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예술창작센터
이곳이 한때 보건소였다는 사실을 알려면 건물을 꼼꼼히 둘러봐야 한다. 복도 한가운데에 누워 있는 커다란 치과 수술용 의자는 꽃으로 덮어놓은 탓에 설치미술 작품처럼 보인다. 엑스레이(X-ray) 촬영기계는 이젠 서재를 장식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쓰인다.
28일 개관 집들이를 가진 서울 성북구 종암동 '성북예술창작센터'. 서울시가 오래된 보건소 건물을 활용해 새로운 예술창작 공간으로 바꿔놓은 곳이다.
▲ 일반 시민들이 공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붙여 꾸민 타일을 1층 로비에 예술품처럼 나란히 걸어놓은 모습. /성북예술창작센터 제공이곳에 입주한 예술·디자인 단체는 총 7팀. 세 팀은 서울시가 직접 초청했고, 네 팀은 서울시 공모에 지원한 44팀을 심사해서 뽑았다. 소정의 관리비(한 달 평당 5000원)만 내면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번에 입주한 프로젝트팀 '삼분의 이'에서 일하는 서현주씨는 "아이들에게 무료로 사진을 찍어주고 또 사진 찍는 법을 가르쳐 주는 일을 하고 있는데, 이런 작업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공간을 얻게 돼 무척 흥분된다"고 말했다.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은 누구나 작품을 만든다. 4층 디자인교육연구팀 '씨알드림' 작업실. 버려진 볼펜 뚜껑, 자투리 가죽과 천, 쓸모없는 전선 피복, 공장에서 종이상자나 노트를 만들 때 떨어져 나오는 종이쓰레기를 서랍 속에 담아 놓았다. 누구나 작업실에 들어가 내키는 대로 이것들을 타일에 예쁘게 붙이면, 이곳 센터 사람들이 이걸 잘 모아서 1층 로비에 전시한다. 이미 상품으로 나온 물건을 다시 쓰는 '재활용'을 넘어, 공장에서 물건을 만들 때 자연스레 생기는 쓰레기 자체를 줄여나가는 '다운사이클(Downcycle)'의 개념까지 담았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과 놀러 왔다는 정은명(34·서울 성북구 안암동)씨는 "디자인 교육, 미술치료, 음악치료까지 해주는 곳이 집 근처에 생겨서 정말 좋다"며 "아이들이 만든 타일 작품을 모아놓은 1층 벽면이 무척 근사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나라에서 운영하는 창작센터가 다 거기서 거기지' 라고 생각했다면 일단 편견을 버릴 것. 시민 참여 미술이란 게 대부분 개념만 거창하고 내용은 볼품없다는 단정(斷定)도 여기선 통하지 않는다. 홍대 앞 젊은 예술가들이 벌여놓은 벼룩시장 좌판부터 직장 스트레스를 날려준다는 쿠킹클래스까지, 알록달록한 디자인 프로그램을 꽉꽉 채워놓았다. (02)943-9300, www.seoulartspace.or.kr
송혜진 기자 enavel@chosun.com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입력 : 2010.07.29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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