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질, 기술력 등은 기본요소…'디자인'이 승부의 관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한 가운데, 현대기아차 등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디자인을 개발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는 ‘Fluidic Sculpture(유체역학적 조형)’를 철학으로 삼고 있고, 기아차는 ‘직선의 단순함’, 지엠대우는 ‘바디 인 휠 아웃(Body In Wheels Out)’, 르노삼성은 ‘유러피언 세단’을 디자인 철학으로 삼고 있다.
◈품질 및 안전은 기본 요소, 결국은 디자인이 승부처
품질이나 기술력, 가격 우위 등 기존의 역량만으로는 선진 업체를 따라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디자인에 주력하는 것이다.
품질과 안전, 기술력이 중요하지만, 이들 요소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더 이상 핵심요소라기 보다는 기본요소가 되고 결국은 디자인이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기술수준이나 품질 수준이 이미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디자인 경영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 기준이 바뀌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3~4년 전부터 소비자들이 차량을 선택하는 기준이 동력성능이나 편의장치 보다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아차, 2005년 이후 '디자인 경영' 선언
기아차는 지난 2005년 정의선 사장 취임 이후 정 사장의 주도 아래 전사적으로 ‘디자인 경영’을 펼쳐왔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2005년 기아차 사장으로 취임한 뒤 ‘디자인 경영’을 선언하고, 그 첫걸음으로 남양연구소 내에 현대 디자인센터와 기아 디자인센터를 분리 독립시킨 뒤, 2006년 세계 3대 자동차 디자이너로 꼽히는 피터 슈라이어(Peter Schreyer)를 기아차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 Chief Design Officer)으로 전격 영입했다.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수석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던 피터 슈라이어가 2006년 기아차에 합류한 것은 당시 하나의 사건이었다.
기아차가 디자인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은 것은 ‘현대차와 형제회사’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을 불식시키면서 기아차만의 색깔을 내 차별화된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기아차, '직선의 단순함' 철학 하에 '패밀리 룩' 선보여
기아차는 2007년 4월 ‘직선의 단순함(The simplicity of the straight line)’이라는 디자인 방향성(정체성)을 제시했다. ‘심플하면서도 아름다운 라인을 만들어 내겠다’는 디자인 철학은 이후 출시된 신차들이 기아차만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중요한 지침이 됐다.
기아차는 2008년 6월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처음으로 패밀리 룩(family look. 한 업체가 출시하는 차종의 디자인을 유사하게 통일하는 것)을 선보였다.
로체 이노베이션에는 ‘호랑이 코와 입을 연상시키는 전면부 라디에이터 그릴’이 기아차 최초로 적용됐고, 포르테(2008년 8월), 쏘울(2008년 9월), 쏘렌토R(2009년 4월), K7(2009년 11월), 스포티지R(2010년 3월), K5(2010년 4월)에도 이어졌다.
쏘울은 직선의 단순함를 구현한 독특한 디자인으로 출시 전부터 ‘기아차 디자인 경영의 결정체’로 불리며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기아차 최초의 'made in USA' 차량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쏘렌토R은 미국 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 시장에서 경쟁차종인 도요타 '라브4'를 추월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
기아차의 이 같은 디자인 철학은 지난해 출시된 준대형 세단 'K7'에서부터 올해 ‘스포티지R', 'K5'를 거치며 완성도를 더해갔다.
기아차의 내수는 지난 2005년 26만6,508대에서 지난해에는 41만2,752대로 4년 새에 55%나 증가했는데, 바로 디자인 경영의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난 4월 한달간 사전 계약에 이어, 지난달 30일 부산모터쇼에서 신차발표회와 함께 정식 계약에 들어간 K5는 5월말까지 계약이 2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등 중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 3대 디자인 상은 레드닷, iF, 이데아(IDEA) 등 3개가 있는데, 쏘울은 지난해에 한국차 최초로 ‘레드닷 디자인상(2009 red dot Design Award)’에서 자동차 제품 디자인 분야 'Honorable Mention' 상을 받았다.
기아차의 유럽형 수출모델인 도시형 MPV ‘벤가(Venga)’는 지난해 iF디자인상에 이어 올해 레드닷 디자인상까지 받았다.
◈현대차 디자인 철학은 'Fluidic Sculpture'
현대차의 디자인은 진취적이고 생동감 넘치는 ‘Fluidic Sculpture(유체역학적 조형)’를 철학으로 삼고 있는데, 투싼ix, YF쏘나타, 그리고 신형 아반떼가 이러한 ‘디자인 철학’ 아래 탄생했다.
Fluidic은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유체역학적 자동차 디자인으로 융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차 디자인센터는 이같은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디자인적 통일감을 유지하면서도 차급, 차종, 가격에 따른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적극 반영한 혁신적인 디자인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기본적인 디자인 시설을 일부 공동으로 사용하고 일부 인력교류도 하고 있지만 양사는 디자인 차별화를 통해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디자인 인력’은 보안 사항에 속한다”며 정확한 인력이나 예산 규모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기아차는 지난 2005년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이후 인력이 20~30% 가량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엠대우, 'Body In Wheels Out' vs 르노삼성, '유러피언 세단' 추구
지엠대우의 회사 비전은 '디자인, 품질, 고객가치 부문에 있어서의 글로벌 리더'인데, 회사 비전의 가장 앞에 디자인을 넣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엠대우의 디자인 콘셉트는 '바디 인 휠 아웃(Body In Wheels Out)'이다. 차체는 가능한 안으로 들어가게 하고, 대신 바퀴는 바깥으로 나오게 디자인해 차량이 탄탄하고 안정적이면서 볼륨감을 최대한 살린 디자인을 추구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밋밋하고 진부한 디자인보다는 '재미있고(Fun)', '신선한(Fresh)' 디자인을 선호한다.
지엠대우 디자인 부문 김태완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지엠대우 디자인에는 마침표는 없고 느낌표가 있다'며 줄곧 신선한 디자인 요소를 발굴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최근 출시한 '라세티 프리미어'나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서 선보인 것처럼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 요소를 개발, 신제품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엠대우는 지난 2003년 8월 총 65억원을 들여 인천 부평에 디자인센터를 준공한 이래 2007년 대규모 증축을 포함, 첨단 장비와 설비도입에 지금까지 2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지엠대우 디자인센터에는 회사 출범 당시보다 2.5배 늘어난 2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출시한 SM3부터 지난 1월 출시한 뉴 SM5까지 '유러피언 세단'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2003년 경기도 기흥 르노삼성 중앙연구소와 함께 오픈한 '르노삼성 디자인 센터(RSM Design)'는 출범 당시 인력이 12명에서 지난해말 현재 45명으로 늘었다.
◈현대기아차, 해외 디자인 센터 개설 vs 외국계 회사들, 해외 디자인 센터와 공조
현대기아차는 현지에 적합한 양산차를 개발하기 위해 해외 디자인 센터를 잇따라 개설했다.
현대차는 지난 2003년 2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미국 디자인 & 기술센터를 오픈한데 이어 그해 9월 독일 뤼셀스 하임에 유럽 디자인 센터를 오픈했다.
기아차는 2007년 9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에 '유럽 디자인 센터'를 준공하고, 2008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에 '미국 디자인 센터'를 설립했다.
앞서, 현대기아차는 지난 1995년 일본 치바에 현대기아차 일본 디자인센터를 개설했다.
지엠대우 디자인센터는 GM의 전 세계 11개 디자인 센터들을 연결하는 인프라 프로그램인 TCC(Team Center Community)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각 시장별 디자인 경향을 접하면서 GM 디자이너와 아이디어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
르노삼성 디자인 센터는 유럽 디자인의 노하우를 공유하면서 동시에 한국 고유의 차별화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르노삼성 디자인 센터는 5개에 이르는 르노 그룹 디자인 네트워크(Renault Design Network) 중 프랑스 파리 르노 본사의 메인 디자인 스튜디오(Renault Design TCR)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강영일 HMC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요즘 부품은 글로벌 아웃소싱이 가능해 주요 부품사를 통해서 아웃소싱하면 차량의 성능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갈수록 디자인 아이덴티티가 중요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cbs2000@cbs.co.kr 노컷뉴스 2010-05-28 CBS산업부 박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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