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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시각

회화와 영상에 담아낸 도시의 구조와 체제

Vaaler 02 (Clips), 2010,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122 x 122cm.ⓒSarah Morris

美 작가 새라 모리스 국내 첫 전시

도시를 소재로 한 영상과 회화 작업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새라 모리스(43)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당초 그의 전공은 미술이 아니었다. 대학에서 언어학과 정치이론, 영화이론을 공부했지만 22살 때 뉴욕 휘트니미술관에서 미술 실기 프로그램을 수강하며 미술 작업을 구상했고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미술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제가 학문적으로 배운 것들이 미술과 동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작가로 전환하기 위한 발전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제 작품을 보고 몬드리안을 떠올리거나 하는데, 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술사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제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것들, 그러니까 정치나 건축,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이론 등 다양한 것들을 서로 중첩하는데(overlap) 초점을 맞춥니다."

작가는 그간 도시의 이야기를 주로 해왔다. 대표작인 '도시 시리즈'는 뉴욕과 워싱턴 D.C, 마이애미, 로스앤젤레스, 베이징 등 여러 대도시 건축물에서 받은 느낌을 격자무늬와 교차하는 대각선, 원형 무늬를 이용한 추상화로 나타낸다.

새라 모리스 

무늬들이 반복되고 교차하면서 생기는 기하학적 형태와 가정용 페인트로 칠한 색깔은 그 도시의 구조와 체제를 단순화해 표현한다.

작가는 자신의 작업을 '도시의 심리학'이라고 설명한다.

"표면은 단지 표면이 아니며 드러난 표면은 항상 내면의 어떤 것이 반영된 결과"이기 때문에 도시의 건축물(표면)에서 도시의 구조와 체제(내면)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최신작 '클립과 매듭' 시리즈 역시 도시에 대한 관심을 좀 더 확장한 것이다.

매듭이나 클립을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형상이 뒤섞인 그림은 변형되고 해체될 수 있는 구조와 체제를 이야기한다.

"작품을 구상할 때 현존하는 형태를 찾습니다. 이미 만들어져 존재하는 것들을 나 자신의 언어로 바꾸는 거죠. 클립도 역시 이미 만들어진(ready-made) 형태지만 여러 가지 다른 형태로 변형이나 해체할 수 있어요. 사회체제도 역시 이처럼 변형되거나 해체될 수 있고 또는 그 구조 자체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클립은 또 여러 나라 사람들이 동시에 사용하고 있지만 나라마다 여러가지 다른 형태가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 요소죠."

Cat_s Paw (Knots), 2010, Household gloss paint on Canvas, 214 x 214cm ⓒSarah Morris

도시에 대한 관심은 영상작업에서도 이어진다. 도시 풍경을 파노라마로 담아내는 영상작업을 주로 해온 작가는 이번 전시에선 1972년 뮌헨 올림픽 때 이스라엘 대표팀이 테러에 희생됐던 사건을 소재로 한 '1972'를 소개한다.

영상은 당시 올림픽 보안을 위해 가능한 범죄나 사건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일을 맡았던 심리학자 게오르그 지버 박사의 인터뷰와 당시 올림픽 때 자료 사진, 경찰의 경계 장면, 올림픽 공원에서의 총격 장면 등을 엮은 것으로, 테러가 가상 시나리오에는 들어 있었지만 결국 막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인간의 예측과 계획, 그리고 현실의 틈(gap)을 표현한 작업입니다. 사회 구조에 내재한 실패 가능성의 상황이죠. 특별히 올림픽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개최 도시의 특색에 따라 주경기장의 디자인 등이 조금씩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전시는 4일부터 26일까지 사간동 갤러리 현대 신관에서 열린다. ☎02-2287-3500.

7일 시작되는 미디어시티 서울에서도 모리스의 영상 작업을 볼 수 있다. 베이징 올림픽의 진행과정 이면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zitrone@yna.co.kr
| 기사입력 2010-09-02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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