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과 베르사체가 세상을 뜬 지 한참 됐지만 그들이 만든 `샤넬`과 `베르사체`는 전 세계인에게 사랑을 받는 패션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브랜드가 영속성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뛰어난 후계 디자이너 영입을 통한 철저한 사후 관리 덕분이다. 샤넬이 죽고 난 후 브랜드 `샤넬`은 카를 라거펠트가 이어받았고, `베르사체`는 동생 도나텔라가 오빠의 빈자리를 채웠다.
반세기 한국 패션사(史)를 써온 패션계 거장 앙드레 김이 지난 12일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를 잃은 슬픔과 애도 물결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금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 있다.
더 이상 앙드레 김은 없지만 그가 50년 가까이 필생의 노력을 기울여 쌓아놓은 `앙드레 김` 브랜드를 누가 계승ㆍ발전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다.
평소 완벽주의자였던 그였지만 후계 문제만큼은 차일피일 미뤄왔다. 주변에서 외국 패션계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디자이너들을 후계자로 추천했지만 매번 성에 차지 않았다고 한다. 오히려 그는 "나보다 한 살 많은 조르조 아르마니도 아직까지 후계자 없이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나도 앞으로 10년은 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이후에 후계자를 생각해 보겠다"며 현역을 고수했다.
앙드레 김은 1960년대 프랑스와 미국에서 `꼬레아`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모르는 선진국에 가서 패션쇼를 열었고 호평받았다. 각국 대사와 교류하는 등 문화사절로서도 명성이 대단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문화훈장을 받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앙드레 김` 날을 지정했고, 전 세계인의 축제인 올림픽 패션쇼를 맡았다.
앙드레 김이 남긴 `앙드레김`은 누가 어떻게 사후관리를 잘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시장에서 천문학적 가치를 지닐 수 있는 히스토리를 갖고 있다.
예술가들은 사후 평가가 두 가지로 갈린다. 생존보다 평가절하되거나, 사후 오히려 더 큰 대접을 받는다. 앙드레 김은 지독한 열정과 고집으로 국내 패션사에서 그 누구도 하지 못했던 그만의 독창적 세계를 남기고 떠났다. 한국 전통 왕실의 고유 문양과 칠겹옷, 순백의 드레스, 솔나무와 벚나무 문양 등 끄집어낼 디자인 자산이 무궁무진하다. 그 무엇보다 전후 암울했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세계인이 알아주는 디자이너로 올라선 그의 감동스러운 삶이 가장 큰 자산이다.
앙드레 김을 우리 시대 위인으로 만드는 것은 남은 사람들 몫이다.
[김지미 유통경제부 차장]
기사입력 2010.08.15 17:44:33 | 최종수정 2010.08.15 19:4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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