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디자이너들 “요즘 한국차 디자인? 믿어지지 않아”

최근 한국 자동차 디자인이 큰 폭으로 향상됐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기아차는 포르테, 스포티지R, K7, K5 등 최근 내놓는 차들마다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GM대우도 라세티 프리미어, 마티즈 크리에이티브 등의 차량으로 세계 GM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기아의 성장은 독일 아우디의 디자인팀을 이끌던 세계 3대 디자이너 피터슈라이어(Peter Schreyer) 부사장의 손길이 더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GM대우 또한 김태완 디자인총괄 부사장이 디자인을 주도하면서부터 GM 본사에 제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국내 디자인에 머무르지 않고, 독일과 미국에 있는 디자인 연구소를 통해 신차 디자인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기아차는 더 나아가 자사의 인기차종 ‘포르테’와 ‘쏘울’의 디자인 연구를 위해 영국의 디자인학교 RCA(Royal College of Arts)의 디자이너들에게 품평을 받겠다고 나섰다.

RCA는 피터슈라이어 기아차 부사장과 김태완 부사장이 나온 학교다. 더구나 이곳은 맥라렌과 재규어 등을 디자인한 피터스티븐스(Peter Stevens)와 재규어의 디자이너 이안칼럼(Ian Callum)이 졸업한 학교기도 하다. 영국의 명물인 택시(블랙캡)를 디자인한 데일헤로우는 이곳의 자동차디자인과(Vehicle Design) 학장이됐다. 40년 전통의 이 자동차 디자인학과는 세계의 유명 자동차 메이커의 걸출한 디자이너들을 대거 배출한 디자인 사관학교인 셈이다.

이날 기아차의 품평에는 이 학교가 배출한 유명 디자이너 중 피터스티븐스와 데일헤로우 학장, 리차드윈저 교수등 3명이 흔쾌히 응했다.

왼편으로부터 데일헤로우 학장, 피터스티븐스, 리차드윈저 교수

쏘울은 지난해 말부터 영국에 등장했고, 포르테는 아직 영국에 채 수입되기 전이다. 이 차들을 처음 본 세기의 디자이너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한국에서 이런 차가 나왔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리차드윈저 교수는 “쏘울은 디자인이 용감해 BMW 미니와 비교해도 눈에 띌 정도로 독특하다”면서 “소형차가 아니라 축소된 랜드로버 같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한눈에 어떤 차인지 알 수 있는 차는 흔치 않다”면서 “스스로 광고판이 될 수 있는 차”라고 극찬했다. 다만 선과 면의 세부적인면(디테일)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영국 택시를 디자인한 데일헤로우 학장은 쏘울의 디자인을 전혀 다른면에서 바라봤다. “강해 보이는 면과 선을 이용해 차가 더욱 단단해 보이는 디자인”이라며 “차의 실용적인 면이 우수하고, 손상돼도 문제가 안될만한 디자인”이라고 평가했다. 또 “실내공간을 극대화한 디자인이기 때문에 아이들을 태우거나 짐을 실을 때 유용할 것”이라고 했다.

포르테에 대해선 “보수적인 디자인이지만 매우 잘된 디자인이어서 이 차가 한국에서 만든 차로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미국 영국 아시아에서 나오는 차들의 매력을 고루 담고 있다”면서 “각각의 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르테와 쏘울의 실내에 있어서는 “대시보드의 디자인이 잘 정리됐고, 시트의 질감이 흥미롭다”며 “버튼이나 레버등의 촉감이 적절한데다 경쟁차종보다 한 단계 위의 품질”이라고 평가했다. 또 “불과 3세대 안에 이렇게 세련되고 정교한 발전이 있다는 것이 놀랍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차의 디자인에 대해 “포르테와 쏘울은 한국의 미래 디자인 방향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며, “한국의 자동차 성향은 일본의 자동차 디자인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일본은 자동차를 차가 아닌 ‘소비재 제품’으로 변화시키는데 반해, 한국은 자동차를 자동차 그 자체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경향닷컴 김한용기자 whynot@kh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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