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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컨테이너, 이젠 살기 위해 산다

주말마다 그곳에서 사는 두사람 이야기

몇 해 전, 배우 최민수씨가 경기도 남양주의 어느 숲에 칩거했던 적이 있다. 기거한 장소는 숲 속 컨테이너. 사방이 막힌 컨테이너는 은둔 목적으로 제격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은둔이 아닌 살기 위한 집으로 컨테이너를 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도시락 편지’의 작가 조양희씨는 컨테이너에서 살고, 설치미술가 배영환씨는 집안 도서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펜션보다 비싼 컨테이너하우스도 등장했다.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주말 생활을 하는 두 사람에게 컨테이너하우스에서 사는 법에 대해 물어봤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돌려 놓고 옮겨 가고 … 내 맘대로 ‘펜션’
소아과 의사 박종태씨

 충남 태안군 태안읍 상옥리, 백화산 자락에 자리 잡은 박종태씨의 컨테이너하우스. 콩밭 한가운데에 놓여 있다. 
  
 잠겨 있는 상태의 컨테이너하우스.
 
경기도 수원에서 소아과병원을 운영하는 박종태(45)씨는 일주일의 이틀은 농사꾼으로 지낸다. 지난 8월 한 달 동안은 아예 병원 문을 닫고 시골에서 농사를 지었다. 충남 태안군 태안읍 상옥리, 백화산을 마주하고 있는 200여 평의 콩밭이 그의 주말농장이다. 그가 지내는 곳은 밭 한가운데 있는 20㎡ 규모의 작은 컨테이너. 네모 반듯한 외벽은 소나무 각목을 잇대 물결무늬를 이루고 있다. 가로 6m, 세로 3.3m의 컨테이너하우스는 부부가 주말을 보내기에는 비좁아 보였다. 그런데 리모컨을 누르니 컨테이너 박스 4개의 벽면 중 2개 면이 유압 작동기의 의해 사뿐히 땅 위로 내려앉는다. 집의 전면과 옆면에 곧바로 테라스가 생기면서 면적이 2.5배 늘어난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리모컨을 터치. 새빨간 색깔의 차양막이 자동적으로 펼쳐지면서 네모 반듯한 컨테이너가 멋들어진 전원주택으로 변신했다.

박씨가 태안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 백화산 자락 아래 밭을 사고 난 이후다. 주말 소일거리로 농사를 짓고, 시골에서 한갓진 시간을 보내고 싶은 게 목적이었다.

  

 유압 작동기에 의해 컨테이너의 한 면을 내리면 곧바로 테라스가 된다. 빨간 차양막도 칠 수 있다.
 
당연히 휴식 공간이 필요했다. 지난 봄까지 그는 컨테이너를 개조한 가건축 건물에 취사 기구와 농기구를 들여놓고 생활했다. 논밭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컨테이너 농막((農幕)이다. 그러나 이런 컨테이너는 단열과 난방이 잘 되지 않고 환기도 안 돼 불편했다. 그러던 차에 지난 7월 제법 그럴싸한 컨테이너하우스를 만드는 업체가 있다는 걸 알고 전원주택용으로 나온 컨테이너를 샀다.

그의 컨테이너하우스는 전면과 측면이 훤히 뚫려 있어 바깥 조망이 좋다. 집 안도 수입산 원목마루로 도배를 했고, 간이침대와 벽걸이TV까지 달려 있다. 언제든지 집을 옮길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지난 8월 초, 컨테이너하우스는 백화산을 등지고 자리 잡았지만 지난주에는 방향을 돌려 백화산을 마주보고 앉았다.

 컨테이너하우스의 내부 모습. 수입산 원목마루가 깔려 있다.
 
“볕 좋은 날, 테라스에 등받이의자를 놓고 산을 마주보고 있노라면 어느 전원주택 부럽지 않아요.” 작은 집이라서 더 마음에 든다고도 했다. 컨테이너하우스를 나설 때는 리모컨 버튼만 누르면 집 정리부터 보안까지 단번에 해결돼 편하다고 했다.

쇼핑하듯 단박에 산 세컨드 하우스
자영업 하는 이영숙씨

자영업을 하는 이영숙(52)씨는 이달 강화도에 컨테이너하우스를 놓을 계획이다. 애초 몇 해 전 사놓은 농지 1500㎡에 집을 지을 생각이었지만, 얼마 전 컨테이너하우스를 설치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씨는 “한 달에 며칠이나 있을지 모르는데 전원주택이나 펜션을 짓기에는 부담스러워 컨테이너하우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선택한 컨테이너하우스는 30㎡ 규모에 5000만원. 일반적으로 펜션의 3.3㎡당 건축 비용이 300만~4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훨씬 비싸다. 이씨는 “요즘 컨테이너하우스는 고급스러운 내장재에 화장실·샤워실까지 풀 옵션으로 갖춰져 있어 좀 비싸지만 사기로 했다”고 했다. 집을 쇼핑하듯 구입할 수 있는 점도, 주문 후 한두 달이면 금세 설치되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농지 전용 등 관련 법규 인허가 기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세컨드하우스는 말 그대로 여분의 개념이다. 직장인들이 세컨드하우스로 전원주택보다 콤팩트한 규모의 컨테이너하우스를 더 선호하는 이유다. 또 굳이 땅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 컨테이너 한 동을 놓을 수 있는 공간만 확보하면 된다. 장소가 마음에 안 들면 트레일러로 집을 옮겨갈 수 있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컨테이너는 농막이나 산업용 가건물로 쓰였다. 그러다 2000년대 이후 주말주택 대용으로 사용하는 인구가 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엔 아예 이들을 겨냥한 고급 컨테이너하우스까지 등장했다. 한별하우징·엘림·금강컨테이너스틸하우스 등은 이 분야에서 앞서가고 있는 업체. 큐브디자인개발은 올해부터 펜션을 웃도는 가격의 ‘럭셔리컨테이너하우스’를 내놓는 등 컨테이너하우스의 고급화 추세가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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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하우스 오너 되려면
텃밭까지 일구고 싶으세요? 그럼 150㎡ 땅은 있어야죠

직장생활 15년차의 김영식(45)씨는 경기도 인근에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아직 땅도 없고 집도 없다. 궁리 끝에 자투리 농지를 구입해 컨테이너하우스를 놓을 생각이다. 어떤 땅을 사야 하는지, 관련 법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 어떤 땅을 살까.

보통 도시 사람들이 시골 땅을 살 때는 농지를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대지는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땅을 살 때는 먼저 해당 토지의 토지이용계획확인서를 확인해야 한다. 대지는 곧바로 건축할 수 있지만, 지목이 농지(임야·전·과수원)인 경우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단, 농지라 해도 컨테이너의 규모가 20㎡ 이하라면 농막으로 분류돼 인허가 절차 없이 관할 시·군·구에 신고만 하면 된다.

▶ 주말 별장용으로 사용하려면 최소 땅은 어느 정도 필요할까.

단층일 경우 컨테이너의 면적이 20~30㎡이기 때문에 대지면적은 50㎡ 정도면 충분히 놓을 수 있다. 여기에 전원생활을 위한 텃밭을 일구고 싶다면 150㎡의 땅을 확보하는 게 좋다.

▶ 컨테이너를 설치할 수 있는 구역은.

대지경계선 이내에는 어디든지 컨테이너하우스를 놓을 수 있다. 하지만 20㎡가 넘는 컨테이너 하우스를 원한다면 애초 건축할 수 있는 땅을 매입하는 게 좋다. 그래야 빠른 시간 안에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 수도·전기 등 간선 공급설비를 설치해야 하는 전원주택용의 컨테이너하우스는 가설건축물축조신고가 아닌 건축신고를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사전에 관련 법규를 관할 시·군·구청에 확인해야 하는 게 좋다.

▶ 건축신고를 할 때, 시·군·구에서 허가받아야 하는 것들은.

지목이 개발행위를 필요로 하는 땅이라면 농지나 임야를 대지로 변경해야 한다. 절차가 복잡하니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개발행위는 토목사무소, 가설건축물축조신고나 건축신고 등은 건축사사무소의 도움을 받는 게 좋다.

▶ 기타 입지 조건은?

컨테이너하우스는 완제품 상태로 운반되기 때문에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집까지 진입로가 지게차 혹은 크레인의 진출입이 가능한 곳이 좋다.

▶ 수도·전기·화장실은 따로 설치해야 하나?

모든 건축물과 마찬가지로 컨테이너하우스도 수도·화장실 등을 놓을 수 있다. 그러나 20㎡ 이하의 농막·가설건축물로 분류되는 컨테이너하우스는 내부에 전기·수도·가스 등의 간선 공급설비를 설치할 수 없다. 이 경우 바깥에 따로 시설을 만들어야 한다.

도움말=한영식(큐브디자인개발)

김상선 기자 [sskim@joongang.co.kr]  
[중앙일보] 2010.10.04 00:03 입력 / 2010.10.04 08:38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