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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미술계 벌써 양도세 공포

한달에 5~6명 오던 고가손님 발길 뚝…
6000만원 이상 과세에 세원노출 우려
화랑가 1000만원미만 손님만 붐벼  
   
"한 달에 5~6명 정도 오던 `억` 단위 작품 손님들이 요즘은 발길을 끊었어요. 이유는 묻지 않아도 아시잖아요? 양도세 때문이죠."(B갤러리 대표)

내년 초로 예정된 6000만원 이상 미술품에 대한 양도세 부과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고가 미술품 시장에 다시 먹구름이 깔리고 있다.

지난 13일 막을 내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ㆍ이하 키아프)는 미술판이 이미 `양도세 폭풍` 영향권에 들어갔음을 보여줬다. 키아프는 국내 최대 미술품 거래 시장이다. 키아프 관람객은 7만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30%가량 증가했지만 관람객 수 증가가 구매로 이어지진 않았다.

점당 1억원이 넘는 대형 작품을 내건 갤러리 부스는 한산했다. 호기심에 들러보는 사람은 있지만 거래가 이뤄진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반면에 100만~1000만원대 작품을 내놓은 갤러리 부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판매완료`를 알리는 빨간 스티커가 부스 벽을 빼곡히 채웠다. 예약 주문도 이어졌다. 유재응 진화랑 전무는 "박현수 김썽정 등 젊은 화가의 작품들이 잘 팔렸다"고 전했다.

올해 키아프의 매출액은 125억원. 지난해 136억원보다 8% 감소한 수치다. 특히 양도세 부과대상인 6000만원 이상 고가품 거래가 눈에 띄게 줄었다. 화랑협회는 6000만원 넘는 작품 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근 열린 한국국제아트페어를 찾은 관람객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 제공 = 한국화랑협회>

김영민 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은 "올해 키아프는 관람객이 늘면서 1000만원대 중저가 작품 판매가 활발했다"며 "하지만 이우환 김창열 등 고가 작품 판매에 성공한 화랑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고 시장 분위기를 전했다.

이옥경 가나아트센터 대표도 "젊은 작가들의 작품은 잘 나간 반면 가격이 부담스런 대가들의 작품은 많이 팔지 못했다"며 "양도세의 영향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화랑가 사정도 비슷하다. 서울 인사동 A갤러리 대표는 "최근 들어 점당 1억원 이상 하는 작품을 찾는 손님들이 사라졌다"며 "양도세가 컬렉터들의 구매 심리에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미술계의 예상대로 양도세 부과 여파가 현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A갤러리 대표는 "고가 미술품 컬렉터들은 양도세가 많아서 구입을 꺼리는 게 아니라 신원과 소득 노출을 우려해서 작품을 안 사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 1월 1일 시행되는 소득세법 21조 1항 25호는 미술품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법안이다. 세금 부과 대상은 점당 양도가 6000만원 이상 미술품(양도일 현재 생존 국내 작가 작품은 제외)이다.

납부할 세금은 양도가액에서 필요 경비를 차감한 금액에 20%를 곱한 금액이다. 미술품 양도차익은 소득세 항목 중 기타소득으로 분리과세된다. 원천징수 분리과세되기 때문에 종합소득 합산과세는 되지 않는다.

[정승환 기자] 기사입력 2010.09.14 16:4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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