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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CEO칼럼] 디자인에 관한 오해와 편견

사설/칼럼 [CEO칼럼] 디자인에 관한 오해와 편견 

/고성호 ㈜이인 대표이사 

오늘날은 디자인의 시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패션, 건축, 산업디자인을 넘어 도시를 디자인하고 서비스와 한식과 같은 콘텐츠까지도 디자인을 이야기한다. 디자인 하나로 쓰러져가는 회사가 재기에 성공하기도 하고, 그 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는 사례를 많이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우리 사회의 문화적 수준 향상과 디자인의 저변 확대로 인해 일반 시민들 또한 생활 속에서 디자인에 참여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게 되었다. 디자인계 종사자의 한 사람으로서 이런 사회적 변화는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가끔은 우리 사회가 가진 디자인에 관한 오해와 편견의 벽 앞에서 좌절의 기분을 맛보기도 한다.

"모양새만 다듬는 것" 인식 잦아 곤혹

우리 사회가 가진 디자인에 관한 가장 깊은 편견은 첫 번째로 '디자인은 모양새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생각은 디자이너 스스로도 빠지기 쉬운 함정으로 그릇된 결과물을 양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특히 대상이 공공 시설물인 경우 미치는 영향이 사회 전체로 파급되기 때문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시각적 이미지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많은 이야기와 기능이 함께 담겨 있어야 한다. 디자인을 시각적 이미지만으로, 즉 모양새만을 다듬는 것으로 인식함으로써 지나친 장식과 기교만 넘치는 디자인 과잉, 디자인 공해를 경험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두 번째는 '예쁘고 좋은 디자인만을 모아 놓으면 가장 멋진 디자인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멋진 집을 꾸미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생각 중 하나로 좋은 건물을 짓고 싶거나 멋진 인테리어를 하고 싶을 때 흔히 잘 지어졌다는 곳들을 둘러보거나 디자인 잡지를 탐독하여 자기가 바라는 이미지들을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디자이너에게 찾아가서 마음에 드는 사진들을 보여주면서 이렇게 지어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물론 철저한 사전 조사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그러나 예쁘고 좋은 디자인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는 절대 완성도가 높은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

예를 들어 성형 수술을 할 때 자기 얼굴의 상태는 고려하지 않은 채 김태희의 눈에 한가인의 코, 송혜교의 입술로 성형한다면 과연 그 성형이 성공적이라 할 수 있을까? 마찬가지로 짜깁기 식 디자인으로는 본질을 담아내는 좋은 디자인이 될 수 없다. 그에 앞서 디자이너와 자기 삶의 방식을 공유하고 그 공간에 담고 싶은 정서와 기능을 토론하면서 함께 디자인해 나갈 때 두고두고 그 디자인에 애착이 가게 될 것이다.

세 번째, 디자인이 사업의 승패를 갈라놓을 만큼 중요한 부분임은 인정하면서도 디자인 비용에 관해서는 쉽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자인을 '연필 한 자루와 반짝이는 아이디어만으로 쉽게 얻어지는 부산물' 쯤으로 생각함으로써 그 가치를 스스로도 인식하지 못한 채 폄하시키고 만다. 이때 디자인 비용은 마치 끼워주는 상품 정도의 가치로 전락되고 만다.

오늘날은 디자인 풍요의 시대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게 되는 많은 공간이, 우리가 입고 사용하는 많은 옷가지와 물품들이 디자이너들의 손을 거친 디자인 상품들이다. 그런데도 정작 많은 디자인 기업과 디자이너들은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여전히 디자인 가치 평가에 지나치게 인색하다는 또 다른 반증이다.

디자인 풍요의 시대에 거는 기대

우리는 가끔 주변의 미흡한 디자인에 대해 질타하고 비난한다. 나 또한 잘못된 디자인을 보며 아쉬워하기도,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하지만 디자인의 발전은 그런 비난이나 질책, 몇몇 전문가들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가 더 나은 디자인 환경과 더 좋은 디자인을 즐기고자 한다면 디자인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걸맞은 지불을 하려는 인식을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또한 디자이너 스스로도 책임 있는 활동을 통해 디자인에 대한 올바른 기준과 철학을 정립해 나감으로써 양적 성장을 넘어선 질적 성장의 단계로 진일보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부산일보 | 13면 | 입력시간: 2010-12-03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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