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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산업

‘기술’ 좇다 ‘디자인 덫’…삼성 돌파구 촉각

‘갤럭시탭 10.1’ 유럽판매 금지 결정 파장
국내업체 기술특허에 집중 외관·사용법 등 소홀히 대응
외국도 이번 소송 견해 갈려 삼성-애플 협상 급물살 전망

삼성전자 갤럭시탭 10.1의 유럽 판매 금지 결정이 내려진 이후, 당사자인 삼성전자뿐 아니라 엘지(LG)전자와 팬택 등 다른 국내 업체들에도 그 파장이 미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이번 결정에 크게 당혹해하면서 ‘새로운 리스크’(위험요인)에 눈뜨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은다. 새로운 리스크란 바로 국내 업체들한텐 다소 낯선 ‘디자인 특허’를 말한다.

■ ‘기술’ 매달리다 ‘디자인’에 일격 15일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주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제품의 겉모양 및 포장 방식과 사용법 등도 특허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에 대해 적잖은 충격을 받은 상태다. 한 휴대전화 업체 고위 임원은 “그동안엔 단지 경쟁 상대의 발목을 잡기 위한 언론플레이용으로나 써먹을 거리로 간주해왔던 게 사실”이라며 “그런 것들까지 특허로 인정해주다니 무척 놀랍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높다. 삼성전자 한 고위 임원은 “스티브 잡스가 삼성전자를 가리켜 ‘카피캣’(모방꾼)이라고 직설적으로 비난할 때도 그냥 언론플레이용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며 “외관과 사용법 같은 게 특허 침해 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습게 봤다가 크게 한방 먹었다”고 실토했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의 특허 전략이 주로 ‘기술 특허’에만 집중된 탓에 겉모양과 사용법 등도 지적재산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소홀히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의 특허분야 연구원은 “삼성전자 내부의 특허 인력은 주로 기술 특허 분야 인사로 짜여 있다”며 “그간 기술 특허 소송에서 여러차례 승리 경험을 쌓은 것도 이들의 자만심을 키운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삼성-애플 물밑협상 급물살’ 전망도 이번 사건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벌어지는 특허 공방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계기가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그간 특허 침해 공방은 주로 하드웨어 기술과 관련된 대상에 집중돼 왔다. 한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특허관리 담당 임원은 “기술과 달리 디자인 쪽은 소송에서 이겨도 얻을 게 별로 없고, 져도 바로 바꾸면 돼 피해가 크지 않다”며 “이 때문에 그동안에도 디자인 특허 침해를 주장하는 소송이 있었지만, 경쟁 상대의 발목을 잡거나 이미지를 실추시켜 마케팅 활동 효과를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을 뿐 판결까지 간 사례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제품 겉모양과 사용법 등을 지적재산권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해선 외국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독일 뒤셀도르프 법원이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애플의 손을 들어준 것과 달리, 네덜란드 헤이그 법원이 애플의 똑같은 주장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헤이그 법원은 “판매금지 처분을 내릴 경우 삼성에 심대한 영향을 주는 것이어서 결정하기가 어렵다”며, 애초 8월25일로 예정했던 결정을 9월15일로 연기했다.

한편 업계에선 뒤셀도르프 법원의 판매금지 결정으로 특허 침해 맞소송전을 끝내기 위한 삼성전자와 애플의 물밑 협상도 급물살을 탈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애플과 삼성전자 모두 판례를 남기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양쪽 모두 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한겨레]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등록 : 20110815 21:11 | 수정 : 20110815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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