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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gn Trend/기타

[기자수첩]디자인 한국의 명과 암

국내 디자인 산업이 드디어 속지주의를 벗었다. 지난 23일 디자인보호법이 개정과 함께 우리나라는 헤이그협정 제네바법에 가입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로써 한 번의 디자인 특허 출원으로 다수 국가에 출원한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디자인 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뛸 때 특허관련 비용과 시간도 획기적으로 줄어든다. 한-EU, 한-미 FTA에 따른 디자인의 글로벌 경쟁시대가 개막한 가운데 ‘디자인 한국’을 앞당길 교두보라는 점에서 쌍수들어 환영할 만한 일이다.

애플 ‘아이폰 쇼크’ 이후 국내 산업계에서 디자인 중요성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가장 발빠른 건 산업 주무부처다. 지식경제부는 이번 특허청 쾌거 포함, 디자인 산업 육성을 위한 제도를 차곡차곡 마련해 나가고 있다. 디자인 전문기업 및 디자인 인재양성 사업에도 정부 예산을 대폭 할당해 집중적으로 키운다는 의지다.

아이러니한 건 수혜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디자인 전문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국내 기업들의 하소연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디자인진흥원에 따르면 1년에 국내에서 배출되는 디자이너는 2만5000여명이다. 미국(3만5000~3만8000여명)이나 일본(2만8000여명)보다 적지만 중국(1만여명)에 비하면 훨씬 높다.

그런데 왜 디자인 인재가 없을까.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디자인 교육이 취업으로 연결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수많은 디자인 학부 전공생들이 졸업과 동시에 해외로 유학을 떠난다”며 “대기업 입장에서는 입사 지원자들이 뽑고 싶을만큼 양질의 디자인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판단이고, 구직자 입장에서는 중소기업이 성에 차지 않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제도적 인프라나 지원사업에 정부가 앞장서는 모습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건 사람이다. 인재 역수입을 막기 위한 근본 대책을 위해 산업계뿐 아니라 교육계의 역량이 결집될 때다.

정미나 기자 산업전자팀 mina@etnews.co.kr

지면일자 201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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