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경쟁력이다
경영에 ‘디자인 DNA’ 심어라
기술표준시대 필수 기업자원 부상… 제품개발·마케팅과의 유기적 접목 요구돼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지금, 당신의 회사를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미래학자 존 나이스빗은 “기술의 참신성이 사라지면 제품은 하이터치를 통해 차별화 된다”고 말했다. 기술 수준이 보편화되면서 경쟁 제품간 기술적 차이는 거의 무의미해졌다. 그래서 부각된 것이 ‘디자인’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는 프리미엄 요소로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 경영에 있어 디자인 경쟁력은 늘 강조돼 왔다. ‘디자인 경영’에 대한 화두도 현재진행형이다. 혹자는 디자인이 기업의 핵심 유전자가 돼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라고도 말한다.
정밀한 금형에서 우수 디자인 나와
특히 애플사가 최근 아이폰(iPhone)과 아이팟(iPod)의 심플하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적 IT 기업으로 우뚝 선데에 국내외 기업들이 크게 주목하는 모습이다. 애플의 디자인이 거두고 있는 놀라운 성과는 아이패드 등 혁신적 신제품의 등장으로 더욱 증폭될 것이란 예측이다.
지난 10월11일. 삼성전자는 광주광역시 첨단산업단지에 ‘삼성전자 정밀금형센터’를 준공했다. 이 역시 ‘디자인이 곧 전자제품의 경쟁력’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가전제품의 ‘외형 틀’인 금형은 가전 디자인의 핵심이다.
그러나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한국의 금형 기술은 후진적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 1996년부터 디자인 경쟁력을 강조해 온 이건희 당시 삼성그룹 회장은 이를 뛰어넘어야 한다고 판단하고 선진 금형의 국산화를 강도 높게 주문한 것이다.
LG전자 역시 디자인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8월엔 KAIST 산업디자인학과 이건표 교수를 디자인경영센터장(부사장)으로 영입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국내 처음으로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 교수는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 방법론’ ‘사용자 인터페이스 디자인’ 분야 전문가다. LG전자는 세계적인 디자인 석학인 이 교수의 영입을 통해 학문적 지식,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LG전자의 디자인 위상이 한층 높아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디자인 경영, ‘총론’만 있고 ‘각론’은 없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 경영’을 표방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이외에도 기아자동차, 웅진코웨이, 현대카드 등 대기업들은 디자인 중심 서비스와 마케팅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고객과 시장을 확장하는 효과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몇년 전이나 지금이나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그 원인에 대해 김호곤 한국디자인연구원 원장은 “총론은 있지만 각론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업이나 행정기관 등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크게 이해하고 인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학계든 정부든 그 구체적 방법론적인 제시는 미흡한 실정이다. 즉, 사례만 있을 뿐 실상 콘텐츠는 부족했던 것이다. 실제 디자인 역량을 어떻게 키우고, 또 어떻게 경영 활동에 적용해야 하는지는 잘 모른다는 것이 김 원장의 지적이다.
그는 심지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디자인만으로 엄청난 부가가치를 올리는 기업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한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내세우는 디자인 경영은 ‘전략적 디자인 관리’라는 개념에 더 가깝다는 것.
전문가들은 경영 전반에 디자인 역량을 경영 자원의 하나로 적극 활용해야 실질적인 디자인 경영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활동에 있어 디자인을 제품 개발, 마케팅, 연구 개발 등 다양한 분야에 유기적으로 접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의 성패를 가를 만한 혁신적인 디자인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귀띔한다. 사내에 창의적이고 유연한 문화가 정착될 때, 또 회사 구성원 모두가 디자인 마인드로 무장하고 열린 사고를 할 때 가능하다는 것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중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확고한 디자인 경영 철학은 차별화된 경쟁력을 낳는다. 인간적이고 실용적인 북유럽의 디자인 경영 성공 사례는 그래서 더욱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표 참조>
이에 <이코노믹리뷰>는 기업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아낸 디자인 경영으로 혁신을 이뤄낸 기업의 사례를 통해 디자인 경영의 중요성과 가치를 재조명해봤다. 또한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가이드도 살펴봤다.
전민정 기자 puri21@asiae.co.kr
2010년 11월 09일 14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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