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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패션

[패션 TALK] 우유남·공블리·개취룩… 업계, 신조어 마케팅 바람

"이민호씨 '기럭지'는 그야말로 '우월'하잖아요. 그걸 표현할 수 있는 말을 찾다 떠올린 게 '우유남(우월한 유전자의 남자)'이에요. '우유'라는 말이 차가운 것 같으면서도 부드러운 이민호씨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이거다 싶었죠."

홍보대행사 관계자 A씨는 최근 열린 사내 회의에서 '우유남' 아이디어를 냈다. 드라마 '시티헌터'에 출연 중인 탤런트 이민호의 협찬 의상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을 회의하는 자리였다. A씨는 "포털사이트에서 '우유남'으로 검색하면 관련 기사나 사진이 좍 나온다"며 "쉽게 기억되는 키워드로 주인공의 스타일을 알리는 데 성공한 사례"라고 했다.

드라마와 함께 쏟아져나오는 신조어가 최근 패션·홍보업계에서 스타 마케팅의 새로운 방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은 여성적이고 사랑스러운 스타일로 '공블리(공효진 러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렇게 주인공의 스타일을 한 마디로 압축한 단어를 내세워 착용 아이템은 물론 브랜드까지 알리는 전략이다.

시청자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며 활용할 수 있는 검색어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차도남'으로 검색할 때 '시크릿가든'에서 현빈이 보여줬던 세련되고 깔끔한 스타일을 담은 글이나 사진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연관 검색어도 효과를 발휘한다.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공블리'를 넣으면 '공효진 원피스' '구애정 시계' 등이 함께 제시된다. 이런 키워드를 클릭하면 공효진이 극 중에서 착용한 아이템이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것이다.

홍보업계 관계자 B씨는 "재미있는 신조어들을 접한 시청자들은 호기심에 검색창에 넣어 보거나, 그것이 포함된 기사를 클릭하게 마련"이라고 했다. 그는 "인터넷의 특성상 한 번 주목받은 단어는 순식간에 퍼진다"며 "그럴수록 검색에 잘 노출되려면 신조어를 자주 활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홍보업계에서는 특정한 아이템뿐 아니라 브랜드 이름까지 알리는 전략으로 신조어 마케팅을 활용한다. 한 드라마 출연진의 스타일을 전반적으로 일컫는 '장키(장난스런 키스)룩' '개취(개인의 취향)룩' 같은 말들이 이런 전략에 주로 쓰인다. 홍보업체 관계자 C씨는 "'개취룩'의 경우 처음엔 의류업체 본사에서 어감 때문에 난색을 표했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협찬 브랜드도 주목을 받자 나중엔 크게 반기기도 했다"고 했다.

문화마케팅 전문가인 이경선 위드컬쳐 대표는 "재치있게 만든 신조어는 입에 착착 감기고 기억하기도 쉽다"며 "제품이나 스타일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기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채민기 기자 chaepline@chosun.com

기사입력 : 2011.07.08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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