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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도시디자인과 환경요법

[기고/5월 11일] 도시디자인과 환경요법

정경원(서울시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 요즘 도시 차원에서 '시각 공해로부터의 자유'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건물을 뒤덮을 만큼 커다란 옥외광고, 현란한 네온사인, 원색조 간판 등 우리의 시각을 자극하는 요소들을 정비해 도시 경관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자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인구 1,100만명이 넘는 남미 최대의 도시이자 브라질의 수도인 상파울루시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06년 9월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루 시의회는 옥외광고, 빌보드, 네온사인, 전광 패널 등을 몰아내기 위한 '깨끗한 도시법(Clean City Law)'을 45대1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시켰다. 2007년 1월부터 발효된 이 법에 따라 지우베르투 카사브 상파울루 시장은 '시각 공해 제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시각 공해 줄여 삶의 질 향상

새로운 상파울루시 광고법 시행령을 보면 업주 맘대로 광고물의 크기를 선택할 수 없다. 건물의 전면부 높이가 10미터 이하이면 광고물의 전체 면적이 1.5㎡ 이내 건물의 전면부가 10m 이상, 100m 이하일 경우 광고물의 총 면적이 4㎡ 이내여야 한다. 또한 새로운 전광판의 설치가 일체 금지됐다.


새 법령에 따라 크기 제한에 어긋난 간판은 철거하고 규정에 맞게 재부착해야 했다. 시는 2007년 4월부터 단속하기 시작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둬 10월부터 1만헤알(약 5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브라질 노동자의 한달 최저임금이 350헤알 정도니 대단히 큰 액수다.

 
광고법 시행령은 또 인도에 좌판이나 모형은 물론 입간판의 설치를 금지했으며 건물 전면의 특징과 다른 간판 광고물과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다. 건물의 외벽 옆면이나 건물의 윗부분에도 간판 설치를 금지했다. 특히 광고물 자리의 안과 밖에 행인의 눈길을 끄는 가격인하 광고나 이법에 정하지 않는 정보들을 실은 배너나 다른 어떤 매체도 허용하지 않았다.

이 법의 성공적인 시행으로 상파울루시는 하루가 다르게 시각 공해에서 자유로운 도시가 돼가고 있다. 이처럼 도시의 시각 공해를 최소화하려는 것은 환경 요법을 실현해 시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주변 환경을 좋게 함으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맑고 깨끗하게 하면 질병까지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병을 앓던 사람이 경치가 좋은 곳에서 요양을 하면 쾌차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외국의 한 연구기관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푸른 숲이 보이는 병실과 그렇지 않은 병실에 입원한 환자들의 회복 속도를 비교해보면 숲이 보이는 병실에 입원한 환자의 회복 속도가 빨랐다. 또한 도시의 녹지비율과 범죄발생률은 반비례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사람이 외부 세계에서 받아들이는 정보의 80%는 시각에 의존한다. 결혼에 성공한 커플들을 만나보면 '첫인상이 좋았다' '한눈에 반했다' 등과 같은 표현을 하고 있다. 임산부들의 태교에 있어서도 '보기 좋은 것만 보고 잘 생긴 것만 먹으라'는 것처럼 환경은 우리 내면의 정신세계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OECD 회원국답게 적극 투자를

따라서 도시 환경을 심미적으로 디자인하는 것은 겉멋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다. 상파울루를 비롯해 많은 도시들이 디자인에 역점을 두는 것은 시민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심성을 맑게 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경제적으로 몹시 어려워 먹고사는 데 급급하던 이른바 보릿고개 시절에는 시각적인 환경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었지만 이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 국가답게 우리도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 디자인이 잘된 도시 환경은 외국에도 알려져 관광산업을 진흥시켜줌으로써 경제적 이익도 가져온다. 선진국이 되려면 환경요법 차원에서 시각 공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도시를 디자인해야 한다. 도시디자인에 대한 투자는 우리 세대는 물론 후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미래지향적인 생존 전략이다.

<저작권자 ⓒ 인터넷한국일보>입력시간 : 201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