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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디지털로 환상세계 구현해온 이이남, 이번엔 ‘모바일앱’아트

이이남(41) 작가는 첨단 디지털 기법으로 환상의 세계를 구현하는 미디어 아티스트입니다. 그는 미디어 아트가 대중에게 생소했을 때부터 이에 주목, 갖가지 실험을 펼쳐왔습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등 첨단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신사임당의 초충도라든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에서 꽃이 피고, 나비와 새가 날아들며 흰 눈까지 소복소복 내리게 한바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시공을 뛰어넘어 우리의 고전회화와 서양의 명화를 영상을 통해 서로 만나게 하는 등 ‘앗, 이런 미술도 있네’라는 탄성을 짓게 했습니다.

명화를 자유자재로, 그리고 새롭게 해석하며 동서양화가 크로스오버 되는 등 미술의 기술적 확장을 선보였던 그가 이번에는 ‘모바일 앱’을 이용한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제22회 선(選)미술상 수상기념으로 오는 13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김창실)에서 열리는 전시에 이이남은 아이패드 등을 통해 구현되는 다양한 모바일 작품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또 9.11테러를 다룬 영상설치작업 등 최근 제작한 작품 15점도 공개합니다.

‘선미술상’은 35~45세의 국내 작가 중 독창적 작품세계를 창출한 작가에게 수여하는 상으로이번에 설치및 디지털 테크놀러지 부문이 추가됐고, 미디어 아티스트로는 이이남이 처음 선정됐습니다.


이이남의 이번 신작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9.11 치유’입니다. 9.11 테러로 사라진 뉴욕의 월드 트레이드센터를 1m 높이 입체로 만든 후, 동양의 고전회화 영상을 비춘 이 작품은 서양의 테러 사건을 동양의 사상으로 어루만지며 치유를 시도한 작업입니다.

전시에는 이이남의 트레이드 마크라 할 수 있는 명화를 재해석한 작품이 여럿 나옵니다. 점묘파 화가 쇠라의 작품과 남농 허건의 산수화를 자유롭게 패러디한 ’크로스오버 쇠라’(말미엔 데미안 허스트의 닷(dot) 페인팅까지 등장합니다)를 비롯해, 베르메르의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는 날씬한 모습에 살이 붙어 비만해져 감상자를 미소짓게 합니다. 또 만화를 활용한 작품도 마찬가집니다. 박수동 작가의 저 유명한 만화 고인돌을 비롯해, 맹꽁이서당, 머털도사 등 추억의 만화 캐릭터들이 고전 산수화 속에서 노니는 병풍작품도 흥미롭습니다. 세계 명사들이 프린트된 돈의 이미지가 6대의 TV 모니터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아이러브 머니’도 이색적이고요.

그가 영상을 통해 패러디한 고전명화들은 새로운 숨을 얻어 시공간을 보란듯 유희하는가 하면, 동서양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가장 현대적인 미술형식인 디지털 아트의 묘미를 한껏 선사합니다.


이번에 이이남은 디지털 테크놀로지 기술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모바일 앱(application) 을 이용한 작품을 여럿 선보입니다. 그는 단순히 작품의 이미지를 모바일에 담아 보는 것을 뛰어넘어, 작품 그 자체를 휴대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중과 지근거리에서 소통하는 셈입니다. 미술평론가 윤진섭 교수(호남대)는 "이이남은 ‘사회적 관계망(social networking)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활용한 작가이자, 모바일을 이용한 작품을 통해 ‘손끝의 예술’을 만개하게 할 작가"라고 평했습니다. 이이남의 모바일 앱 작품은 미국 앱스토어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며 ‘entertainment’ 카테고리 메인에 ‘주목할 만한 신규앱’에 선정됐다고 합니다.

이이남의 영상작업은 또 해외 미술계가 요즘들어 바짝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런던 사치갤러리에서 열렸던 ’코리안 아이-문 제너레이션’에 참가했는가 하면 ’2008세비아 비엔날레’(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아시아의 새로운 물결’(독일 ZKM미술관, 2007) 등 유수의 국제전에 초대돼 관심을 모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작업은 국내외 광고에 수시로 패러디되는 등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던 장르에 도전한 한 작가의 예술실험은 이제 미술 뿐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으로 깊숙히 파고들고 있습니다.
이영란 기자/yrlee@heraldm.com

헤럴드경제 | 2010-10-05 11:11

▲ 전라도 광주에 있는 이이남의 작업실은 수많은 책에 쌓여 미니도서관처럼 보인다. 책을 좋아한다는 작가는 “일상의 모든 것이 작품의 소재”이고 “모든 책은 상상력의 보고이자 스승”이라고 말했다.

▲ 선미술상 기념전에 선보이는 설치작품 ‘9.11-치유’.레고로 만든 빌딩에 화염에 휩싸이는가 하면 사계절의 산수화가 투영된다.서양의 테러 사건으로 동양의 회화 사상이 치유하는 것을 의미했다.

▲ 글자를 투하라라(7분). 2m크기 흰색 도포에는 거대한 헬기에서 글자들이 떨어지면서 멋진 산수화가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