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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현대차 '동양적 곡선미' 세계를 홀린다

쏘나타·아반떼 이어 엑센트도 일관된 디자인 '유연한 역동성' 선봬
벤츠·BMW처럼 고유한 '디자인 언어'로 브랜드 이미지 각인

강희경기자 kstar@hk.co.kr

위부터 엑센트, 신형 아반떼, YF쏘나타 

 
최근 공개돼 다음 달 초부터 시장에 선보일 소형차 엑센트는 단번에 현대차임을 알아 볼 수 있을 정도로 외관이 눈에 익다. YF쏘나타부터 아반떼 등으로 이어져온 현대차의 디자인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엑센트의 디자인은 그 동안 현대차가 추구해 온 유연한 역동성의 개념인 '플루이딕 스컬프처'(Fluidic Sculpture)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매끄러운 형태의 차체 위에 바람이 흐르는 듯한 측면 디자인, 강한 이미지의 전면 디자인을 그대로 살린 형태이다. 차량 측면부는 길고 매끄럽게 떨어지는 형태의 C필라(지붕에서 트렁크로 연결되는 기둥)를 적용, 역동적인 인상으로 완성됐고, 넓게 디자인된 후면 램프와 강렬한 느낌의 크래쉬패드(계기판 등이 붙어 있는 선반부분)는 소형차의 주 고객인 젊은 층의 호감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가 새로 출시되는 자동차에 독창적이고 일관된 자사 고유의 '디자인 언어'를 적용, 글로벌 자동차회사로서의 이미지를 쌓아가고 있다. 적당히 외국에서 유행하는 자동차의 디자인을 모방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내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벤츠나 BMW 처럼 자신만의 고유한 디자인을 가진 세계적 명차로 거듭나고자 하는 것이다.

유럽의 자동차는 이미 수 십 년 전부터 통일된 디자인 전략을 유지해 왔다. 메르세데스-벤츠는 타원형 헤드램프, 세 꼭지별 등을 이어왔고 BMW는 사람의 신장을 닮은 키드니 그릴, 뒤창문 쪽에서 돌연 꺾어지는 호프마이스터 킥 등을 대표적 디자인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볼보는 근육질 남성의 곡선, 독특한 후면 램프 등을 선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디자인 전략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현대차의 플루이딕 스컬프처가 처음 적용된 것은 지난해 9월 선보인 신형 쏘나타부터였다. 이어 투싼ix, 올해 8월 판매가 시작된 신형 아반떼가 이 디자인 DNA를 그대로 이어받았고 엑센트에 이어 연말 출시될 신형 그랜저에도 모두 적용될 예정이다.

현대차에 따르면 처음부터 쏘나타의 디자인은 단순히 새로운 디자인이 아닌 디자인 철학을 탄생시키는 작업이었다.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가진 동양적 이미지의 '난'을 모티브로 탄생됐는데,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곡선에 강하고 진취적인 생동감을 담고자 한 것이 현대차의 디자인 미학이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플루이딕 스컬프처는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하는 동양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며 "미국 등 외국에서는 동양적 곡선미를 높게 평가하며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대차만의 디자인에 대한 성과가 외국시장에서 점차 나타나고 있다. 쏘나타는 지난 15일 중동지역 자동차 전문기자단이 선정한 '중동 올해의 차' 중형세단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또 올해 9월까지 중동지역 17개국에서 쏘나타는 2만9,000여대가 팔려 지난해 대비 103% 성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서도 쏘나타는 올해 9월까지 14만9,123대가 팔려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현대차의 쏘나타, 기아차의 로체(현지명: 옵티마)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 13%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선보이는 플루이딕 스컬프처 패밀리룩은 아직 국내에서는 완벽하게 현대차의 이미지를 구축하지 못했지만 이미 외국에서는 현대차의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다"며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고유의 디자인 전략을 얼마나 창의적이고 자유롭게 이어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0/10/25 21:04:33  수정시간 : 2010/10/26 16: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