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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한글은 `희토류` 같은 우리만의 독점 무기

한글 '희망 넥타이' 디자이너 이건만씨
한글이라는 좋은 재료로 세계인 입맛 사로잡을 것
日 '겐조' 성공비결은 정부 지원, 한글 브랜드화 정부가 나서야


"'한글'은 전 세계에서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독점적인 무기입니다. 한국의 희토류(전자제품 등에 쓰이는 희귀광물자원)라고 할 수 있죠.한글을 패션과 디자인 등 산업적 측면에서 잘 활용하면 무궁무진한 부가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습니다. "

한글 탄생 564돌을 하루 앞둔 8일 패션업체 ㈜이건만AnF의 이건만 대표(48)는 "문화 콘텐츠로서 한글의 경제적 가치를 재조명할 때"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글이라는 좋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요리해 내느냐가 한글 상품화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0년 전 국내에서 처음으로 한글의 조형적 특징을 재구성한 디자인을 패션에 접목시킨 인물.그가 만든 전통 넥타이는 국립박물관의 문화상품으로 개발됐고,청와대와 국회 등에도 해외 귀빈 의전용으로 납품된다.

이 대표는 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서울사랑의열매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소외계층 돕기 사업인 '희망넥타이 캠페인'에 자신의 재능(디자인)을 기부,한글 상품화에 적극 나섰다. '한글 자모'를 활용해 △희망열매 △희망하우스 △희망새싹 △희망솔리드 △희망하트 등 다섯 가지의 넥타이를 새로 만들었다. 그는 "'희망'과 '사랑','나눔' 세 단어의 자음과 모음을 기하학적으로 조합해 디자인했다"며 "자음과 모음의 형태가 재미있게 도형화된 패턴 위에 하트 또는 사랑의 열매를 은은하게 그림자 형태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글을 우리나라의 대표상품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로 성장한 '겐조'의 성공 비결은 꾸준한 정부의 지원과 해외에서도 통하는 디자인의 힘이었다"고 진단했다.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한글 디자인을 개발해 상품화하면 '루이비통' '샤넬' 못지않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한글을 상품화하려는 노력은 국내에서 꾸준히 진행돼왔다.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씨는 의류 휴대폰 침구 주방용품은 물론 담배에까지 한글 디자인을 접목시켰다. 이들 제품은 내놓자마자 줄줄이 히트를 치면서 '한글 상품'의 위력을 보여줬다. 2007년 창립된 한글문화사업디자인 연구소도 우리말을 그래픽 디자인,공예,공공디자인 등에 접목시키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한글 문양을 디자인 소재로 한 '이건만 브랜드'를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로 키운다는 꿈을 갖고 있다. 2000년 패션잡화사업을 시작해 국내 유명 백화점은 물론 일본 도쿄에도 매장을 내는 등 세계시장 진출을 위한 꿈을 착실하게 다지고 있다. 그는 "제대로 된 스토리와 역사를 담은 브랜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글로 '대박'을 터트릴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게 이 대표의 전망이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
입력: 2010-10-08 17:19 / 수정: 2010-10-09 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