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esign Trend/시각

우리 그림, 민화 속에 담긴 이야기

민화는 우리만의 모습으로 우리만이 그려낸 우리의 정통 그림이다. 찌그러진 듯한 앉음새에 삐딱한 얼굴의 호랑이 그림, 말이 호랑이이지 어눌한 표정이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그런 그림들이 아직까지도 친숙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어져온 것도 우리만의 정서, 우리만의 생활 모습을 그린 유래 없는 독특한 그림이기 때문이다.
 
흔히 민화라 하면 정통 화에서 벗어난 이름 없는 화가가 그린 서민들만의 그림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사실은 왕실에서 사대부, 그리고 여염집의 벽장문까지 두루 걸렸던 우리의 정통 그림이며 생활 문화였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병풍 앞에서 백일 돌잔치를 벌이고, 문자, 효행도 앞에서 낭랑한 목소리로 천자문을 외우고, 수줍은 듯 화려한 화조 병풍 앞에서 첫 날 밤을 밝히고, 나이 들어 노안도, 장생도 앞에서 손자들의 재롱을 보았으며, 생을 마무리 하고 칠성판에 누워서도 감싸 안으니 산수 등의 병풍이었다. 그러면 민화가 왜 이렇게 늘 우리 선조들의 일생과 함께하며 생활공간을 장식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민화가 우리 선조들의 꿈과 사랑을 담은 뜻 그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민화 속에는 선조들의 어떠한 꿈과 사랑 그리고 의미와 이야기가 담겨 있는지, 오늘은 까치와 호랑이를 그린 “까치호랑이 또는 작호도(鵲虎圖)”에 대하여 소개할까 한다.
 
작호도에는 세 가지의 물상이 그려진다. 까치와 호랑이 그리고 소나무가 바로 그것이다.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는 옛 이야기가 있다. 민화에서 까치는 좋은 소식, 기쁜 소식을 불러들이고 알려준다는 희보(喜報)의미를 담고 있고 호랑이는 호축삼재(虎逐三災)라 하여 화재(火災)와 수재(水災) 그리고 풍재(風災)를 막아주고 지병과 기근 그리고 병란을 막아준다는 의미, 곧 액운과 잡귀를 막아 준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소나무는 인월(寅月) 곧 정월을 의미한다.
 
그래서 작호도에 그려져 있는 세 가지 물상의 의미를 조합하면 「새해를 맞    이하여 액운과 잡귀를 내쫓고 좋은 소식과 기쁜 소식을 불러들이고 알려 주    어라」는 바람을 담은 그림으로서 우리 선조들은 매년 새해 정초가 되면 이러한 작호도를 대문이나 집안에 붙여두었다.그래서 작호도를 세화(歲畵) 또는 벽사화(?邪畵)라고도 한다.

특히 위 작호도는 보는 위치에 따라 보는 사람을 응시하도록 착시현상을 일으키게 그려진 그림으로서 이는 잡귀가 어느 방향에서 온다 할지라도 두루 잘 살펴 내 쫓으라는 바람을 담고 있다.

또한 작호도 중에는 호랑이를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 구분이 잘 안되게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려 놓은 경우가 많은데 이는 우리 일상 속에서 비록 맹수이지만 보다 친밀감을 주는 모습으로 그려내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떤 이는 작호도의 의미를 호랑이는 부패한 관리로 까치는 선량한 백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보아 부패한 관리와 위정자를 선량한 백성이 조롱하며 꾸짖는 그림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우리 선조들의 액운을 막고 기쁜 소식을 기대하며 때로는 그릇된 정치인을 비판하였던 이러한 작호도는 21세기를 살아가는 현대인들과 무관하지 않다. 새해가 되면 저마다 새로운 각오로 일 년을 보내기를 다짐하면서 여러 계획들을 세우고 좋은 일들이 늘 함께하기를 소망하는 우리의 모습은 우리 선조들이 작호도를 통해 담아냈던 집단적 감수성과 일치한다. 민화 속에 담겨진 선조들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그들의 소망과 진솔한 꿈에 잠시 바쁜 일상을 멈추고 다함께 귀를 기울여보자.

오석환 yeill91@empas.com
<세계닷컴>입력 2010.10.08 (금) 10:30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