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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제작과 애니메이션 창작이 게임 개발과 다른점

[기자수첩] 영화 제작과 애니메이션 창작이 게임 개발과 다른점  
 
게임산업에선 '개발'이란 단어를 많이 쓴다. 게임을 만드는 회사는 '개발사'로, 게임을 만드는 사람은 '개발자'로 통칭된다.

개발의 사전적 정의는 토지나 천연자원 따위를 유용하게 만들거나, 산업이나 경제 따위를 발전하게 한다는 의미다. 지식이나 재능 따위를 발달하게 할때도, 새로운 물건을 만들거나 새로운 생각을 내놓을 때도 개발이란 단어를 쓴다.

하지만 이같은 뜻의 개발이란 단어를 게임에 접목시키면 왠지 낯선 느낌이 든다. 21세기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차세대 핵심산업으로서 문화콘텐츠 반열에 있는 게임에는 어울리지 않는 말인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 등의 여타 문화콘텐츠는 '창작', 혹은 '제작'이란 용어로 표현된다. 영화 개발, 애니메이션 개발 보단 영화 제작, 애니메이션 창작이 더 어울린다. 하지만 유독 게임에만 개발이란 단어를 붙힌다. 문화콘텐츠로서의 미학적, 예술적 가치가 저평가 돼 있는 현실을 반영한 듯하다.

영화 등의 문화콘텐츠에 비해 게임의 사회, 문화적 위상은 현저히 낮다. 특히, '사행성, 폭력성, 선정성, 중독성'이라는 부정적 카테고리의 단어들이 게임과 결부되면서 사회 전반에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형성돼 있다. 따라서 게임을 만드는 회사나 사람들도 덩달아 저평가 되기 일쑤다.

그러나 게임은 단순히 하나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차원에 그치는 존재가 아니다. 게임에는 예술이라고 평가받는 시, 음악, 회화적 요소가 모두 포함돼 있다. 프로그램, 그래픽, 사운드, 원화, 스토리, 세계관 등이 합쳐져 게임은 완성된다. 여기에 '재미'라는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결합돼 예술의 가치를 넘어선다. 유전 개발, 신제품 개발, 산업 개발 등에서나 쓸 법한 단어를 게임에 붙히는 건 문화콘텐츠로서의 게임을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 아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에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학창시절 문학시간을 통해 배웠듯 이름을 불러주는 것, 즉 명명(命名) 행위에 의해 본질이 규정된다는 걸 의미하는 부분이다.

게임업계가 개발이라는 단어를 버리고 스스로 문화콘텐츠에 걸맞는 단어로 자신들을 불렀으면 한다. 그래야 김춘수 시인의 말처럼 게임도 이 사회에서 '하나의 의미'가 될 수 있다. 게임산업을 관장하는 게임산업진흥에관한법률은 이미 '개발'은 '제작'으로, '퍼블리싱'은 '유통'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제 게임 개발사, 게임 개발자라는 단어를 버리고 게임 제작자, 게임 크리에이터로 불러보자. 이것이 게임이 문화콘텐츠로서의 위상을 갖추는 시작이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서 인정되는 시발점일 것이다.

/ 김관용 기자 kky1441@
10-09-10 14:53  <저작권자ⓒ '게임채널 No.1' 머드포유. 무단전재-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