뽐내는 라이터와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기능적이면서 고급스러움을 아우르는 새로운 길을 개척한 것이다. 첫 모델 TFG 1은 라인홀트 바이스(Reinhold Weiss)에 의해 고안되었다.
디터 람스는 기술부서에 새로운 점화 기술을 개발하도록 종용했다. 그리고 2년 후 자신이 고안한 첫 라이터에서 기하학의 기본 형태를 이용했다. 기다란 원통형이 그것이다. 세부적으로는 오직 원형에만 집중했다. 결과는 사용이 가능한 ‘테이블 조각품’이었고 이것은 당시의 미니멀리즘 예술 운동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8. World Receiver

T1000
Design:Dieter Rams
housing: anodised and lacquered aluminium with black scale (an edition of 500 with white scale)
handle: metal (larely identical successor model T 1000 CD of 1968 with leather handle)
T 1000  can be fitted with a special direction-finding adapter, antenna and compass, whish transforms it into a navigation instument.
ⓒ Koichi Okuwaki

1960년대 초 서독은 나치즘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고립에서 점차 벗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시대적 상황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라디오가 개발되었고 이 라디오는 디터 람스 디자인의 한 전형이 되었다. 이 라디오는 세계주의적인 태도와 이동성을 동시에 반영하고 있었고 이 두 가지 특징은 오늘날 더욱 중요하게 거론된다.
사방이 막힌 직육면체 윗부분에 있는 뚜껑을 열면 스케일, 조율 버튼, 연결 소켓을 포함한 복잡한 내부 장치가 보이고 이 다양성이 매끄럽고 단일한 형태를 한 외면과 대조를 이룬다. 장파와 중파 수신, 그리고 VHF 수신 뿐 아니라 8개의 단파 수신 체제를 통해 우리는 여기에서 넓고 큰 세계로의 통함을 예감한다. 

Dieter Rams' Ten Principles of good design:
(디터 람스의 좋은 디자인을 위한 10계명)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한다.)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아름답다)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을 제품을 이해하기 쉽게 한다)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불필요한 관심을 끌지않는다)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 지속된다)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 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할 수 있는 한 최소한으로 디자인한다)

2011년 3월20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는 디자인 (사)史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디터 람스의 방대한 제품들을 한 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디자인 제품과 사용자 그리고 한 기업이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조명한다. 나아가 디자인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디자이너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 designd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