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도 디자인이 생명인 시대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독이 되는 것일까.
파격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던 고급 연립주택이 계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소비자가 자유자재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셀프 평면이나 가변형 벽체도 건설사들의 분석 결과 오히려 소비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성이 뚜렷한 디자인 등은 개인의 취향과 직결되는만큼 나중에 집을 팔려고 할 때 애를 먹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국제설계공모를 통해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해 한국판 ‘비벌리 힐스’로 불리던 판교 월든힐스가 50% 미만의 계약률을 기록했다.
청약 당시 최고 6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떴다방까지 등장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과 비교하면 계약 성적은 형편없는 편이다.
특히 청약 당시에도 미달 물량이 가장 많았던 5-2블록은 전체 100가구 중 87가구가 미계약분으로 남았다.
일반적인 테라스하우스와 비슷한 구조를 보였던 5-1블록과 달리 3~4층 복층 구조와 4면이 통유리로 되어 있는 등 한국형 주거공간과 거리가 멀어 청약 당시부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일본 건축가가 설계해 주방공간을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배치하는 일본식 설계를 적용, 주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주방이 벽체를 사이에 두고 거실, 식당과 분리돼 있어 상대적으로 거실이 넓어 보이는 장점은 있지만 주부의 생활동선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3년 전부터 일부 건설사들이 출시해 온 가변형 벽체도 마찬가지다.
필요에 따라 벽체를 세울 수도, 없앨 수도 있는 가변형 벽체는 공간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을 내세워 출시됐지만 몇 년간 수요조사를 한 결과 오히려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 당시 공간을 넓게 활용하고 싶어 벽체를 없앴다가 나중에 집을 팔려고 내놓으니 오히려 이 벽체가 없다는 이유로 집이 팔리지 않는 사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건설사 마케팅팀 관계자는 “가변형벽체 출시 붐을 타고 상품 출시를 위해 수요조사를 해 본 결과 차라리 버려진 공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수납 등의 아이디어 상품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 가변형 벽체 출시 계획을 접었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내 여유공간을 소비자가 용도에 맞게 활용할 수 있는 이른바 셀프 평면도 활용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그동안 창고 등으로 버려졌던 공간을 주부 오피스나 간이 독서공간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셀프 평면을 출시하고 있지만 오히려 소비자들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양 자료에 셀프 평면을 스무가지 방법으로 쓸 수 있다고 홍보를 해도 결국에는 수납장을 마련해 수납공간으로 사용하거나 화분 등을 둬 장식공간으로 쓰는 식이다.
최근 셀프 평면을 선보인 건설사의 설계 담당자는 “셀프 공간을 제공하면 공간이 덤으로 생긴 것 같아 소비자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선보이고 있지만 수요자와 입주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면 이 공간을 제대로 활용하는 소비자가 없어 사실상 건설사도 이 상품을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고민”이라고 밝혔다.
문수아기자moon@
기사입력 2010-08-11 06: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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