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이 꽃 피운 예술…만 레이
만 레이의 ‘키키, 오달리스크’(12.2cm×17.4cm, 젤라틴실버프린트, 1925년). 단 한 장만 있는 사진으로 앵그르의 그림 ‘오달리스크’를 차용한 작품이다. 만 레이는 전설적 모델이면서 전위적 예술가들의 동지였던 키키 드 몽파르나스를 통해 회화 속 이미지를 재해석했다. ⓒ MAN RAY TRUST/ADAGP, Paris 2010
미국 작가 만 레이(1890∼1976)는 예술 사진의 새 역사를 쓴 거장이다. 그는 회화와 조각만이 시각예술의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사진을 예술로 승격시킨 주인공.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립미술관은 예술의 기존 법칙에 도전한 다다이즘과 초현실주의 운동에서 활동한 만 레이를 사진으로 조명했다. 사진의 예술성을 탐색한 국내외 사진가 47명의 작품도 함께 살펴보는 ‘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전이다.
○ ‘만 레이와 그의 친구들의 사진’전
회화에서 출발해 사진 드로잉 콜라주 오브제 영화 등 다방면에서 실험적인 작업을 시도한 만 레이. 화가로 성공하지 못했어도 사진이 재현과 기록의 도구라는 생각을 벗어난 작품으로 예술사에 우뚝 선 존재가 된다. 당시 사진은 회화를 닮고자 했으나 그는 사진만이 가진 조형적 힘을 앞세운다. 카메라 없이 감광지 위에 물체를 올려놓고 빛에 노출해 이미지를 드러내는 레이오그램 등 새로운 기술이 그 과정에서 탄생했다.
전시에선 사진 위에 데생을 한 ‘앵그르의 바이올린’ 등 가공과 연출, 리터치와 이중인화 등 다양한 기법을 실험한 만 레이의 사진 63점을 선보였다. 우주에서 본 지구처럼 추상적 이미지를 담은 ‘먼지의 배양’부터 예술 사진의 백미로 평가받는 ‘키키, 오달리스크’까지 그의 폭넓고 풍요로운 예술 세계를 확인할 수 있다. 8월 15일까지. 700원. 02-2124-8800
고미석 기자 mskoh119@donga.com
동아일보 | 2010-06-29 03:00
만 레이 공식홈페이지 바로가기
● 만 레이(Man Ray, 1890~1976)는 사진이 산업적, 혹은 과학적인 기록의 도구이거나 광고와 언론과 결합한 르포르타주의 수단으로 인식되던 시기에 전혀 새로운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려 사진 예술의 장을 연 장본인이다.
한 세기 전, 뉴욕 다다와 파리 초현실주의 운동의 핵심 인물로 활동했던 미국인 예술가, 만 레이는 회화와 조각만이 시각 예술의 매체라는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예술과는 대척되었던 사진 분야를 독립된 예술 매체로 격상시킨 업적을 낳았다.
특히, 가공과 연출, 이중인화, 리터치 등과 같은 사진 고유의 기법에서 예술 표현의 가능성을 실험하고자 했던 만 레이의 개척자적 시각으로부터 사진이 새로운 현실, 현실 밖의 현실,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한 충분한 표현적 도구임에 동조했던 수많은 사진예술가들의 정교한 시도들을 감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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