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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영상

YouTube 한국 콘텐츠산업 구세주이자 포식자

韓流 수출 일등공신 - 전세계의 반응 순식간 파악, 저비용으로 해외 홍보까지… 연예·방송계 적극 활용
국내 사이트는 죽고 - "구글과 맞붙어 이길 수 없다" 네이버도 동영상 사업 포기
'슈퍼스타K' 등 방송 프로그램까지 유튜브로 오디션

지난 1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남성 그룹 '빅뱅' 숙소 건물 앞에서 만난 한류(韓流) 팬 일본인 오가타료코(緖方凉子)씨. 오가타씨는 손에 든 스마트폰으로 빅뱅이 출연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가 보는 동영상은 빅뱅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유튜브(You Tube)'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뮤직비디오. 오가타씨는 "일본 한류 팬 사이에서는 스타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유튜브가 필수 사이트로 꼽히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TV에서 틀어주는 것을 주로 봤지만, 최근에는 유튜브를 통해 한국의 소식을 곧장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였다.

◆유튜브, 한류 전파의 핵심으로

최근 일본·중국·동남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한류의 일등공신은 구글이 운영하는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라고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연예 기획사는 물론이고, 중소 기획사들도 소속 가수의 데뷔와 함께 해당 가수의 유튜브 채널을 마련하고 있다.

연예기획사들이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는 것은 해외 진출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유튜브에 동영상을 올리면 전 세계의 반응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유튜브 결과를 중심으로 해외 홍보 전략을 짜는 회사가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걸그룹 '포미닛'의 멤버 현아가 지난 7월 발표한 뮤직비디오 '버블팝'은 유튜브의 전파력을 보여준 사례다. 이 뮤직비디오는 등록 이후 두 달 만에 재생 건수 1500만 건을 넘었다. 미국·일본 등 한류가 인기가 있었던 지역만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유럽 등에서도 많은 재생 수를 기록했다. 영어·태국어·일본어 등 여러 나라 말로 6만건이 넘는 댓글도 붙었다. 현아의 소속사 큐브엔터테인먼트 측은 "현아가 진출하지 않은 나라에서도 '유튜브에서 보고 팬이 됐다'는 이메일이 많이 들어온다"며 "유튜브 재생 결과를 토대로 해외 진출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방송 프로그램도 잇따라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표적이다. 공중파 방송사인 MBC의 '위대한 탄생', 케이블 방송사 엠넷의 '슈퍼스타K3' 등 프로그램은 유튜브를 통해 오디션을 보고 결과 동영상을 퍼뜨리고 있다. 지난달 막을 내린 케이블채널 tvN의 '코리아 갓 탤런트'는 국내 최초로 최종 오디션을 유튜브를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하기도 했다.

◆국내 동영상 콘텐츠 시장 독식 우려도

유튜브의 위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구글이 국내 콘텐츠를 싹쓸이하면서 국내 동영상 서비스 업체를 고사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케이블 업체 관계자는 "구글이 지난해부터 국내 영업을 대폭 강화해 파격적인 조건으로 콘텐츠 업체를 유인하고 있다"며 "자금력이 풍부한 구글이 이렇게 나오면 국내 회사들은 말라죽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실제로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는 2년 전부터 동영상 서비스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구글과 맞붙어서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유튜브에 앞서 세계 최초로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를 만든 판도라TV도 유튜브에 밀려 지난해 간신히 적자를 면했다.

이에 반해 구글은 갈수록 공세적으로 국내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7월 아이코닉스와 계약해 아동용 애니메이션 '뽀로로'를 틀고 있고, 지난해에는 드라마 제작사 그룹에이트와 계약해 유튜브 전용으로 만든 특별판 드라마를 틀었다. 동영상 콘텐츠를 다양화하고 있는 것이다.

한 콘텐츠 제작사 관계자는 "유튜브가 국내 동영상 시장을 독식한 후 서비스 요금을 점점 올릴까 걱정되지만 글로벌 마케팅을 생각하면 현재로서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했다.

이인묵 기자 redsox@chosun.com

기사입력 : 2011.09.20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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