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esc]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 극
길거리 노점 음식 vs 백화점 푸드코트 음식
길은 끝이 없다. 그래서 세상 모두를 맛볼 수 있다. 거스 밴 샌트 감독의 영화 <아이다호>에는 끝없는 길이 펼쳐진다. <아이다호>에서 말하는 ‘맛’은 식욕과는 분명 다르지만 나는 ‘거리에서의 맛’을 자주 만나며 세계를 배운다. 특히 서울 종로 거리를 걸으며 세상의 ‘맛’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많다. 종로 낙원상가를 지나면 ‘세상 모두를 맛볼 수’ 있을 것 같은 식욕의 냄새를 맡는다. 돼지머리, 꽃 모양의 떡, 케밥이 공존한다.
거리에 노출된 음식들은 생생하게 살아 있다. 정육점에서 강렬하게 시선을 끄는 고깃덩어리들은 마치 사육제에 거대하게 바쳐질 신의 선물 같다. 거리에 노출된 떡볶이, 토스트 같은 노점 음식들엔 상상의 여지없이 불량식품이라는 딱지가 붙는다. 도시의 공공 디자인 정책가들은 노점상을 지우개처럼 깨끗이 거리 위에서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 백화점 푸드코트 음식. 연합뉴스 제공
토스트 리어카는 ‘맛’을 경험하는 여러 단계의 과정을 한꺼번에 보여준다. 경제적인 장소다. 특별한 기술이나 비용은 필요 없고 적재적소를 찾아 사물에 제 공간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좁은 리어카는 요리사의 주방과 음식 가게 입구의 가짜 음식 디스플레이, 먹는 의자가 한꺼번에 결합된 곳이다. 주문을 하면 토스트는 제작에 들어간다. 토스트에 대한 기대가 까다롭지 않은 우리는 1천~2천원의 저렴한 가격을 지불한다. 높지 않은 기대, 음식의 제작 과정, 먹는 시간의 모든 것이 노출된 검소한 거리의 식탁이다.
» 현시원의 디자인 극과 극
기사등록 : 2010-06-02 오후 1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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