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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환경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2) 중국 베이징·선전

[도시의 얼굴이 경쟁력이다] 세계 속의 디자인 도시를 가다 (2) 중국 베이징·선전 

 ▲ 톈안먼 광장 앞쪽에 위치한 다제 거리는 중국 옛 상점의 전통건축 디자인을 기본으로 현대적 감각의 디자인을 가미한 전통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다제 거리 전경.

【베이징·선전(중국)=조창원기자】중국의 대표도시인 베이징과 선전이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디자인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베이징은 중국의 정치 중심도시이며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1호 도시답게 아시아권 최대의 경제도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베이징과 선전은 성장 일변도의 획일적인 도시개발에서 탈피해 디자인을 가미한 차별화된 도시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도시의 외적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차별적인 도시디자인 계획을 현실화하면서 외국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베이징, 과거·현대 절묘한 조화


베이징의 도시개발은 2005년 수립된 중장기 계획인 ‘베이징 도시 총계획’에 따라 착착 진행 중이다.

톈안먼광장 오른쪽에 자리잡고 있는 베이징시 계획 전시관에는 베이징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곳에서 볼 수 있는 각종 내용이 전시돼 있다. 베이징 신도시 건설계획도 당초에는 서울처럼 고도성장에 따른 인구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구상된 것이다.

베이징시가 장기발전계획 목표를 ‘국가수도, 국제도시, 문화도시, 주거환경이 편리한 도시’로 확정한 것처럼 도시 외관과 기능 및 삶의 질을 모두 담으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신도시계획의 핵심 전략은 ‘2축-2벨트-여러 개의 부도심 직능센터’를 두면서 도시 공간구조를 마련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일단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전후로 상당 부분 이 같은 발전계획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친환경적이고 수준 높은 삶을 충족하는 국제도시 건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가운데 베이징시의 독특한 도시디자인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명소는 베이징 다산쯔798 예술지역이다. 베이징 서북부 차오양구에 있는 이 예술지역은 원래 대규모 공단지역이었다. 하지만 급속한 도시화 진전에 따라 정부는 1990년 이 공장들을 외곽으로 옮기고 이곳을 전자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2000년 초 일부 예술가들이 이곳에서 대외예술행사를 개최한 것을 계기로 많은 예술가와 화랑, 갤러리, 카페, 아트숍들이 속속 입주했다. 이에 정부에서 2006년 기존 전자타운 조성방안 대신 이 지역을 문화창의 산업 집중구로 지정하면서 베이징의 ‘문화 아이콘’이자 ‘국제미술시장’의 메카로 급부상했다.

예술지역의 정문에서 중심대로를 걷다 보면 양쪽에 낡은 단층 공장건물들이 죽 배치돼 있다. 외부는 낡은 적벽돌에다 내부 역시 노후화된 공장 건물 내부 모습이 여전히 남아 있지만 고급 갤러리들이 이 같은 공장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면서 미술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한참 걷다 보면 거리 양쪽에 대형 공장용 파이프라인이 철거되지 않은 채 죽 연결돼 있어 공장지대인지, 미술특화거리인지 혼동스러우면서도 절묘한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이 거리를 따라 한참 더 걸어가면 일부 공장은 가동되고 있다. 산업화와 현대미술공간이 공존하고 있다는 묘한 느낌이 든다. 공장 내부를 개조해 만든 카페들도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이 예술지역에는 400여개의 전문 화랑과 갤러리가 들어서 있다. 중심거리 뒤편에는 여전히 많은 전문화랑이 전시관 오픈을 위해 리모델링 공사에 한창이었다. 독특한 인테리어의 수많은 카페와 아트숍들이 몇몇 가동 중인 공장들과 함께 공존하며 중국의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고 있다.

이곳에 조형 미술품을 전시 중인 한 갤러리의 안내원은 “예전에 문을 닫고 버려진 공장들에 미술단지가 만들어지면서 외국손님도 많이 찾고 한국 예술가들도 이곳을 많이 방문한다”고 전했다.

전통과 현대의 절묘한 조합을 상징하는 또 다른 거리인 다제 거리 역시 베이징의 대표적인 도시디자인 감각이 돋보이는 곳이다.

톈안먼 앞에 위치한 다제 거리는 지금의 전통문화거리로 조성되기 전에는 노후화된 상점들이 밀집해 구도심을 연상케 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올림픽을 전후로 전통적인 거리를 옛 모습과 가장 비슷하게 재현하는 식으로 재정비했다. 중국 전통 건물양식을 기본으로 하면서 서양 건축양식을 가미해 중국 도시만의 독특한 디자인이 곳곳에 배어 있다. 

 ▲ 과거 낡은 공장건물을 리모델링해 중국 선전의 대표적인 문화예술단지로 자리매김한 OCT-LOFT. 이곳에는 6000여개의 디자인 관련 기업이 입주,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선전, 창의·콘텐츠 담은 세계 도시

선전은 덩샤오핑의 중국개방 지침에 따라 경제특구로 지정돼 1979년 서방에 가장 먼저 개방된 도시다.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척박했던 인구 2만명의 작은 항구도시가 세계의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선택한 것은 바로 도시에 디자인을 입히는 작업이었다.

세계의 문화유산을 축소한 150만㎢ 규모의 세계의 창을 비롯해 인근에 위치한 100만㎢에 달하는 중국 문화유물을 모아놓은 중국민속문화촌은 이미 세계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장소다.

선전은 2008년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로부터 디자인의 도시로 선정되면서 창의도시 네트워크에 가입됐다.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문학, 영화, 음악, 디자인, 매체예술, 민간예술, 요리 음식 등의 영역에서 성과가 우수한 도시를 뽑아 문화발전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다.

선전은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선 도시의 평면 디자인과 산업디자인 부문의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산업디자인 회사가 6000개로 이들 기업이 10만명을 먹여살리고 있을 정도로 디자인에 대한 선전시의 관심과 지원은 매우 높다.

선전의 난산지구 내 해외중국타운에 위치한 OCT-LOFT는 예전 공장 건물들을 활용해 형성된 대표적인 문화예술 단지다. 거대한 초고층빌딩이나 현대식 신공법보다는 기존의 공장건물들을 2년여 동안 리모델링해 산업화의 이미지로 승화시키면서 현대미술을 돋보이게 한 도시디자인 감각이 인상적이다. 이 가운데 OCT 현대미술센터는 예전 공장 창고였던 건물을 현대미술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한 대표적인 사례다.

선전시청 건물과 주변 건축물도 문화와 창의가 결합된 디자인건물 특구를 형성하고 있다. 시청건물 외관은 마치 날아가는 새의 날개를 연상케 한다. 연장 486m에 달하는 지붕이 파격적인 디자인공법을 담았다. 아울러 인근의 콘서트홀, 미술전시관, 도서관, 어린이문화센터 등 문화와 관련된 건물들이 각양 각색의 디자인을 연출하고 있다.

선전시 어린이문화센터 관계자는 “시청 주변에 많은 문화시설들이 다양한 디자인으로 새로 탄생하고 있다”면서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 이를 충족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jjack3@fnnews.com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기사입력 : 2010-06-29 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