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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의류·그릇서 예술작품까지… 한글의 맵시 '세상과 소통'

조형미·회화성등 강조… 글꼴 디자인 갈수록 진화
한글 모티브 원단 수출도… 9일 한글날 행사 다채

신경립기자 klsin@sed.co.kr
조상인기자 ccsi@sed.co.kr

지난주 미국 LA에서 열린 '2010 올댓스케이트 LA' 아이스쇼에서 '피겨 여왕' 김연아는 자유로운 필체의 한글이 쓰인 무지개색 티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디자이너 이상봉이 그를 위해 제작한 한글 티셔츠는 세계의 이목을 끄는 김연아의 몸짓과 어우러져 한글의 미감을 한껏 뽐냈다.

564돌을 맞은 '한글'이 문자를 넘어 이처럼 조형미를 갖춘 디자인적 요소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자음과 모음을 활용한 한글 디자인은 과거의 구색용 관광상품에서 벗어나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 소비자들의 생활 속으로 파고들기 시작했다.

◇해외로 뻗어가는 한글 디자인 제품=한글 문양을 활용한 디자인 브랜드 '이건만'에서는 최근 색다른 디자인 작업이 한창이다. 한 원단업체의 발주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에 수출할 한글 모티브 원단의 디자인 개발에 나선 것. 한글 문양으로 장식된 원단은 나이지리아 상류층이 착용하는 터번이나 옷으로 수출 길에 오르게 된다.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 땅까지 한글을 알리고 한글 디자인의 우수성을 자랑할 수 있게 된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남자기는 전국 롯데마트에서 한글 디자인 기획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한글 손글씨 디자인을 접목한 머그 세트와 뚝배기, 반상기 세트 등은 한글 서체와 수묵 느낌의 한국적 이미지를 살린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기획상품 판매 수익금 가운데 1%를 한글을 사용하는 인도네시아 찌아찌아족 한글학교에 전달할 예정이다. 아웃도어 스포츠 캐주얼 브랜드인 '네파(NEPA)'는 최근 한정판으로 선보인 '올뜨레 폴리스판 집업티'에 무궁화, 한글 문양의 모티브를 넣어 출시했다.

◇작품으로 살아나 시민과 호흡하는 한글='읽는 한글'이 아니라 '보고 느끼는 한글'로서 조형미와 회화성을 강조한 전시가 다채롭다. 한글 자모음을 배합한 영상작품이 공공예술 형태로 선보이는가 하면 한글 손글씨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킨 '캘리그라피(calligraphy)' 작품전도 열린다. 한글의 '통합 미디어'적 특성이 디지털미디어 시대에 새롭게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옛 대우빌딩)의 미디어캔버스에서는 한글날을 맞아 오는 22일까지 오후7시 이후 정시 또는 30분마다 10~15분간 영상작품을 보여준다. 디자이너 허한솔씨는 한글 자음을 자유자재로 배열해 사람 표정, 추상 그림, '양복 입은 사내들' 등을 표현했다. 김보연 작가는 '엥' '틱' '짠' 등 의성어와 의태어만으로 작품을 재구성했으며 디자이너 이정훈은 한글 픽토그램을 공공디자인에 적용했다.

강남대로를 따라 설치된 22개의 미디어폴에서는 캘리그라피 전문가 이상현씨가 기획한 '한글아 놀자' 영상전시가 9일부터 이달 말까지 열린다. 9일 오후7시에는 이 작가가 강남역 사거리에 직접 나와 대형 천에 대(大)붓을 들고 한글을 쓰는 퍼포먼스도 열린다.

경복궁 수성전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할 당시 집현전 자리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곳에서는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고 16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한글글꼴전'이 17일까지 열린다. 예전에는 붓글씨로 쓴 서예가 인기였다면 요즘은 손글씨 전문가인 캘리그라피스트가 쓴 한글작품이 '대세'임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입력시간 : 2010/10/08 17:4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