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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美 모자 르네상스..에티켓은 빵점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 1930-1950년대 까지만 해도 미국 남성이 모자를 쓰지 않으면 정장을 하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정도로 모자는 의상의 필수품이었다.

하지만, 60년대 들어서면서 장발 스타일의 머리가 유행하고, 자동차의 지붕이 낮아진데다, 오랫동안 헬멧을 썼던 참전용사들이 더 이상 머리에 무엇인가를 쓰기를 꺼리는 풍토가 생겨나면서 모자는 차츰 실생활에서 멀어져 갔다.

특히 이전 대통령들과 달리 모자를 전혀 안썼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등장은 모자 패션을 사양길로 들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2년전부터 윌리엄스버그, 브루클린 등지를 중심으로 젊은 남성들 사이에 페도라(챙이 말려 있고 높이가 낮은 중절모) 또는 더비 햇(Derby Hat,채플린 모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유행을 선도하는 젊은 층 가운데 이 모자를 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나면서, 예전엔 정장차림에 쓰던 모자들이 지금은 청바지 차림의 캐주얼에 가볍게 쓰는 패션 도구가 됐다.

미 백화점 체인인 J 크루는 올 봄과 여름에 모자 판매가 급증했다고 밝혔고, 바니스 뉴욕과 같은 백화점 들도 다양한 모자 전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모자 예절이 사라진다는 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모자 르네상스가 일고 있지만, 아버지에게서 모자 에티켓을 배우지 않은 많은 젊은 세대들은 자신들의 생각대로 언제 쓰고 벗을지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19살의 보스턴대 학생인 헥터 마리레즈는 수업중에도 페도라를 쓰고 있다.

물론, 영화 같은 것을 통해 실내에서는 모자를 벗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는 "내가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은 내 외관의 한 부분"이라며 "실내라고 해서 이것을 꼭 벗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항상 모자를 쓰고 있기 때문에 내 머리위에 어떤 것이 있다는 것 조차 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실내 모자 예절에 관한 강좌가 마련될 정도다.

`서구 에티켓의 구루(guru·스승)'로 불리는 에밀리 포스트의 증손녀이자 에밀리 포스트 연구소의 대변인인 리지 포스트는 "지금 시대엔 바나 나이트 클럽에서 패션의 한 부분으로 모자를 쓰는 것은 괜찮다"면서 "그러나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날 때 모자를 벗거나 눈위 부분이 드러나도록 들어 올려서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을 보도록 하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kn020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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